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06

해솔길

해솔길 살다가 힘이들면 이 길을 걸으시오 방조제 바로 건너 방아머리 옆으로 천천히 걷다가 보면 가슴이 뚫릴거요. 고향이 그리우면 여기에 가보시오 흙냄새 소똥냄새 솔냄새 바다냄새 비우고 길을 걸으면 옛 생각도 날거요. 산길로 바닷길로 이어진 사십리길 개미허리 다리에 매달린 작은섬이 노을에 물든 해거름을 즐기고 있으리니. * 해솔길: 시화 방조제 건너 대부도에 있는 둘레길

현대시조 2020.08.03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 한여름 뙤약볕에 소금 꽃 만발하면 초록빛 너른 밭엔 사연들이 맺힌다 수줍은 연인들끼리 써내려간 역사가. 꽃필 적 거쳐가는 장돌뱅이 바로 뒤 뭔지 모를 정에 끌려 따르는 청년하나 왼손에 잡은 고삐가 어설프게 낯익다. 인륜(人倫)은 천륜(天倫)이라 피할 수 없었을까 한마디 말 없어도 마음편한 정이 깊다 부자로 맺어진 사연 가슴 아린 이야기.

현대시조 2020.08.02

어느 산사에서

어느 산사에서 산그늘 내려앉아 좌선하는 연못에 돌탑이 품고 있던 이끼 낀 탑 그림자 가만히 내려놓으니 물속의 산을 탄다. 왼 종일 쏘다니던 동자승은 잠들고 부연(附椽)끝 풍경(風磬)소리 떨림이 멈춰서면 노을도 서산을 베고 잠자리를 채비한다. 노승은 등가려워 싸리가지 효자삼고 쿨럭이는 기침소리 처마 끝에 걸리면 산사(山寺)는 어둠을 안고 산이 되어 눕는다.

현대시조 2020.08.02

생선회

생선회 얼음장 위에 누워 눈빛을 반짝이며 술 고픈 사람들의 입맛을 기다리니 육보시(肉布施) 해탈(解脫)의 길이 바로 이길 아닌가. 등줄기 칼을 넣어 껍질을 벗긴 고행 세장포 뜨고 나서 자근자근 잘라내니 지극(至極)한 수행의 길을 도마위서 찾았고. 교자상 한가운데 벌어지는 변장술 소주잔 들고 앉아 염(念)을 외는 중생(衆生)들 비워야 차는 거라며 사자후(獅子吼)를 외친다.

현대시조 202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