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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을 부리는 수통

한바탕 큰 전투를 치르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 한 명이 애타게 물을 찾고 있었다. 마침 군종목사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얼마의 물이 남아 있었다. 군종목사는 수통을 그 병사에게 건넸다. 병사는 무심코 그 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소대원들의 눈이 자기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 또한 목이 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목마른 것을 꾹 참고 그 수통을 소대장에게 넘겨주었다. 소대장이 그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소대장은 그 수통을 받아들더니 입에 대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마셨다. 그러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에게 다시 그 수통을 넘겼다. 부상당한 병사가 물을 마시려고 보니 수통의 물은 조금도 줄어 있지 않았다. 그 병사는 소대장의 뜻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부상당한 병사는 수..

좋은글 2024.10.09

행복은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다

로마제국 말기의 철학자이자사상가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을 두 가지로나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는 시간을 똑딱똑딱 시계로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그와 별개로 마음으로 잴 수 있는마음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물리적인 시간은'크로노스의 시간'이라고 부르는데,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서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지나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를 향해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뜻합니다.한편, 마음의 시간은'카이로스의 시간'이라고 부릅니다.이는 우리가 기억하고, 기대하는과거와 미래의 특별한 시간으로현재에도 영향을 끼치는 시간입니다.인생사 희로애락은바로 이 마음의 시간을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습니다.이는 막연한 기대나 낭만적인 낙관론이 아니라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야만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뒤돌아..

좋은글 2024.10.09

사랑으로 크는 아이들

어느 가을, 미국 오래곤 주 유게네라는 마을에서의 이야기다. 그 날 그곳의 신문에는 마을회관에서 종교영화 집회가 있다는 광고가 났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서로 아는 사람들이라 즐거운 인사를 나누었다. 참석자 중에는 어느 농부 부부도 있었다. 그 날의 영화 내용은 한국전쟁 과정에서 생긴 고아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고아들을 돌볼 수 있는 손길을 찾는다는 것이 그 영화의 결론이었다. 이윽고 집회가 끝나자 참석했던 농부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가난한 농부야. 우리같이 가난한 농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농부 부부는 이렇게 자탄을 하면서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날의 영화 장면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부부는 이윽고 농장의..

좋은글 2024.10.09

오동도

오동도 울창한 신우대와 하늘 가린 동백 숲낙화(落花)로 덮힌 미로 구비마다 숨기고상큼한 여수바다를 벅수처럼 지켜섰다. 겨울이 깊어가는 스무살 그쯤인가등대 밑 작은 다방 난로 가에 앉아서또래의 레지한테서 인생사를 들었는데. 오래된 그림들을 더듬어 추억(追憶)하니아련한 그리움은 파도에 스러지고비릿한 바다내음만 코끝에서 머문다.  오동도(梧桐島):전남 여수에 있는 섬.섬 전체가 동백나무, 신우대 등 상록수로 덮여 울창한 숲을 이룸.해안은 기암절벽. 1968년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 벅수: 마을 어귀나 다리 또는 길가에 수호신으로 세운 사람 모양의 형상.

현대시조 202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