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9. 2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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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정답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의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니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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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깎는 대패 오 동 춘

 

나이 많으십니까 좀 깎아 드릴까요

청년 되고 싶어요 새로 할일 뭔데요

짐승 짓 누릴 삶이면

안 깎아요! 절대로.

 

우리 참삶 앎인 사람 나이 깎을 대패 없고

험한 누리 온몸 바쳐 나라 빛낸 귀한 사람

그 나이 깎고 말구요

더욱 빛 삶 이루게요

 

놀부 심술 잔뜩 품고 인생 발길 더런 사람

밝은 길 낯 돌리고 그믐 칠야 즐긴 사람

그 갈 곳 나이 값 못한 죄

불못 말고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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