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솔길 해솔길 살다가 힘이들면 이 길을 걸으시오 방조제 바로 건너 방아머리 옆으로 천천히 걷다가 보면 가슴이 뚫릴거요. 고향이 그리우면 여기에 가보시오 흙냄새 소똥냄새 솔냄새 바다냄새 비우고 길을 걸으면 옛 생각도 날거요. 산길로 바닷길로 이어진 사십리길 개미허리 다리에 매달린 작은섬이 노을에 물든 해거름을 즐기고 있으리니. * 해솔길: 시화 방조제 건너 대부도에 있는 둘레길 현대시조 2020.08.03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 한여름 뙤약볕에 소금 꽃 만발하면 초록빛 너른 밭엔 사연들이 맺힌다 수줍은 연인들끼리 써내려간 역사가. 꽃필 적 거쳐가는 장돌뱅이 바로 뒤 뭔지 모를 정에 끌려 따르는 청년하나 왼손에 잡은 고삐가 어설프게 낯익다. 인륜(人倫)은 천륜(天倫)이라 피할 수 없었을까 한마디 말 없어도 마음편한 정이 깊다 부자로 맺어진 사연 가슴 아린 이야기. 현대시조 2020.08.02
어느 산사에서 어느 산사에서 산그늘 내려앉아 좌선하는 연못에 돌탑이 품고 있던 이끼 낀 탑 그림자 가만히 내려놓으니 물속의 산을 탄다. 왼 종일 쏘다니던 동자승은 잠들고 부연(附椽)끝 풍경(風磬)소리 떨림이 멈춰서면 노을도 서산을 베고 잠자리를 채비한다. 노승은 등가려워 싸리가지 효자삼고 쿨럭이는 기침소리 처마 끝에 걸리면 산사(山寺)는 어둠을 안고 산이 되어 눕는다. 현대시조 2020.08.02
망초꽃 망초꽃 풍경화 그리다가 작은 붓 하나 골라 별빛을 살짝 찍어 화판에 옮겼더니 풀숲에 하얀 꽃들이 나비처럼 춤춘다. 작은 꽃 망울들이 풀같기도 한걸까 지난밤 정령들이 입김을 불어넣자 망초 꽃 고운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현대시조 2020.08.01
망초꽃 망초꽃 풍경화 그리다가 작은 붓 하나 골라 별빛을 살짝 찍어 화판에 옮겼더니 풀숲에 하얀 꽃들이 나비처럼 춤춘다. 작은 꽃 망울들이 풀같아 보였을까 지난밤 정령들이 입김을 불어넣자 사방에 고운 향기가 은은하게 풍긴다. 현대시조 2020.08.01
배려와 염려 배려와 염려 나보다 못한 이가 세상에 어딨다고 아집을 부리면서 잘 난체 하는 걸까 이토록 어려운 때에 필요한건 배려뿐. 내 몸이 소중하면 남들도 매한가지 마스크 필수이고 거리 둠이 예절이다 염려와 배려하는 것이 요즘시절 큰 미덕. 현대시조 2020.07.28
파고다 공원 단상 파고다 공원 단상 기미년 함성자리 삶에 지친 노인들 천원짜리 두장이 무거운 지갑여도 하루해 보내는 길에 마음조금 가볍다. 한뼘 쯤 그늘 비낀 벤치 위 공간에는 검버섯 노인들의 더 진해진 가령취(加齡臭) 핵가족 회색구름에 파고다가 어둡다. 현대시조 2020.07.25
생선회 생선회 얼음장 위에 누워 눈빛을 반짝이며 술 고픈 사람들의 입맛을 기다리니 육보시(肉布施) 해탈(解脫)의 길이 바로 이길 아닌가. 등줄기 칼을 넣어 껍질을 벗긴 고행 세장포 뜨고 나서 자근자근 잘라내니 지극(至極)한 수행의 길을 도마위서 찾았고. 교자상 한가운데 벌어지는 변장술 소주잔 들고 앉아 염(念)을 외는 중생(衆生)들 비워야 차는 거라며 사자후(獅子吼)를 외친다. 현대시조 2020.07.25
관악산 연주대 관악산 연주대 바윗길 올라서니 수천길 낭떨어지 하늘이 낮아지고 땅 높이 솟았더라 살다가 지친 이들이 기어오른 피안(彼岸)에. 퍼지는 메아리는 낭랑한 불경소리 아련히 멀어졌다 돌아와 곁을 하면 나는야 한마리 철새 허공을 날고있다. 현대시조 2020.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