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5. 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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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의 독백 -사소단장 - 서정주 -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신라초>(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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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이영도

 

봄빛 겨운 뜰에

목메어 우는 인경

 

천년 맺힌 원

영지影池에 멀리 찬데

 

석가탑 소슬한 끝에

창창한 법열이 탄다.

 

석 굴 암

고개 올라서니

하늘이 안겨 든다

 

억만 창생은

번뇌에 잠겼는데

 

드높이 다른 하늘 이르시며

입은 웃고 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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