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06

한량은 이제 없다

한량은 이제 없다 세상을 내려보는 감흥에 가슴벅차 무소유 되뇌이던 한량은 이제없다 욕심껏 가지려하는 범부(凡夫)들만 넘치고. 연상의 기생 묘에 술잔을 올리면서 '홍안은 어디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백호(白湖)의 노래 소리를 이명으로 듣는다. 십팔세 기생에게 정을 주던 칠십노객 풍류객 그 한량을 이제는 볼수 없다 인생을 즐기는 여유 사라진지 오래라. 경포호 달 다섯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정많은 한량님은 어디로 가셨는가 색안경 쓴 속물들의 계산속만 빨라졌다. 산고(産苦)의 아내부탁 까맣게 잊어먹고 금강산 구경가서 일년 만에 돌아왔던 한량네 정수동님을 어디에서 만날까. 수표교 자리깔고 술통괴고 앉아서 한잔은 술이요 또 한잔은 안주라며 두말술 다 비워버린 그 한량은 이제없다. 처용의 가면쓰고 한량입네 하면서 춤추..

현대시조 2020.08.16

생각은 망나니다

생각은 망나니다 스스로 태어나서 성장한 망나니가 어느 날 내 삶 속에 슬그머니 들어와 제풀에 흥을 못이겨 천방지축 날뛴다. 꿈쩍도 안했는데 혼자서 만들어서 거기서 본 것처럼 사실인양 전한다 이것은 저것같고요. 저것도 분명하다고. 다리는 끊어져서 건널 수 없었고요 냇가는 물이 넘쳐 바다가 됐더라고 어제는 비 한방울도 내린 적이 없는데. 수시로 설쳐대는 그 망나니 때문에 한시도 편치 못해 싸매고 누웠는데 아직도 제 잘났다고 머릿속을 헤집기에. 망나니 하던 말을 모조리 써놓고서 시간이 지난후에 되짚어 돌아보니 눈으로 안본 것이면 믿지말라 하더라 .

현대시조 202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