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림자

이상한 할아버지 높으신 어른인데 작은 차만 탄대요 거지들 발 씻기고 입도 맞추신대요 이상한 할아버지를 오늘 처음 봤어요.

이슬방울 끝에 저~ 가녀린 끝에 아스라이 매달려 반짝, 반짝이는 찰라 숨을 멈춘 고요 스치는 빛살조차도 안타까운 그 순간.

매미의 5덕(德) 머리에 관을 쓰고(文德) 이슬만 먹고 살아(淸德) 남의 것 안바래고(廉德) 집 한칸 없는 그 삶(儉德) 때 되면 떠날줄 아네(信德) 바로 군자(君子) 아닌가.

그래 글쟁이는 글 쓰고 노래쟁이 노래하고 아픈 가슴 위로하려 애쓰는 건 가상하데 하지만 그 어찌 알랴 자식죽인 부모 맘을,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속에 숨못쉬는 물속에서 죽어가는 자식보며 차라리 나 죽고 말지 남은 삶을 어이해.

지랄 염병흐네 죽은 놈 옆에두고 수만명이 찾아해메? 엎드리면 코앞인데 노숙자 시체라고? 어허허 지랄염병흐네 까마귀가 웃겠다. 서른평 통나무집 뭐그리 대단해서 몇시간 뒤졌는데 창고하나 못찾나 어허허 지랄염병흐네 유병언이 웃는다.

연기(緣起) 나 때문에 당신있다고 정말 맞다고 눈떠도 눈감아도 고집부려 믿었는데 어쩌나, 당신 때문에 나 있는 걸 안 지금.

고추잠자리 잠자리 몇마리가 고추밭에 앉았다 벌거벗은 고추는 창피해 빨개지고 훔쳐본 잠자리들도 여러워 붉어지고.

철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항상 그쯤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변함없는 너를 본다 아~ 그래 이제 알았어 그게 사랑이라는 걸.

강물 비켜라 하지 않고 애돌아 흘러왔소 굽은 길 마다않고 바람 길도 열었소 아래로 아래쪽으로 낮은 곳만 찾아서.

호랭이 장개 가는 날 우두둑 우두두둑 소나기 쏟아지다 어느새 맑은 하늘 구름사이 보이면 호랭이 장개간다고 울 할매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