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06

갯바위

갯바위 새하얀 파도물결 갯바위 철썩이면 갈매기 낮게 날아 먹이 찾기 바쁘다 싱그런 바다내음이 향기롭던 어느 날. 따개비 부처 손과 햇굴들의 군락지 햇빛에 반짝이는 돌 틈새 까만 홍합 물고기 새끼 두 마리가 웅덩이에 갇혔다. 부서진 파도 속에 무지개 피오르면 갯바위 돌게들도 눈을 꿈벅 거리고 촌부(村婦)의 바구니 속에는 석화(石花)가 피어난다.

현대시조 2020.08.26

자만하면 죽느니라

자만하면 죽느니라 스스로 작아지고 겸손해야 하느니 악마의 탈바가지 얼굴에 덮어쓰고 자기가 신이라면서 혹세무민 (惑世誣民)하더라. 하늘도 못본 이가 하늘 행세 하는데 그 놈을 추종하는 철없는 광신자들 언제쯤 정신을 차려 고른 숨을 쉴런지. 니체는 말을 했다 ‘신은 이미 죽었다’고 사탄이 판치는데 신은 무얼 하는가 어쩌면 니체의 말이 정말로 맞는 걸까.

현대시조 2020.08.25

도끼 만행사건 (76. 8. 18)

도끼 만행사건 (76. 8. 18) 그날 그 시점에 거기에 나 있었다 제대를 몇 일 두고 느긋함 한창일 때 반납한 총을 챙겨라 긴급명령 하달이. 1사단 11연대 육탄부대 우리 부대 눈 가린 미류나무 아수라장 관할이다 미군이 죽어나가고 전쟁이 시작되나. 평소에 다짐하던 이 자리가 묫자리 나죽어 씨가 되어 적군을 막는다면 조국은 숨을 쉬리라 무수히 뜨는 헬기 제대복 갖춰 입고 하늘을 바라보니 헬기가 50여대 호위하는 아파치들 하늘은 숨을 죽인채 초침을 세고 있고. 포신은 북향하고 전차는 북진한다 실탄을 장전한 총 어깨에 맨 병사들 충천한 의지로 가득 북녘하늘 어둡고 한번쯤 해봤으면 국군의지 충만하니 김일성 깜짝놀라 무릅 꿇고 사죄하고 하늘을 덮은 구름은 서서히 걷혀 갔다. 힘 있는 자에게는 덤비지 못하는 법..

현대시조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