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나의 침실로    - 이상화(李相和)

임기종 2015. 12. 4. 07:27
728x90

 

나의 침실로    - 이상화(李相和)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眞珠),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 어느덧 첫닭이 울고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窒息)이 되어, 얄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 행여나 누가 볼는지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가슴의 샘이, 말라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백조} 3, 19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