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말의 어원 8

임기종 2015. 12. 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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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평

조선 중기부터 조선 말엽까지 쓰이던 상평통보의 준말이 ``이었는데 ``은 곧 돈을 의미했다. 개평은 도박판에서 나온 말로서 딴 돈 중에서 낱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낱 `()`를 써서 `개평`이라 했다.

현재는 노름판에서 남이 딴 것을 거저 얻거나 또는 딴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얼마간 나눠주는 돈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출처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거덜나다

조선시대 때 궁중의 말과 마굿간을 관리하던 사복시라는 관청이 있었다. 거덜은 사복시의 하인을 말하는데, 궁중에서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 큰소리로 길을 비키라고 사람들을 몰아세우다 보니 자연히 우쭐거리며 몸을 흔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잘난 체 거드름 피우는 것을 거덜거리다라고 하게 되었다.

, 이렇게 흔들흔들한다는 뜻이 더욱 발전하여 살림이 흔들흔들 거리고 밑천을 홀랑 들어먹는 것을 거덜나다라고 하게 되었다.

출처 :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대요 2

 

건달, 한량, 건달바, 할냥

북한 사전에 돈 없으면 건달, 돈 있으면 한량이라는 속담이 나온다. 이로 보면, ‘건달은 쓸 돈이 없어 처량한 신세의 사람, ‘한량은 흥청망청 쓸 돈은 있어 스스로는 신나는 사람이다. 그러나 건달이건 한량이건 아무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는 한심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건달이라는 단어는 16세기의 순천김씨언간에 처음 보인다. 그런데 이 단어는 본래 불교 용어 건달바에서 출발하여 그 어형과 의미가 변한 것이다.

`건달바`는 수미산(須彌山) 남쪽 금강굴에 살면서 하늘 나라의 음악을 책임진 신()이다. 건달바는 향내만 맡으면서 허공을 날아다니며 노래와 연주를 하고 산다. ‘건달바가 노래와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신이라는 사실에서, 인도에서는 악사(樂士)나 배우까지 건달바라고 불렀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여 한동안 건달바광대와 같은 뜻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건달바건달로 어형이 단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미도 상당히 변하였다. ‘하는 일 없이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또는 난봉이나 부리고 다니는 불량한 사람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전자의 의미는 건달바가 노래나 하며 한가롭게 지내는 신이라는 점이 비유적으로 발전하여 파생된 의미라면, 후자의 의미는 아무 실속도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확대된 의미이다.

한편, ‘한량이라는 단어는 17세기의 동국신속삼강행실도한량또는 할냥으로 나온다. “양씨는 한량 권심의 안해니 영평 사람이라”(양씨는 한량 권심의 아내니 영평 사람이다), “김조이는 문화현 사람이니 할냥 안복의 쳬라”(김조이는 문화현 사람이니 한량 안복의 처다)한량할냥이 바로 그것이다.

본래 한량閑良(한량)’으로 무과에 급제하지 못한 무반(武班)’을 가리키던 말이다. 그런데 동국신속삼강행실도한량할냥은 그러한 의미가 아니라 일정한 직사(職事) 없이 놀고먹는 양반 계층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의미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량놀고먹는 양반이라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돈을 잘 쓰며 잘 노는 사람이라는 일반적 의미로 바뀌었다. 돈푼깨나 있는 양반들이 거들먹거리며 노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져 또 한 차례의 의미 확대를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변화가 언제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문세영 저 조선어사전(1938)이나 한글학회에서 펴낸 큰사전(1957)에도 한량에 그 본래의 의미인 벼슬을 못한 무반이라는 의미만 부여하고 있어 의미 변화의 사실이 잘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물론, 최근에 나온 사전에서는 그 본래의 의미를 포함하여 여기서 파생되어 나온 두 가지 의미까지 잘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큰사전(1957)을 비롯하여 그 이후에 나온 사전에는 한량과 더불어 그 변화형인 활량이라는 단어도 나온다. ‘한량이 동화 작용에 의해 할량으로 발음되자 다시 []’과의 연상 작용으로 활량이 된 것이다. ‘을 통해 을 연상한 것은, ‘할량무인(武人)’이고 이들이 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건달이나 한량은 의미가 상당히 변한 단어들이며, 그것도 의미가 부정적인 쪽으로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할 일 많은 이 세상에 게으르고 무능한 건달’, 그리고 돈 귀한 줄 모르고 흥청대는 한량은 모두 경계해야 할 인물이다.

출처 : 조항범(趙恒範) / 충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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