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5. 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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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 -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 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육사시집>(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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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 이병기

 

 

잎이 빳빳하고도 오히려 영롱하다

썩은 향나무 껍질에 옥같은 뿌리를 서려두고

청량한 물기를 머금고 바람으로 사노니

 

꽃은 하이하고도 여린 자연紫煙 빛이다

높고 조촐한 그 이며 그 향을

숲속에 숨겨 있어도 아는 이는 아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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