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6 4

따끈따끈한 인정

전국을 구름처럼 떠도는 한 나그네가 있었다. 그는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자 하룻밤 묵어가기 위해 한 마을에 들어섰다. 마침 흉년이 들었던 때라 마을은 썰렁하고 무척 곤궁해 보였다. 나그네는 지친 발걸음을 쉬어 가기 위해 일부러 마을에서 가장 나아 보이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리 오너라." 곧이어 하인인 듯한 사람이 나왔고 나그네는 곧 사랑채로 안내되었다. 그는 널찍한 방에 앉아 주인을 기다렸다. 잠시 후 깨끗한 의복을 입은 한 선비가 나타나 미소를 띠우며 인사를 청했다. 나그네는 하룻밤 잠자리를 얻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터에 저녁까지 봐주려는 주인의 마음씨에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밥상은 주인과 겸상이었지만 아무 반찬도 없었다. 덩그러니 뚜껑이 덮인 놋주발 두 개만이 상 위에 놓여나온 것이다..

좋은글 2024.10.26

육담(肉談) .콩깍지가 씌워도 그렇지

어느 관리가 기생과 사랑에 빠진걸 보고 친구들이 이를 책망하자“나 역시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그 어여쁜 모습을 보면 내 눈엔 허물이 보이지 않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 하고 말한다. 그러자 친구들이“ 아니 여자에게 허물이 없다니 뒤를 볼 때 한번도 안 봤는가 ?”“ 왜 안 봤겠어. 이미 다 봤다네. 그녀가 뒷간에 오르면 공작새가 오색구름을 타고 계곡으로 들어가는 것 같고 붉은 치마를 벗고 아랫도리를 드러낼 때는 얼음 바퀴가 구름 사이를 구르는 것 같으며 오줌 눌 때는 운모가 붉은 입술을 열고 구슬 같은 액체를 뱉는 듯 하더군. 방귀소리는 꾀꼬리가 꽃나무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것 같으며 변을 볼 때는 누런 장미꽃이 어지러이 떨어지는가 하더니 마침내 붉은 모란이 활짝 핀 것 같았네” 이 말을 ..

해학과 재치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