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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정답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의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니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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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깎는 대패 오 동 춘
나이 많으십니까 좀 깎아 드릴까요
청년 되고 싶어요 새로 할일 뭔데요
짐승 짓 누릴 삶이면
안 깎아요! 절대로.
우리 참삶 앎인 사람 나이 깎을 대패 없고
험한 누리 온몸 바쳐 나라 빛낸 귀한 사람
그 나이 깎고 말구요
더욱 빛 삶 이루게요
놀부 심술 잔뜩 품고 인생 발길 더런 사람
밝은 길 낯 돌리고 그믐 칠야 즐긴 사람
그 갈 곳 나이 값 못한 죄
불못 말고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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