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새날의 기원 외

임기종 2015. 12. 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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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날의 기원      - 김해강(金海剛)

1.

새해라, 첫 아침

동녘 한울엔 붉은 햇살이 뻗혀오르나이다

무릎꿇고 정성을 구을려 비옵는 마음 한껏 떨리옵니다

이 땅 겨레의 가슴에도

이 땅 겨레의 가슴에도

새로운 붉은 해가 돋아오르사이다

새로운 힘이 뛰고, 새로운 기쁨이 피어날

가장 경건한 아침이 열려지이다

2.

해마다 첫새벽이 오면 비옵는 마음

이해라 다름이 잇사오리까마는

팔짚고 정성을 구을려 비옵는 마음 더욱 두근거리옵니다.

주먹을 놓고 맹서하오니

주먹을 놓고 맹서하오니

적은 일이옵든 큰일이옵든

하고 많은 가운데 한 가지일지라도

이 해에만은 뜻대로 일우어짐이 있어주소서

3.

새해를 맞이하옵는 마음

가슴이라도 베여 정성을 다하고 싶으옵거든

어깨라도 끊어 정성을 다하고 싶으옵거든

오오 새 날이여!

이 땅에 열리소서. 힘차게 열리소서.

이 땅에 빛나소서. 아름다이 빛나소서.

-계유원단(癸酉元旦)

 

({동아일보}, 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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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하며 정일근

 

마흔 해 손 한 번 씻겨 드리지 못했는데

아들의 등을 미시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

병에서 삶으로 돌아온 내 등 밀며 우신다.

 

벌거벗고 제 어미를 울리는 불혹의 불효,

뼈까지 드러난 몸에 살과 피가 다시 살아

어머니 목욕 손길에 웃는 아이가 되고 싶다.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가 되고 싶다

어머니의 욕조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이 되어

회귀의 강으로 돌아가는 살찐 새끼가 되고 싶다.

 

-2000년 한국시조작품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