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팔도재담집

임기종 2013. 7. 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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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 道 才 談 集

<팔도재담집(八道才談集)>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藏書閣)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 유일본이다. 이 재담집은 강의영(姜義永)이 편저자로 1918년에 영창서관(永昌書舘)에서 딱지본의 형태로 간행되었다. 현재 유일본으로 전해지는 것은 1919년에 재판된 것이다. 본 자료는 <웃음문화>(창간호, 한국웃음문화학회, 2006. 6)에 해제와 함께 게재한 것이다.

작성자: 이홍우(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일러두기>

* 표기는 현대 맞춤법에 맞게 고쳤다. 예) 싀골→시골

* 고어(古語)들은 현대어로 바꾸었다. 예) 친구다려→친구에게, 다리고→데리고 (그러나 자주 쓰는 ‘왈(曰)’, ‘가로되’ 등은 살려 두었다.)

* 원문에는 띄어쓰기 되어 있지 않으나 여기서는 띄어쓰기를 했다.

예) 촌학도하나히학교에가셔→촌학도 하나가 대학교에 가서

* 적당한 문장부호를 사용해 문맥을 분명히 했다.

예) 부친이보고왈오날은웨학교에도아니가고무엇을하고잇냐→부친이 보고 왈, “오늘은 왜 학교에도 아니 가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

* 의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낱말은 한자(漢字)를 병기(倂記)했다.

예) 만종록→만종록(萬鍾祿), 월소→월소(月梳)

<본문>

○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누구를 물론하고 자손에게 거대한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학교에 보내어 학식을 가르치며 지식을 넓이여 상당한 인격을 만들거나 또는 서적을 광구(廣求)하여 공부를 잘 시키어서 천만사(千萬事)에 막힐 모(某)이 없이 공부만 잘 시키어 주면 완전한 인재(人才)를 이룰 뿐만 아니라 만종록(萬鍾祿)1)이 자연히 생길 것이오. 일평생 여년(餘年)을 편안히 지낼 수가 있는 이치(理致)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미 정(定)한 바라. 고(故)로 영웅열사(英雄烈士)가 배우지 않고 되는 이치는 없는 법이니 이것을 두고 말하자면 혀를 놀리고 붓을 달리지 아니 하여도 자연 알 것이로다.

○ 촌 학도(學徒) 하나가 대학교에 가서 지리(地理)를 공부하는데 교사의 말이 땅이 돌아다닌다 하였더니, 이 학도가 이상이 여겨 집에 와서 말뚝 네 개를 만들어서 집 뒤에 있는 연못 네 귀에 단단히 박고 지구가 돌기를 기다릴 새, 그 부친이 보고 왈(曰),

“오늘은 왜 학교에도 아니 가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한즉, 대답하야 왈,

“교사의 말씀이 지구가 돌아다닌다 하시기에 하 이상하여 한번 시험코자 하나이다.”

그 부친도 역시 무식한 사람이라. 그 말을 듣고 신기하게 여겨 왈,

“그러면 네 귀에 말뚝을 박았으니 더군다나 돌 수가 있겠느냐? 그리 말고 달리 표(表)를 하여 놓고 보아라.”

○ 옛날에 시골 사람이 서울구경을 올 터인데 그 아내가 부탁하되,

“내려올 때에 월소(月梳)2) 한 개만 사다주시오. 만일 잊어버리거든 저 달과 같은 얼레빗이오.”

하니, 이때는 초승달이라 반달을 가리켰더라. 이 자(者)가 상경(上京)하여 볼 일을 다보고 생각한즉, 아내의 부탁을 잊었는지라 한참을 궁리하다가 달을 쳐다보매 그때는 마침 보름달이라 매우 둥글더라. 안동 상전(床廛)3)에 가서 달과 같은 물건을 찾으니 마침 둥그런 면경(面鏡)4)이 있는지라 사가지고 집에 내려가서 아내를 주니 그 아내가 받아본즉 월소는 아니오, 둥근달 같은데 그 속에 웬 계집이 있거늘 역정(逆情)이 나서 왈,

“서울 가더니 첩(妾)을 얻어 이 속에 넣어 가지고 왔다.”

하여 그 시어머니께 고하니 시모(媤母)가 보고 왈,

“건너 사돈마누라가 왔구나!”

시아비가 또 본즉,

“웬 영감이 있다.”

하여 네 식구가 서로 떠들매, 그 고을 원님이 순행(巡行)하다가 그 소문을 듣고 그 집 식구를 잡아들여 그 물건을 갖다본즉 그 속에 사모관대(紗帽冠帶)5)한 양반이 있는지라 원이 대경(大驚) 왈,

“이 작은 고을에 나도 먹을 것이 없는데, 또 가관장(假官長)6)을 내다니 이게 될 일이냐!”

하고 관속(官屬)7)을 호령하여

“이 가관장8)을 지경(地境)9) 밖으로 축출(逐出)하라!”

하니 이런 똥항아리 보았나!

○ 공자(孔子)님께옵서 마차를 타시고 어디를 가시는데 어떠한 아이가 길 가운데서 흙으로 성(城)을 쌓거늘, 하인이 물러서라 한데 아이 답 왈,

“마차가 성을 피하여 가지 성이 어찌 마차를 피하리오!”

하거늘, 공자께서 들으시고 가라사대

“어린 아이가 어찌 그리 이치(理致)를 아느냐?”

하신데, 아이 여쭈오되

“아무리 어린 아이인들 어찌 그런 이치도 모르리오?”

공자 가라사대

“그러면 네가 하늘도 아느냐?”

하신데, 그 아이 대답 왈(曰),

“어린 아이가 어찌 하늘 일을 알리오? 눈앞에 일도 알기 어렵습니다.”

공자 왈(曰)

“눈앞에 일이야 어찌 알지 못한단 말이냐?”

아이 묻자오되,

“선생님께서는 눈앞에 일은 아시겠습니까?”

공자 왈,

“어찌 그것이야 알지 못하랴!”

아이 여쭈오되

“그러면 선생님의 눈썹이 몇이오니까?”

하거늘, 공자께서 대답치 아니 하시고 그 아이를 칭찬하셨는데, 그 아이의 나이는 그때 칠세더라.

○ 송(宋)나라 사마온공(司馬溫公)이 육칠 세 때에 어린 아이들과 놀며 희롱(戱弄)하다가 한 아이가 물이 가득한 독 속에 빠져 나오지 못하니 다른 아이들은 그 위급한 광경을 보고 놀라며 두려워서 다 달아나되 오직 사마온공은 돌로 그 독을 때려서 물이 쏟아진 후에 빠졌든 아이가 즉시 살아났으니 대인군자(大人君子)의 행적은 어려서도 알지.

○ 양인(洋人)이 청인(淸人)을 비웃으며 하는 말이,

“너희 나라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면 곧 세수를 아니 한다하니 과연 그러하냐?”

청인의 대답이,

“너희 나라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는 대로 곧 세수를 먼저 하느냐?”

양인 왈,

“암, 그렇지. 누구든지 아침에 일어나면 곧 세수 아니 하는 사람이 없느니라.”

청인 왈,

“너희 나라 사람은 참 세수에 미친 사람이로구나! 괴이하고 이상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세상없어도 옷부터 먼저 입고야 세수를 한다.”

하니, 양인의 코가 납작하였소.

○ 한 며느리의 마음이 발칙하여 병든 시모(媤母)를 어서 죽으라고 구박이 자심(滋甚)10)하거늘 그 남편이 아무리 이르고 달래고 꾸짖어도 거거익심(去去益甚)이라. 한 꾀를 내어 장에 가서 밤 한 말을 사다가 그 아내를 주어 왈,

“내가 의원을 보고 어머님 병환을 이야기 한즉 의원의 말이 매일 밤을 이삼십 개를 구어 드리면, 이 밤 한 말을 다 못 잡숫고 돌아가신다 하기로 이 밤 한 말을 사왔으니 두고 구어 드리라.”

고 하니, 아내가 대단히 좋아하여 날마다 정성스럽게 구어서 조석(朝夕)으로 드렸더니 죽기는 고사하고 살이 보얗게 쪄서 완인(完人)11)이 된지라. 그 시모(媤母)의 생각에 ‘우리 며느리가 이제는 회과천선(悔過遷善)하였나 보다.’ 하고 아주 정답게 지내니 며느리도 또한 생각하되, ‘시어머님께서 마음을 돌려 내게 고맙게 하시니 어찌 죽기를 바라리오.’ 하고 남편더러 하는 말이,

“이제는 밤을 새우고라도 불로초(不老草)를 구하여 오라.”

하니, 남편이 그제야 마음을 놓고 그 아내에게 절하여 왈,

“하나님이 도와서 그대가 효부(孝婦)가 되었다.”

하더라니 짐승도 어미를 위하거든 하물며 사람이리오.

○ 한 사람이 술장사를 하더니 하루는 중 하나가 있어서 술을 먹을 새, 제육 안주를 많이 먹더니 주채(酒債)를 내지 않고 가거늘, 술장사가 쫓아가서 주채를 내라한즉 중의 대답이,

“내가 언제 주육(酒肉)을 먹었기에 나더러 값을 달라뇨? 그대가 정신이 없어 다른 사람을 주었나 보다.”

하니 이 사람이 분하여 무수히 힐난(詰難)하다가 관가에 들어가 정(呈)하니 원이 그 중을 불러 물은즉 대답하는 말이,

“우연이 그곳을 지내다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여 잠깐 들어가 불을 쪼이고 나왔더니 이같이 누명을 쓸 뿐 아니라, 길에서 무수히 두드려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사오니 복걸(伏乞)12) 명정지하(明正地下)에 저런 도적놈을 징치(懲治)하사 만만한 중놈으로 하여금 원한이 없게 하여 주심을 바라나이다.”

원님이 이윽고 생각하다가 관속(官屬)을 불러 냉수 한 그릇을 떠오라 하여 중에게 분부하여,

“물로 양치를 하야 도로 그 그릇에 뱉으라!”

하여본즉, 제육의 비린 냄새와 기름이 물에 뜨는 지라. 즉시 중을 형틀에 올려 매고 맹장(猛杖)13) 십 여 도(度)에 그 술값을 찾아 주더라니 가히 명관(名官)이로군.

○ 상제(喪制)14) 한 사람이 어디를 가다가 뒤가 급하매 어찌 할 수 없어서 방갓15)으로 앞을 가리우고 똥을 눌 새, 마침 개가 와서 똥을 먹으려고 볼기짝을 핥는지라. 그 상제가

“이 개, 이 개!”

쫓아도 가지 아니 하거늘, 뒤는 급하고 할 수 없어 꽁무니를 들먹들먹 하며 쫓으니 그 개가 상제의 다리 사이로 쫓아 뛰어나가다가 방립(方笠)이 목에 걸리매, 개가 놀라서 뛰어 달아나는지라. 이 상제가 바지춤을 붙잡고

“월이, 월이!”

하며 쫓아 가다가 숨이 차서 헐떡이며 쫓아가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황황(遑遑)히16) 묻는 말이,

“방립 쓰고 도망하는 개를 보았느냐?”

하니, 행인들이 그 거동을 보고 필연코 이 사람이 중병(重病)이 들어서 헛소리를 한다하고 자혜약방(慈惠藥房)으로 꼭 붙들어다가 동침17)을 한 대 주어 보내더라.

○ 한 동리에 이가 김가 두 사람이 사는데 김가의 아내가 일색(一色)이라. 이가가 흉계를 먹고 김가를 청(請)하여 술을 취토록 먹인 후에 하는 말이,

“우리 내기 하나 하자.”

“무슨 내기를 하자느냐?”

이가 왈,

“우리 둘이 내기를 하되 네가 거짓말을 잘 하면 나의 처를 내가 데려가고, 내가 거짓말을 잘 하면 너의 처를 내가 데려 오기로 하자.”

김가가 취중에 그리하자하거늘 이가가 먼저 말하되,

“나는 길에 가다가 바늘 한 개를 얻어 낫과 도끼를 장만하였더니라.”

하니, 김가가 하는 말이,

“나는 지금 집에서 죽을 먹다가 개를 주고 왔다.”

하거늘, 이가의 말이,

“네 말은 실상(實狀)이요, 내 말은 거짓말이니 너의 아내를 보내라.”

한데, 김가가 할 말이 없어서 내일 오라하고 집에 와서 그 아내를 보고 이가와 내기 하던 말을 하며

“어찌하면 좋으냐?”

하니, 그 아내가 웃어 왈,

“내일 오거든 내가 말 할 터이니 조금도 걱정 말라.”

하더니, 그 이튿날 과연 이가가 와서 부르거늘 그 아내가 대답하되,

“아니 계시다.”

하니,

“어디 가셨나 여쭈어 보아라!”

하니, 대답하되

“삼년 묵은 말가죽이 꼴을 달라고 소리를 질러서 꼴을 베러 가셨다.”

하거늘, 이가의 말이

“삼년 묵은 말가죽이 어찌 꼴을 달라 하리오?”

부인 왈,

“그러면 바늘 한 개로 어찌 낫과 도끼를 만들이오?”

하니 이가가 함구무언(緘口無言)하고 가더라니 음욕(淫慾)을 먹으면 천벌을 짓느니라.

○ 실없는 사람이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더니 어린 아이가 개천가에 앉아서 흙장난을 하거늘 이 사람이 아이에게 하는 말이,

“너의 모친이 나의 말을 아니 하더냐?”

그 아이 대답이,

“왜 아니 하셔요. 손자새끼가 아니 온다고 날마다 말씀 하셔요.”

이 사람이 도리어 욕먹은 것을 분이 여겨 그 아이의 대가리를 쥐어박으니, 그 아이가 웃어 왈

“아무리 때려보오. 나는 무섭지 아니 해요. 그러나 두 손으로 두 눈을 걸어 비키며 입을 딱 벌리고 ‘어흥!’하는 것이 무서워요.”

그 사람이 아이 말대로 “어흥!” 하였더니, 그 아이가 어느 틈에 두 손으로 모래를 훔켜서 그 실없는 사람의 눈에다 뿌리고 달아나더라니 아이고 업신여기지 못하겠고.

○ 이야기 좋아하는 재상(宰相)이 문객(門客)을 데리고 이야기를 듣다가

“무엇이 제일 무섭고 두려우냐?”

묻거늘, 문객들이 다 각각 저의 소견대로 말하건 만은, 그 재상은 한 마디도 반갑게 듣지 아니하더니 그 중에 한 사람이 말하기를,

“천하에 제일 무섭고 두려운 것은 계집과 뒷간이라.”

하니, 그 재상이

“그것이 뭐가 무섭고 두려울 것이 있으리오?”

그 사람이 대답하되,

“세상에 왕후장상(王侯將相)과 영웅열사(英雄烈士)가 누구는 계집을 대하매 굴복치 아니하는 자가 있으며, 뒷간에 들어가면 누가 오줌이나 똥을 싸지 아니 하는 자가 있으리오?”

하더라.

○ 어떤 사람이 딸을 두고 나무 잘 하는 사위를 구하더니 마침 어떤 아이가 하루 나무 열 짐씩 한다 하거늘, 데릴사위를 삼은 후에 장인이 사위더러

“나무를 하여 오되 짧잘한18) 나무로 많이 하여 오라.”

하였더니, 그 사위가 지게를 지고 산골로 다니며 이 나무 저 나무 맛을 보다가 혀를 베이고 쓰리고 아파서 나무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앓더라. 하루는 고사(告祀)를 지내는데 그 아내가 찰떡 한 켜를 둘둘 말아서 주며 하는 말이

“팥고물이나 좀 자시오.”

하니, 이 못난이가 하는 말이

“이것이 찰떡이지 어디 팥고물인가?”

그 아내의 말이

“이것 몰래 먹으라고 주니까 딱하오!”

하니,

“그러면 장인께 팥고물이라 하지.”

하며 사랑으로 들고 나가서 장인을 부르짖으며 왈,

“아니오, 이것이 팥고물이라오!”

하며 소리를 높이니 장인이 혀를 차며

“어서 잠이나 자거라.”

하거늘, 도로 들어오다가 고무래를 디디어 고무래 자루가 냅다 이마를 친즉, 깜짝 놀라 하는 말이

“아니오! 바른대로 말이지 찰떡 한 켜 주기에 먹은 죄밖에 없소!” 하더라.

○ 박진사 돈복씨는 이판서 광준씨의 서랑(壻郞)19)이라. 그 처가에 있을 때에 아내와 함께 자다가 매양 잠들기를 기다려 그 집 종을 잠통(潛通)20)하더니, 하루는 자다가 그 아내의 코를 자기 귀에 대이고 잠이 들었나, 아니 들었나 살피거늘, 아내가 짐짓 자는 체 하였더니 가만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지라. 아내가 급히 일어나서 방문을 닫아걸고 “도적이야!” 소리 지르니, 집안 하인들이 안과 밖에서 뛰어나오는지라. 박진사가 별안간 어찌 할 수 없어서 마루 밑으로 들어가 엎드렸더니 온 집안 사람들이 불을 켜가지고 사면(四面)으로 찾아도 종적이 없으매, 마지막 마루 밑을 드려다 보니 벌거벗은 궁둥이가 보이거늘, “옳다, 이것이 도적이라!” 하여 불로 지르려하니, 그 중 계집종 하나가 하는 말이 “아마 진사님 궁둥인가 보다.” 하매 하인들이 끌어내어 본즉 과연 박진사더라. 그 이튿날 그 아내가 밥을 많이 담고 고기반찬을 갖추어서 그 계집종을 불러 먹으라하며 이르되, “진사님이 잘못은 하였으나 내가 희롱(戱弄)을 너무 독하게 한지라 네가 아니었으면 진사님이 단단히 속았으려니와, 대체 네가 어찌 진사님의 궁둥인 줄 알았느냐?” 하니 그 종이 얼굴이 빨갛더라.

○ 시골 사람이 아들을 장가 들였는데 아들은 어리고 며느리는 과년(瓜年)한지라. 하루는 시부모가 들에 김매러 간 후에 저녁을 지으려고 내려오더니 신랑이 툭 치고 하는 말이, “저녁을 얼른 짓게.” 하거늘, 신부가 별안간 내다르며 하는 말이 “요놈에 것 보아라! 누구에게 하게 한다!” 하고 신랑의 두 발목을 잡아 지붕 위에 치쳤더니, 마침 시부가 들어오는지라. 신랑이 지붕 위에 있는 호박 덩굴에 얼른 엎드려 제 아내를 보고 하는 말이 “잔 호박을 딸까, 굵은 호박을 딸까?” 하더라.

○ 강대 사는 생선 장사의 딸이 장목전(長木廛)21) 하는 집으로 시집을 갔는데, 불 때는 나무는 자귓밥22)이라 이 새색시가 시집 간 지 삼일 만에 밥을 지을 새, 자귓밥이 넓적하여 잘 타지 아니 하므로

“푸우! 푸우!” 하고 앉아서 불며 애를 쓰고 있거늘,

그 시부모가 보고 이르되,

“장작을 세워 때여라! 그리하여야 잘 탄다.”

하매 그 새색시가 “네!” 하고 대답을 하더니,

“하나이라 하나, 둘이라 둘, 셋이라 셋, 넷이라 넷, 다섯이라 다섯, 여섯이라 여섯, 일곱이라 일곱, 여덟이야 여덟, 아홉이라 아홉, 열이라 열 하니, 한 뭇이오!” 하매, 시부모가 보다가 하 어이가 없어 하는 말이

“우리가 복이 많아서 밥만 지어도 떡 하는 집 같구나! 어찌 흥성흥성(興盛興盛)한지 마치 장바닥 보다 더 하구나!”

○ 한 재상(宰相)이 아들 삼형제를 두어 일찍이 다 성취(成就)하였더니, 며느리도 또한 셋이라. 매일 아침이면 삼동서(三同壻)가 시부모께 문안하더니, 하루는 시아버님의 생신이 가까운지라. 며칠 전에 그 재상이 며느리들에게 말하기를 “아무 날은 나의 생일이니 너희 삼동서가 각각 헌수(獻壽)23)를 하되, 글자를 형용하여 축수(祝壽)하라!” 하였더니, 그날을 당하매 큰 며느리는 아들을 안고 와서 하는 말이 “계집이 아들을 안았으니(好), 좋을 호자로 뵈옵니다.” 하고, 둘째 며느리는 갓을 쓰고 와서 하는 말이 “계집이 갓을 썼으니(安), 편안 안자로 뵈옵니다.” 하거늘, 끝에 며느리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좋은 글자는 두 동서에게 다 빼앗기고 다른 좋은 자가 없는지라. 이윽고 생각하다가 두 팔과 두 다리를 짝 벌리고 서서 하는 말이 “태평하다는(太) 클 태자로 뵈옵니다.” 하니, 시아버지의 말이 “클 태자의 가운데 점이 없으니(大), 큰 대자가 되였구나!”

○ 안 생원(生員)이란 양반은 아는 것도 많고 문자를 잘 쓰더니, 하루는 동리(洞里) 사랑에 놀러 간즉, 사람들이 물으매 “사람마다 큰 산을 보며 첩첩산중(疊疊山中)이라 하니, 무슨 곡절이 오니까?” 하거늘, 이 사람이 말하되 “언제나 지각(知覺)이 난단 말이냐? 웬 큰 산만 그렇더냐? 적든지 크든지 절간만 많으면 첩첩산중이라 하나니라.” 하니, 그 소년 왈 “어찌하여 그러하오니까?” 하니, 그 사람 왈 “허- 이 사람들아! 그리하여도 모르겠나? 중이 절에 가만히 앉아도 되지 못한 계집들이 불공을 드리네, 정성을 올리네, 아이를 비네, 새남24)을 하네, 각색(各色)을 청탁(請託)하고, 절에 가면 하나도 성하게 오는 계집이 있는 줄 아나? 그런고로 절간 많은 데를 위지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니 만첩산중(萬疊山中)이니 하는 것이니!” 옳지! 옳지!

○ 여러 사람이 큰 강을 건너 갈 새, 중로(中路)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거의 엎어질 지경인데, 그 중 한 사람이 꿇어 앉아 축원(祝願)하기를 “어서어서 이 배가 복선(覆船)이 되옵소서!” 하거늘, 여러 사람이 듣기에 매우 괴악(怪惡)하나 황겁(惶怯) 중에 가만 두었다가 간신이 건너간 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의론하고 복선하라고 축원하던 놈을 꾸짖어 왈 “복선이 되면 너만 죽을 것이 아니요, 여러 사람이 다 죽을 것인데 무슨 심사로 복선하라고 축원하였느뇨?” 그 사람이 대왈(對曰) “그대 네가 다 내 덕으로 무사히 건너온 줄 모르고 도리어 나를 욕하느뇨?” 여러 사람이 왈 “네 덕이 무슨 덕이냐?” 하니, 그 사람의 말이 “나는 평생에 원하는 일이 한 가지도 되는 일이 없는 고로, 복선하라고 축원한 것은 필경 내 소원대로 되지 아니 할 줄 알고 축원하였더니 과연 복선이 아니 되고 무사히 건너왔은즉 내덕 아니냐!” 하더라.

○ 이전에 삼대(三代) 홀아비 하나가 장성한 아들을 두고도 형세(形勢)25)가 없어서 장가를 들이지 못하여 걱정으로 지내더니, 하루는 그 아들의 말이 “우리가 가난하여 장가들기가 졸연치 못하니 소자의 생각에는 약차약차(若此若此) 하였으면 혹시 될듯합니다.” 아비 왈 “만일 그렇게 되면 오죽 좋으랴! 상담(常談)에 이르기를 ‘뜨물에도 아기든다’26) 하니 그리하여 보자.” 하고 몽둥이를 들고 아들을 때리고 쫓아다니며 소리를 질러 왈 “이 못난 자식아! 대대(代代) 홀아비가 소원이냐? 왜 장가들기를 싫다하니? 너 같은 자식은 일찍 죽어라!” 남이나 살자하며 기를 쓰고 쫓아다니매 그 아들이 울며불며 쫓겨 다니다가 이웃집으로 피하여 들어가니 이집은 모녀만 사는 집이라. 그 집 마누라가 울며 들어오는 아이를 보고 그 연고를 묻는데, 그 아이 대답 왈 “장가가 무엇인지 우리 집에서 자꾸 장가를 가라는데 내가 장가가기를 싫다 하였더니 우리 부친이 나를 죽인다고 몽둥이 집을 당한 고로, 매에 못 이기여 이곳으로 쫓겨 들어 왔습니다마는 대관절 장가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여야 하지요.” 하며 어리석은 모양으로 울음을 그치지 않거늘 마누라의 성품이 본래 인자하여 매우 자상한 터이라 알아듣도록 일러 주어도 그 아이는 그대로 시지고지를 깐깐이 캐어물으니 그 마누라가 나중에는 귀찮아하여 말하되, “아이, 답답도하다! 이렇게 하여도 모르겠느냐?” 하고 자기의 딸을 잡아끌더니 일변(一邊) 족두리를 씌우고 절을 시키며 혼인하는 절차를 일일이 말하여 왈 “자, 이만하면 알 터이니 네가 장가들거든 이대로만 하려무나.” 하였더니, 그 아이가 시치미를 뚝 떼이고 하는 말이 “오늘 장가를 들었는데 사위스럽게 또 무슨 장가를 가요?” 하더라니, 부지불각(不知不覺)에 장가는 잘 들었더라.

○ 연안(延安)류진사가 부산에 볼일이 있어서 내려갔다가 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동행하여 오는 사람더러 실없는 말로 “차표가 없어도 차를 타는 도리가 있는 걸 공연이 차표를 샀다.” 하였더니, 한 사람이 귀를 기우려 듣거늘, 류진사가 그 눈치를 알고 연방 이야기를 하되, “나는 이 정거장에서 저 정거장까지 표 없이도 곧잘 다녔다.” 하매, 그 사람이 차에 내려서 류진사에게 “표 없이 차타는 법을 가르쳐 달라.” 하며, 술대접까지 하거늘 류진사가 픽 웃으며 하는 말이 “조금 수고는 되지만은 여기서부터 슬금슬금 걸어 이 다음 정거장까지만 가고 보면 표 없어도 관계없이 갈 수 있소.”

○ 학자님이 제자들의 의견을 보려고 물어 가로되, “내가 돈 한 푼을 줄 것이매 너희들이 공론(公論)하여 무슨 물건이든지 이 방에 가득이 채워 놓겠느냐?” 하였더니, 갑동이라 하는 아이는 육(肉)초27) 한 가락을 사다가 켜놓으니, 명랑(明朗)한 화광(火光)이 방에 가득하며, 을남이라 하는 아이는 짚 한 단을 사서 불을 피우매 매운 연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거늘 학자님과 여러 동접(同接)들이 모두 무릎을 치더라니, 과연 의견 있는 아이.

○ 세상에 무식한 것이 한(恨)이 되고 원(怨)이 되여 아들도 아니오, 단지 딸 하나 있는 것을 천자(千字)만 가르쳤는데, 그 딸을 시집 보내려한즉 딸의 말이 “천자문장(千字文章)이 있어야 시집을 가겠노라.” 하는 고로 그 부모가 천자문장을 구하든 차에 생강장사 아이가 들어와서 “채중개강(菜重芥薑)28)이라하오니 생강 삽시오!” 하거늘, 그 주인 생각에 ‘저 아이가 아마 천자문장인가 보다.’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그 딸에게 하는 말이 “이제야 천자문장 하나 보았다.” 하니, 그 딸이 사랑골방으로 나와서 놋요강에 오줌을 쏴하고 누었더니 생강장사가 오줌 누는 소리를 듣고 왈 “공곡전성(空谷傳聲)29)이라!” 하니, 그제야 그 딸이 “이 아이는 과연 천자문장이라!” 하며 좋아하거늘, 그 부모가 즉시 택일(擇日)하여 생강장사를 사위로 정하였는데, 첫날밤에 신부가 방에 쳐 놓은 백자동(百子童) 병풍을 가르치며 글을 지으라 하매 신랑이 응낙(應諾)하고 “도사금수(圖寫禽獸)30)라.” 하였더니, 신부가 화를 내어 왈 “졸장부라!” 하고 내어 쫓거늘 신랑이 하릴없이 쫓겨 나와서 담밑에 가 섰더니, 마침 장인이 보고 묻는데 사위가 그 사연을 설명하여 왈 “화채선령(畵綵仙靈)31)이라 할 것을 도사금수(圖寫禽獸)라 하였다가 내가 내어 쫓기매 운등치우(雲騰致雨)32)하는 날에 속이원장(屬耳垣墻)33)하였나이다.” 장인이 곧 딸을 향하여 사위에 문자 쓴 이야기를 하며 칭찬하니, 딸이 “진작 그렇게 문자를 쓰지.” 하고 신랑을 도로 불러 드리라 하니 무식한즉 미상불(未嘗不) 장가들기도 미안한 일이로다.

○ 딸 낳는 이가 있어야 아들 둔 사람이 며느리를 보건마는, 딸은 자식으로 치지 아니 하는 곡절은 무슨 까닭인고? 포천 이생원이라 하는 사람이 연장(年長) 오십에 딸은 두었으나 아들이 없어 첩을 두었더니, 본처는 그 남편이 어서 늙어야 첩이 가겠다 싶어서 그 남편이 소세(梳洗)34)할 때마다 흰털은 남기고 검은 털만 뽑아 주며, 첩은 그 남편이 늙어 가는 것을 민망하여 남편을 볼 때마다 검은 털은 위해 두고 흰털만 뽑아 주는 고로, 어언간(於焉間) 그 남편은 대야 머리가 되었는지라. 거울을 대하여 한탄하되 “첩과 처를 가진 사람은 재물(財物)에게 화를 없애어 어렵지 않게 하며, 또한 이발할 염려도 없겠다.” 하더라.

○ 한 사람이 장가를 드는데 그 삼촌이 구차(苟且)하여 술잔이나 얻어먹으려고 상객(上客)으로 따라 갔더니 사돈집에서 참 상객 대접을 잘 하더라. 상객이 마음에 호강스러워서 한 잔 먹은 김에 관망(冠網)35)과 도포(道袍)를 벗어서 시렁 위에 얹으며, 관망 도포보다 십 배나 추잡한 중의(中衣)36) 적삼은 활활 펴서 옆에 놓고 더운 방 좋은 자리에서 평안이 자더니, 그 이튿날 아침에 술상을 가지고 나와 본즉 상객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그 옆에 걸레가 놓였거늘 집어다가 마루를 닦더라. 상객이 깨어본즉 자기의 중의 적삼으로 걸레를 만들었거늘 민망하나 어찌할 수 없어 벌거벗은 몸에 도포만 입고 건망한 후에 잔뜩 굻어 앉아 술을 마시더니, 사돈이 나와 앉거늘 상객이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가겠다하니, 사돈 왈 “그러면 말이나 타고 가시오.” 상객이 생각하매 말 타다가 도포가 벗겨지면 볼기짝이 드러나서 망신할까 염려하여 걸어가겠다고 사양하여도 여러 사람들이 억지로 말에 올려 앉히는 바람에 도포 자락이 날려서 상객의 궁둥이가 드러나매, 여러 사람은 허리가 고부라지게 되고 상객은 얼굴에 붉은 빛을 띄우매 다시는 상객 노릇을 못하게 되었다고 맹세를 산더미같이 하더라.

○ 한 개화(開化)한 양반이 일곱 살 먹은 딸을 소학교에 보내어 십 년 만에 졸업하고, 또 학교에 보내어 사 년 만에 졸업한 후 또 대학교에 보내어서 내년이면 졸업하여 학교의 교사로 뽑혀서 월급이 매삭(每朔) 팔십 원이나 될 터인데, 그 부친이 개화한 체하나 속에서는 양반의 똥만 들어서 그 동안을 못 참고 청송 심진사와 혼인을 정하고 딸더러 하는 말이 “네가 나이 십팔 세나 되었은즉 이제는 학교를 하직(下直)하고 시집을 가거라.” 한대, 딸의 대답이 “소녀가 시집은 천천히 가도 내년이면 대학교에 졸업인즉 졸업을 기어이 맡아야 소원 성취하겠다.” 하거늘, 그 부친이 꾸짖어 왈 “자식이 아비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천륜(天倫)을 어김이라.” 하니, 딸이 그 길로 미국에 가서 오륙 년을 공부하고 나와서 여자 사회에 대(大)선생이 되고, 처음 혼인 정하였던 신랑과 아름다운 언약을 맺으니, 그 부친이 그제야 마음이 푸근하여서 누구든지 보면 권고(勸告)하여 왈 “자네 딸은 생전에 시집보내지 말라.” 하니, 남들이 흉보기를 “늦게 시작한 지랄은 날 새는 줄 모른다 하더니, 개화도 온개화가 쓸만하지 반개화는 재미적어.”

○ 만석꾼의 아들 오입쟁이가 평안 감영(監營)이 좋다하는 말을 듣고, 연광정(練光亭)37)에 올라가서 사면으로 경개(景槪)를 구경하더니, 모란봉 높은 봉은 하늘을 괴여있고 영명사(永明寺)38) 종소리는 추풍을 따라 울며 대동강 맑은 물에는 밝은 달이 잠겨 있어 노는 사람의 흥치를 돋우더라. 이 사람이 구경에 재미를 붙여서 매선이라 하는 기생과 매일 풍류와 주색으로 세월을 보내더니, 만석꾼이 그 소문을 듣고 급히 올라오라고 전보하매, 이 사람이 매선이와 이별할 새 매선이가 연연(戀戀)하여 눈물을 머금고 하는 말이 “이왕에 올라가실 터이면 정표로 앞니 하나를 빼어 달라.” 하거늘, 빼어 주고 올라온즉 전일 만석꾼이 지금 쇠전 한 푼 없어 숲 속에서 개미가 코를 골고 곡간에는 생쥐가 가래톳이 낫더라. 이전 생각을 하고 비창(悲愴)하나 하릴없어서 홧김에 다시 평양으로 내려가서 매선의 집에 갔더니, 매선이 본즉 전일에는 능라주의(綾羅紬衣)39)로 감고 있던 사람이 폐의파립(敝衣破笠)이 불성(不成) 모양이어 늘 본체만체하고 냉대하니 이 사람 왈 “이애, 매선아! 내가 전일에 너와 나와 놀 때에 돈도 많이 썼고, 정의로 말 하더라도 ‘대동강이었고, 모란봉이었다.’ 하더니, 오늘은 이다지도 괄시하매 너무 야속하고나!” 매선이 대 왈 “그런 줄 인제야 알았소? 돈이 있어야 정이 들지 정만 있으면 돈이 되나?” 하니 이 사람이 정말 기가 막혀 왈 “그러면 정표로 빼어주었던 앞니나 도로 내어라.” 하니, 매선이가 큰 비단주머니하나를 내어주며 왈 “이 속에 앞니 여러 백 개가 있으니 마음대로 골라 가거라.” 하거늘, 이 사람이 탄식 왈 “이러할 줄 알았더라면 공연이 외입을 하였구나! 고아원에 보조나 하였더라면 명예나 얻었을 것이지마는.

○ 예전 어느 고을에 수절하는 과부 하나가 있으니 인물은 일색이요, 재주는 백공(百工)이라. 그 동리 부자 하나가 상처(喪妻)한 후 그 과부를 데려다 살고자하여, 한 계교를 내어 그 동리 존위(尊位)40)와 두민(頭民)41)과 읍내 사는 아전과 사령들에게 각각 돈을 많이 주고 “약시약시(若是若是)하라.” 부탁한 후에, 원(員)에게 소지(所志)42)를 정(呈)하였으되, ‘저의 동리에 있는 과부와 수년 동거하더니 별안간에 트집하여 살기 싫다 하오니, 밝은 정사로 공정케 판결하시옵소서.’ 원이 소지를 본 후에 과부를 불러 물은 즉, 과부가 아뢰되 “빙옥(氷玉)같은 몸에 지랄같은 누명을 듣사오니, 이런 원통한 일을 어찌 하오리까!” 원이 그 말을 들은 즉, 수지오지자웅(誰知烏之雌雄)43)이리오? 이윽고 생각다가 하는 말이, “그러 하오면 그 동리 존위와 두민을 불러 드리라!” 하여 물어 본 즉, 먼저 부자의 약속대로 과연 그 과부가 부자와 한가지로 살았다 하거늘, 그리하여도 원님 생각에 미심(未審)하여 왈, “너희들 말과 같을 진대, 소문이 파다하여 읍내에도 응당 알 터이니 관속들을 불러 드리라!” 하여 물어 본 즉, 관속의 말도 또한 존위와 동장의 말과 같거늘, 그 과부가 기가 막혀서 여쭈오되, “이왕 이 지경이 되었은즉, 좌우를 잠깐 물리시면 할 말씀이 있습니다.” 원이 좌우의 사람을 다 물리친대, 과부가 원님 앞에 바싹 들어서서 하는 말이, “소녀의 애매한 일은 하늘과 땅이 다 알 터이오나 그러하오나 저 부자가 소녀와 동거하였다 하오니, 이왕에 동거하였을 지경이면 소녀는 젖이 외통젖이 온즉, 부자를 불러서 물어 보옵소서.” 원님이 그렇게 여겨 부자더러 물어 왈 “저 과부와 같이 살았으면 무슨 표가 있느뇨?” 하였더니, 부자는 돈만은 사람이라, 돈 많이 먹은 사령 하나가 마루 밑에 숨어서 그 말을 들었다가 부자에게 전하였으므로, 부자의 대답이 “저 과부와 살았을 바에는 어찌 표를 모르리오! 과부의 젖이 외통젖이올시다!” 하거늘, 그제는 과부가 벼락같이 호령 왈 “이놈아! 천황씨 이후에 외통젖이 있더냐? 자― 보아라! 내 젖은 둘이다!” 함에, 부자는 돈만 풀을 쑤었지. 그런 열녀를 어찌 훼절(毁節)하리오!

○ 한 부자가 딸의 집에 갔더니 딸이 뜰에서 닭깃갑이풀을 말리면서 “아버님 점심하여 잡숫고 가시옵소서.” 하고 닭깃갑이풀만 뒤적거리고 말만 하매, 부자가 그냥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마누라더러 “내가 죽었다고 딸에게 통기(通奇)하라.”하고, 죽은 모양을 하더라. 딸이 통부(通訃)44)를 듣고 급히 친정에 와서 대성통곡하면서 하는 말이, “어저께 아버님께서 우리 집에 오셨길래 햅쌀밥 짓고 씨암탉 잡아 점심을 차려 드렸더니 달게 잡순 후 말씀하시기를, ‘올해 논 닷 마지기와 개똥밭 이틀갈이를 주마.’고 단단상약(斷斷相約)하시더니, 별안간에 이게 웬일이야!” 하면서 울거늘, 부자가 벌떡 일어나며 하는 말이, “요, 간능(幹能)한45) 년아! 내가 갔더니 네가 닭깃갑이풀만 뒤적거렸지, 점심은 무슨 점심이며 내가 언제 논과 밭을 준다고 하였느냐 하면서 우느냐?” 하니, 딸이 울다가 놀라고도 부끄러워하는 말이, “아버님 죽음은 정죽음이오, 내 울음은 정울음인가?”하니, 남은 딸의 덕으로 부원군(府院君)46)도 된다는데 이런 딸도 있는가!

○ 구차한 농부 하나가 고개 넘어 동리에 가서 저녁나절에 도로 가져오마, 하고 소 한 필을 빌어다가 밭을 갈고 나니까 해가 다 넘어 간지라. 농부가 탄식 왈, “소를 도로 갖다 주어야지만 할 터인데, 이 밤에 고개를 넘어 가자하니 도적이 무섭고 내일 갖다 주자 하니 남에게 실신이 될 터인즉, 어찌 한단 말인가?” 하고 괴탄(愧歎)할 새, 그 아들 여덟 살 먹은 아이가 여쭈오되, “어찌 도적을 꺼리어서 막중한 신의를 지키지 아니하면 이 다음에 누가 말을 신용하여 무엇을 빌리느뇨. 소자가 갔다가 두고 오겠습니다.” 하고, 이에 소를 끌고 고개를 넘어가더니 과연 도적놈들이 좌우 산 밑으로 나서며 “요놈! 어두운 밤에 조그만 놈이 소를 끌고 어디를 가느뇨?” 아이 답왈, “나는 이 앞 동리에 사는 아이인데 웬 사람들이 와서 나더러 약시약시(若是若是)하라 하는데, 그 사람들의 행색을 본즉 허리에 무슨 노내끈 같은 줄을 차고 손에는 봉자를 들고 입에는 호각을 물었어요.” 한데, 그 도적놈들이 대경하여 풍비박산(風飛雹散)하거늘, 그 아이 그 소를 무사히 갖다 주었으니, 적은 아이가 어찌 이러한 의견이 들었는고? 신통한 아이로다!

○ 궁벽 산촌에 청춘 내외가 사는데 남편이 비록 나이는 젊으나 남과 같이 똑똑치가 못한 것이 태정이 쉼직함으로 그 아내가 항상 답답히 여기더라. 하루는 그 아내가 베 한 필을 짜서 그 남편을 주며 부탁하되, “이것을 가지고 장에 가서 팔아 술도 자시고 밥도 사 자시고 남는 돈으로는 무슨 물건이든지 싼 물건이 있거든 사가지고 오시오.” 하니, 남편이 그 베를 받아 들고 장에 가서 구십 전에 팔아 가지고 술과 밥을 마음대로 사 먹은 후에, 나머지 돈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 중에 싼 물건이 있나 듯 보더니, 한 곳에 이르니 빛이 거무스름하며 푸르뎅뎅하고 크기가 방구리 만하게 둥그런 물건 하나가 있거늘 “이것이 무엇이냐?” 물은즉, 장사의 대답이 “네. 이것은 당나귀 알이올시다.” 하거늘, 그 자 왈 “그러면 값이 얼마나 되느뇨?” 장사 답왈 “이것을 일 원씩 받는 것인데 다 팔고 다만 한 개가 남았으니 팔십 전만 내고 사 가시오.” 하며 가장 싸게 파는 것 같이 하니, 그 자가 답왈 “돈이 칠십 전 뿐이니 그 돈에 팔라.” 하여 사 가지고 가장 싼 거래나 한 듯이 질방47)을 걸어지고 집에를 돌아오니, 그 아내가 이것을 보고 눈살을 찡그리고 왈 “에구, 딱도 해라! 이까짓 수박은 왜 칠십 전이나 주고 사왔소?” 남편 왈 “무엇이야! 이것이 무엇인 줄이나 아나? 이것이 당나귀 알인데 수박이란 것이 다 무엇인고? 그런 부정한 말은 다시 앞서 하지 마오!” 하고, 햇솜에 싸서 따뜻한 아랫목에 묻어 두고 날마다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당나귀 나오기만 기다리더라. 하루는 그 아내가 드려다 본즉, 수박이 곯아서 물이 줄줄 흐르거늘 걸레로 씻어 남편을 주며 왈 “당나귀 알이 곯았으니 내어다 버리시오.” 하거늘, 그 남편이 혀를 끌끌 차며 왈 “에그, 아까워라!” 하며, 하릴없어 들어다 동리 앞 수풀에 동댕이를 쳐 버렸더니, 난데없는 당나귀 새끼 한 마리가 어디로서 강정강정 뛰어서 그 앞집으로 들어가거늘, 그 자가 이 나귀 새끼를 쫓아가서 주인을 불러내어 왈, “우리 당나귀 알 깐 것이 댁으로 뛰어 들어 갔사온즉 내여 주시오.” 하니, 주인이 듣기에 하도 우스워 그 사람을 끌고 마구간으로 들어가 본즉 과연 당나귀 새끼가 있는지라 의심 없이 그 나귀새끼를 주어 보내니, 그자는 이 나귀새끼를 끌고 그 아내에게 말하여 왈 “하마터면 당나귀 새끼를 잃어버릴 뻔 하였소.” 하더라니, 실상인즉 알로 깐 당나귀 새끼가 아니라 남의 집 당나귀에 새끼더라.

○ 한 사람이 고르고 골라서 나이 삼십에야 장가를 들었더니, 그 여편네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세간 살림에는 등한하고 다만 머리 빗고 이마 털 뽑기에 한나절씩 지체하거늘, 그 사나이가 보기에 괴란(愧赧)하여 하는 말이, “여보, 모양도 가끔 내야지 보기에 어여쁘지! 무슨 모양을 날마다 아침이면 반나절씩을 괴망(怪妄)하고 야단스럽게 내오?” 하니, 그 여편네 대답이 사나이가 왜 그리 잔 말만 하오. 머리 빗는 것이 보기 싫거든 대야머리48) 진 년을 데리고 살구료.

○ 교사 한 분이 학도(學徒)에게 언문(諺文)을 가르치는데, 그 중 큰 아이가 정신이 부족하여 기억 니은을 한 주일이나 읽어도 기억치 못하거늘, 교사가 환약(丸藥) 두 개를 주며 가로되 “이것을 먹으면 정신이 쇄락(灑落)49)하리라.” 학도가 한 개를 먹으려 하거늘, 교사 왈 “네가 무슨 소원으로 이 환약을 먹으려 하느뇨?” 그 학도 답왈 “이 학생이 항상 글 정신이 부족하여 이 약을 먹고 문장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고, 한 개를 꿀떡 삼키거늘 그 후로부터 이왕 배운 글은 물론하고 배우지 않은 글도 황연이 자득하겠거늘, 환약 한 개는 싸고 싸서 향낭(香囊)에 감추니 교사가 이것을 보고 또 뭇되, “그 환약 한 개를 마저 먹지 않고 무엇에 쓰려고 감추느냐?” 학도 답왈 “선생님의 은혜로 이같이 신통한 환약을 먹어서 모르던 글을 소원대로 알았삽거니와, 나머지 한 개는 두었다가 일후에 많이 연구하여 무엇으로 어떻게 만든 것을 터득하여 만들어서, 저와 같이 기억력이 부족한 사람을 배양하려고 생각하나이다.” 하였으니, 사람이 무엇이든지 연구가 없으면 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못하느니라.

○ 옛적에 한 임금이 계신데 그때에 이름난 신하 윤행임에게 물으시되 “임금은 의(義)를 베풀고 신하는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긴다하니, 경(卿)이 신자(臣者)의 도리를 능히 지켜 임금의 명령을 능히 거역치 아니 할까?” 운행임이 답왈 “신자지도(臣者之道)에 어찌 역명(逆命)하오리까? 신(臣)은 죽을 일에도 목숨을 아끼지 아니 하겠나이다.” 상(上)이 가라사대 “그러면 경(卿)이 능히 저 연못에 빠져 죽겠느뇨?” 윤행임이 봉명(奉命)하고 즉시 연못 앞으로 가서 빠질 듯 빠질 듯하다가 다시 돌려서거늘, 상이 질노(叱怒)하사 가라사대 “경(卿)이 연못에 빠지지 아니 하였으니 이는 임금을 속임이로다.” 윤행임이 대왈 “황송무지(惶悚無知)오나 실로 신(臣)이 연못에 빠지려 하였삽더니, 연못 가운데 명라수(溟羅水)에 빠져 죽은 굴원(屈原)의 혼령이 나와서 웨어 가로되 “나는 어두운 임금을 만나서 물에 빠져 죽었거니와 그대는 성군(聖君)을 만났는데 무슨 이유로 물에 빠져 죽으려 하느뇨? 하옵기로, 과연 못 빠졌나이다.” 상(上)이 대열(大悅)하시더라.

○ 숙질이 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데, 삼촌이 조카에게 왈 “한데 눈 팔지 말라.” 하거늘, 조카 대왈 “아저씨는 왜 한눈을 파셔요?” 삼촌 왈 “내가 언제 한눈을 팔았느냐?” 조카가 입술을 비죽비죽하여 왈 “아저씨가 한눈을 팔지 아니하였으면 내가 한눈을 팔았는지 두 눈을 팔았는지 어찌 보셨소?” 하매, 삼촌이 왼눈을 휘두르며 왈 “이애, 그런 말을 집에 가서 옮기지 마라!” 하더라.

○ 큰 절에 완승이라 하는 중 하나가 있는데, 이 중의 심술은 쇠고집 같고 일하기는 죽기보다 싫어하되 먹는 대는 남에 뒤지지 않더라. 하루는 저녁을 먹을 새, 여러 중들이 의론하되 “완승은 종일 어디로 갔노? 오늘은 저녁이 되도록 아니 들어오네. 그러나 완승의 밥을 담지 아니하였으니 또 무슨 심술을 피울는고? 우리 한 번 그 심술을 꺾자.” 하고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밥 한 술씩을 덜어서 그릇에도 담지 아니하고 둥글둥글 뭉뚱그려서 방 가운데 놓아두었더니, 조금 있다가 완승이 저녁을 먹으러 돌아와 본즉, 제 밥을 그릇에도 담지 아니하고 방바닥에 놓였거늘 기가 막혀 물끄러미 드려다 보더니, 별안간에 뛰어나가서 물 한 동이를 떠다가 밥 놓은 데다가 들어부으매, 온 방안으로 물이 가득한 지라. 여러 중이 뛰어 나가면서 욕을 한대 완승의 말이 “이 애들아! 나는 밥을 물 말아 먹는데 욕은 왜 하느냐?” 구구는 팔십일.

○ 어리석은 부인 하나가 한 옹기장사를 불러 자배기50) 한 개를 사는데 그 값을 물은즉, 아홉 닢을 달래거늘, 부인 왈 “아홉 닢은 과(過)하니 구 푼만 받으라.” 하니, 옹기장사가 처음에는 아니 판다고 하더니 못 이기는 체 하고 하는 말이 “밑지지만은 마수걸이 흥정이기로 판다.” 하며, 구 푼을 받아 가는지라. 부인의 생각에 횡재나 한 듯이 기뻐하더니, 그 남편이 어디 갔다가 들어오거늘 부인이 와락 나오며 자배기를 갖다가 앞에 놓고 자랑하되 “나는 생전 처음으로 횡재하였소!” 남편 왈 “무엇을 얼마나 주었기에 횡재하였다 하오?” 부인 왈 “자배기 하나에 아홉 닢 달라는 것을 구 푼만 주었으니, 횡재나 다름없지!” 남편이 듣고 허리가 잘록하게 웃으며 혼잣말로 ‘아홉 립과 구 푼이 이름이 달라서 횡재로군!’

○ 도감포수의 아내가 미련하기 짝이 없어 항상 한탄하더니, 어느 날은 양을 사다가 주고 양즙을 내어 달라 하였더니 그 아내가 대답은 하였으나 양즙 낼 줄을 몰라서 무한이 생각하다가 맷돌에다 간즉 질깃질깃하고 잘 갈리지 않거늘, 괴탄(愧歎)을 무수히 하다가 한 의견을 내어 절구에 넣고 찧은즉 절구공이가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찌어지지 않거늘 화증이 나서 물동에 넣고 두 손으로 불끈불끈 주무르니, 그제야 부유스름한 물이 나오거늘 대단히 기뻐하여 왈 “그러면 그렇지! 내 솜씨로 이까짓 양즙이야 못낼소냐?” 하고, 그 뿌연 물을 남편 앞에 다가 바짝 드러 놓으며 “양즙 잡수!” 남편이 보고 기가 막혀 껄껄 웃는데, 아내의 생각에는 칭찬함인 줄 알고 하는 말이 “조금 잘못하면 왕방울 솥을 가시고 잘하면 너무 좋아서 웃지.”

○ 탁춘추라 하는 생원님 한 분이 나귀를 타고 친구의 집을 찾아 가는데, 평생에 글을 어찌 좋아하던지 손에 책을 놓는 때가 없는 고로, 나귀 등에서 책을 펴들고 글만 재미롭게 보는 고로, 고삐를 놓쳤더니 본래 꾀 많은 나귀가 얼마 쯤 다가가기 싫은 생각이 나는지 돌아서서 저의 집으로 주르르 들어가는데, 생원님의 마누라가 내어다 보고 웃거늘, 생원님은 책만 보다가 눈결의 얼른 보고 얼굴을 가리시며 “어, 이집도 망하였지! 여편네가 남의 집 사나이를 내어다가 응이라이라.”

○ 어느 동리 아들 한 사람이 며느리를 보았는데 그 며느리도 규모 있게 살림을 하여도 항상 부족이 여기더라. 하루는 며느리가 국을 끓이는데, 마침 고기장사가 왔거늘 며느리가 고기를 이리저리 주물럭주물럭 하다가 “한 덩이도 먹음직한 것이 없다.” 하고 내어보낸 후에, 그 손 씻은 물로 국을 끓여서 시부(媤父)의 진지 상에 놓았더니, 시부(媤父)가 그 국을 마시며 왈 “오늘 국은 구수하게 제법이다.” 며느리가 그 이야기를 한데 시부가 대노(大怒)하여 왈 “이 집은 규모가 있을 것 같으면, 그것을 장독에 풀어서 오래 두고 먹을 게지, 살림을 그렇게 헤프게 하다가는 큰일 나겠으니 빨리 네 집으로 가라!” 하는지라. 며느리가 쫓겨 가며 이웃집 늙은이에게 설은 사정을 하였더니, 그 늙은이가 혀를 차며 왈 “열 번 쫓겨 가야 싸지! 장독에 풀기커녕 우물에다 풀었으면 동리 사람이 모두다 누른 맛을 보았지!”

○ 밀양 사는 손 학자가 사랑 앞 배나무에 배를 따서 친기(親忌)51)에 쓰려고 그 부인에게 맡겼더니, 어린 아들이 시시(時時)로 보채는데 못 이기어 하나씩 둘씩 꺼내어 준 것이 부지 중에 다 없어졌는지라. 친기 날을 당하여 학자가 배를 찾은즉 부인이 배 없어진 사실을 말하거늘 학자가 대로(大怒)하여 처자를 몹시 꾸짖다가 스스로 말 하되, “내가 얼마나 제가(齊家)를 잘 하였으면 위선(爲先)52)하야 둔 실과(實果)를 가속(家屬)이 마음대로 없앴을꼬?” 하고, “매를 하여 오라!” 하더니, 사당(祠堂) 앞에 가서 스스로 볼기를 까고 엎드려 자기가 조상의 교훈을 대신하여 전한다 하고 그 부인더러 분부하여 왈 “제가(齊家)를 그 모양으로 하는 자식이 어디 있으랴! 네, 그 놈의 볼기 열 개를 매우 치라!” 하거늘, 그 부인이 남편의 하는 거조(擧措)53)가 우스워서 매를 골라 들고 한 개를 눈에 불이 번쩍 나게 떼리니, 학자가 얼른 일어나며 “이애, 아홉 개는 두었다가 이다음에 따리라 하옵신다!”

○ 어떤 아이가 초년 고생할 수(數)라는 말을 듣고 부자의 집에 가서 사랑을 지키고 있는데, 그 집 주인의 마음이 대단히 검어서 평생에 남의 것만 바라고 저의 것이라고는 털끝만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거늘, 그 아이가 하루는 세수를 할 새 비누를 먹더니 주인이 보고 웃으며 하는 말이 “이 애야, 비누는 검은 얼굴을 희게 닦는 것인데 먹기는 왜 먹느뇨?” 그 아이 왈 “주인 영감께서 너무 마음이 검은 것을 보니 저도 그러할까 염려 하여 얼굴은 검더라도 마음이나 깨끗하라고 비누를 먹습니다.”

○ 못난 사람 하나가 처가에를 갔더니 장모가 대접하느라고 수수경단(瓊團)을 하여 주거늘 먹어 본즉 맛이 훌륭한지라. 무엇으로 만드는 법과 이름을 물으니, 장모 답 왈 “자네 처가 잘 만드는 것인즉 집에 돌아가서 먹고 싶거든 만들어 달라하라.” 하고, 왈 “이름은 수수경단이라.” 하거늘, 못난이가 기뻐하여 돌아올 때에 행여 이름을 잊어버릴까 조심하여 외워 왈 “수수경단, 수수경단!” 입으로 부르면서 오는데, 길에 개천이 있는지라 건너 올 때에 이여차 소리를 지르며 건넌 후에 수수경단이 이여차로 변하여 이여차 이여차 소리하며 불이 펄쩍 나게 외우며 집에 돌아와서, 자기 처더러 “이여차를 좀 만들어 달라.” 한즉, 그 처는 “금시초문(今始初聞)이라 이여차라는 것은 줄다리는 데서 하는 소리니 줄다리는 사람더러 맞추구려!” 한데, 못난이가 기가 막혀 하는 말이 “장모께 들으니까 자네가 이여차를 잘 만든다는데?” 아내 대 왈 수수경단은 만들 줄 알아도 이여차는 모르오. 하거늘 못난이가 대 왈 “옳지! 옳지! 수수경단 이여차 말이야!”

○ 한 사람이 자기 딸더러 하는 말이 “이야, 너도 과년(瓜年)하여 시집을 가야 할 터인데, 요새 이 청년자제들은 부랑경박(浮浪輕薄)한즉, 나이 한 오십 세 들어도 학식 있고 경험 있는 마땅한 신사가 있으면 그리로 시집을 가는 것이 네 마음에 어떠하냐?” 딸이 대 왈 “나는 오십 된 남편하나보다 이십오 세 된 남편 둘 두는 것이 낫지요.”

○ 하향(下鄕) 사람이 서울 와서 주인을 정한 후에 의복을 개비하고 나서서, 탑골공원도 구경하고 동물원도 구경하고 박물관도 관람하며 또한 각처로 다니며 노닐다가 석양에 주인집을 찾아 올 새 길이 번화하여 어수선한 고로, 주인 정하여 놓은 집이 아리송하여 이 집이 그 집 같고 저 길이 그 길 같으며 개미 쳇바퀴 돌 듯 저물도록 돌아다녀도 찾을 수 없거늘 한 의사(意思)를 생각하고 어떤 집에 가서 “여보시오, 여보시오!” 불렀더니, 앵무 같은 계집종이 나와서 “어디서 왔느뇨?” 하니, 그 사람이 대 왈 “이 집에 아까 똑 나와 같은 사람이 오지 아니 하였나이까?” “나는 모르겠으니 조금 기다려 보시오. 손님네 같은 양반이 혹시 올는지 알 수 있느뇨?” 그 사람이 왈 “그렇게 억이질 것이 아니라 내가 첫 서울인 고로 주인집에서 나와서 집을 잃고 찾아다니는 길이노라.” 종이 대 왈 “아이고, 가엾어라! 그리하매 목에다가 통호수를 써서 목에다 걸고 다니지요!”

○ 한 큰 집에 쥐 잡는 고양이가 있어서 쥐를 멸종할 지경이 된지라. 쥐들이 비밀이 종회(宗會)54)를 붙이고 그 고양이를 없애거나 그렇지 못하면 피할 도리를 강구할 새, 의론이 분분한 중에 가장 어린 쥐 한 마리가 나와 서서 회장을 부르고 동의 하되 “그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으면 그 놈이 꼼짝만 하여도 딸랑딸랑 할 터이니, 우리는 때맞추어 피하는 것이 상책이겠소.” 한데, 회중이 대희(大喜)하여 손뼉을 치며 갈채하거늘, 그 중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고 하는 말이 “저 어린 친구의 계책이 좋기는 하오 마는 누가 가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오실는지, 누구 가실 이 계시거든 손드시오!” 하매, 회중이 아무 말 못하고 다 헤어지더라.

○ 대대로 김사계 윤명재의 문인(門人)으로 관혼상제의 예절 지키기로 천명(擅名)55)한 황학자라 하는 이가 있는데, 그 아들을 장가 드릴 새 자기와 같이 예법 아는 집 딸로 며느리를 삼기 원하더라. 이 소문이 전파되매 한 처자가 자청(自請)하고 황학자의 며느리가 된지라. 학자가 이같이 정당(正當)한 며느리를 데려온 후 그 이튿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소세(梳洗)56) 관망(冠網)57)하고 며느리의 문안을 받을 차로 잔뜩 굻어 앉아 기다리더니, 일고삼장(日高三丈)58)하도록 며느리의 그림자도 볼 수 없거늘, 하인을 분부하여 왈 “여보아라! 춘섬아! 새아씨 여태껏 문안을 들어오지 아니하니 웬일인가? 네 가서 동정을 살펴보아라.” 춘섬이가 신부방에 가서 본즉 신부가 의상을 정제(整齊)하고 앉았거늘 춘섬이 여쭈오되 “아씨 해가 늦었습니다. 노(老)샌님께서 문안 받으시려고 기다리고 앉아 계십니다.” 신부 왈 “춘섬아 노샌님께서 사당(祠堂)에 다녀오셨느냐?” 춘섬이 왈 “다녀오지 아니 하셨소.” 신부 왈 “나는 샌님께서 사당에 다녀오신 후에야 문안을 드리려고 이러고 앉았다.” 하거늘, 춘섬이가 샌님께 가서 그 사연을 아뢰는데 대단히 무안이 여겼으며, 그 후 제삿날을 당하여 제주(祭酒)를 빚었는데 샌님이 먼저 맛을 보고 하는 말이 “허허, 이번 제주를 맛보니 맛이 매우 좋다!” 하거늘, 며느리 대 왈 “그 제주를 제사에 못 쓰겠습니다.” 하매, 샌님 왈 “왜 못 쓴단 말이냐?” 신부가 대 왈 “제주를 시부(媤父)께서 먼저 잡수셨은즉 제사에 어찌 먹던 술을 쓰겠습니까?”

○ 정팔자라는 사람은 가세(家勢)가 넉넉지 못하여 년이 삼십에 헌 과부 하나를 얻어다가 사는데, 그 과부가 데리고 온 아들이 하나이요, 추후(追後)에 낳은 아들이 형제이니 합하면 삼형제라. 정씨가 만복이 좋아서 아들 삼형제를 모두 성례시켜 재미있게 살 새, 하루는 정씨가 며느리들더러 이르되 “내일이 나의 환갑날인즉 너희들이 헌수(獻壽)할 때에 각각 덕담 한 마디씩 하여라.” 며느리들이 공손히 대답하고 나서 시부의 환갑날을 당하여 잔을 드리고 덕담을 하는데, 정씨의 첫 며느리부터 잔을 드리고 덕담하여 왈, “여천지무궁(如天地無窮)59)으로 장생불사(長生不死)하는 태상노군(太上老君)60)같이 향수(享壽)하시옵소서!” 그 다음에 둘째 며느리 또 축수(祝壽)하여 왈 “한무제(漢武帝) 승로반(承露盤)61)에 요지반도를 갖추었으니 이것을 잡수시고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박삭(東方朔)62)의 수(壽)를 누리소서!” 덤바지 며느리가 또 축수(祝壽)를 하는데, 어린 아이의 자지를 가르치며 왈 “시아버님께옵서는 그저 이같이 되기를 천만복망(千萬伏望)하옵니다.” 하거늘, 만당(滿堂) 빈객(賓客)이며 시부모와 시숙(媤叔)들이 노기(怒氣)가 등등하여 왈 “저런 무엄한 말을 감히 어디라 말하며 뉘 앞이라 말한단 말이냐!” 하며 사면(四面)에서 꾸지람이 빗발치듯하거늘, 그 며느리가 대답하여 왈 “여러 어른께서는 노염을 정지하시고 소부(小婦)의 말씀을 다시 들어 보시고 침착하옵소서! 대저 그것이라 하는 물건은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고 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오니, 시아버님께서도 그것을 본받으셔서 돌아가셨다가 살아나시며 또 돌아가셨다가도 살아나시면 어찌 태상노군이나 동방삭을 부러워하리오!” 하더라.

○ 한 집에 삼형제가 사는데 모두 정신이 부족하더라. 막내가 매일 저의 외가에 가서 공부하고 올적마다 책이나 먹이나 무엇이든지 한가지씩을 의례히 잊어버리고 오매, 큰형이 큰 가방 한 개를 주며 당부하여 왈 “네가 정신이 하도 없으니 글을 다 읽고 올 때에는 책과 필묵을 모두 이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오면 잊어버릴 염려 없다” 하였더니, 그날은 막내가 서당에서 정신을 도저이 차리고 가방을 곡 쥐고 왔더니 큰형이 보다가 상(相)을 찡그리고 입맛을 다시여 왈 “이 애야, 가방이 훌쭉하니 또 무엇을 잊었구나!” 막내 대 왈 “아이고, 참! 가방만 들고 왔네!” 하거늘, 큰형이 둘째를 불러 가방을 주며 왈 “외가에 가서 막내의 책과 필낭(筆囊)을 여기 넣어 가져오라.” 하였더니 둘째가 대답한 후 가서 한참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으매, 큰형이 궁금하여 찾아가 본즉 둘째가 없는지라.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막내의 책과 필묵을 가져가리라.” 하고, 삭서지(朔書紙)63)에 둘둘 말아가지고 오더니, 중로(中路)에서 둘째가 가방을 들고 오거늘 큰형이 보고 왈 “네 어디 갔더냐?” 둘째 대 왈 “처가에 갔다 옵니다.” “이 애야, 암만 정신이 없기로 외가에 갈 것을 처가에 간단 말이냐?” 하고, 그 가방을 열고 책과 필묵을 모두 집어넣어 놓고 형제 간신이 손목을 쥐고 집을 찾아오는데, 막내가 마중 나오며 왈 “형님 어디 갔다 오십니까?” 하니 형이 답 왈 “네 책과 필묵을 찾으러 갔다 온다.” 막내 왈 “그러면 가방은 어디다 두었습니까?” 형이 깜짝 놀라며 왈 “아차 아차, 여러 가지를 모두 가방에 넣고는 그 가방을 길에 놓고 왔구나!”

○ 삼천동 사는 서생원이 가세가 적빈(赤貧)64)하여 내일이 친기(親忌)로되 오늘까지 푼전65) 출처가 망연하매, 어찌하면 좋을까하고 곰곰 생각하다가 한 계교를 터득한 후에 “옳지, 그러면 그렇지! 설마 친기(親忌)야 궐(闕)하게 될 소냐!” 하며, 두 손으로 무릎을 탁치며 왈 “내일 아침에 사당(祠堂)을 뫼시고 싸전 모전 어물전 앞으로 한바퀴 휘 빙그르 돌아다니면 여간 부자의 집 제사보다 더 잘 지낼 터이라.” 하고 날이 새기를 기다리더니, 공교히 그날 큰 비가 퍼붓거늘 낙심천만(落心千萬)하고 있는데, 뜻밖에 말뚝벙거지 쓰고 마믁다리 입은 자 하나가 와서 문안 후에 하는 말이 “소인의 친기(親忌)가 오늘인데 형세가 간구(艱苟)66)하와 신주(神主)67)가 없어온즉 황송 하오나 생원님 신주를 잠깐 빌리시면 긴히 쓰고 가져 오겠습니다.” 하거늘, 생원의 마음에 그리하였으면 자기의 친기(親忌)도 제물(祭物) 때문으로 지낼 것이요, 또한 비빔밥 한 그릇은 자재기중일 다하고 신주(神主)를 빌려 주었더니, 사오일이 지나되 종무소식(終無消息)인 고로, 서씨 후회하고 괴탄(愧歎)불리하더니, 하루는 그 자가 와서 백배 사례하고 돈 한 짐을 저다 주고 가더니, 날마다 돈 한 짐씩 여일(如一)이 저다 주매, 서씨는 졸부가 되었더라. 명례동 사는 전씨는 서씨와 전부터 친분이 있는 터인데 그 소문을 듣고 매일 서씨 집에 가서 하는 말이 “여보게, 자네는 이왕 부자가 되었은즉 나도 부자가 되고 싶으니, 신주 빌어간 자를 내게로 좀 보내주게나.” 하고, 성화같이 조르거늘 서씨가 허락한 후 그 자를 보고 간청하여 왈 “여보게 나는 자네 덕으로 부자가 되었으매 감사함은 한량없거니와 나는 인제 그만하여도 평생지계(平生之計)가 넉넉한즉, 우리 친구 한 분 전씨가 형세 간구하기 짝이 없으니 자네를 원일견지(願一見之)한즉 우리 집으로 가져오던 돈을 내일부터 전씨 댁으로 갖다 두었으면 그 은혜 또한 적지 않겠노라.” 그 자가 듣고 흔연히 허락하더니라. 전씨가 서씨에게 청(請)을 단단히 하고 돌아간 후 그 자를 고대하던 차에, 천만의 외에 그 자가 왔거늘 전씨가 희불자승(喜不自勝)68)하여 막걸리 대접을 하고 신주를 있는 대로 삼사 개를 모두 내어 주었더니, 간지 수삭(數朔)이 지나도 소식이 돈절(頓絶)69) 하거늘, 전씨가 조급하고 화증이 나서 서씨를 시시때때로 찾아 보고 재촉이 태심(太甚)하더니, 하루는 그 자가 왔거늘 전씨가 그 무심함을 책(責)한데, 그 자가 사과하고 가더니 이튿날부터 신주 한 짐씩을 매일 가져오매 전씨 집은 자연이 신주 부자가 되었더라.

○ 옛적에 한 집에서 삼부자(三父子)가 사는데, 어린 손자가 탱자를 가지고 장난하다가 물독에 빠트리고 그 독 속을 들여다본즉 저 같은 아이가 있거늘 보고 울며 탱자를 달라하여도 안 주거늘, 저의 할아버지께 가서 제 동무 아이가 탱자를 빼앗고 안 준다하니, 할아버지가 관을 집어 쓰고 바삐 나가서 “어디냐?” 손자 대 왈 “ 이 독 속에 있어요.” 할아버지가 그 독 속을 들여다본즉, 터럭이 하얀 영감 있거늘 “여보, 수염이 허옇게 쉰 자가 무엇이이라고 어린 아이 가지고 노는 것을 빼앗아 가지고 아니 주노? 빨리 주소!” 하여도 대답이 없고 주지도 않는지라. 분하여서 아들을 불러 왈 “네가 좀 가서 보라.” 아들이 이 말을 듣고 괴히 여겨 가서 그 독 속을 들여다보니, 과연 머리가 덥수룩한 놈이 있거늘 “예이, 몹쓸 놈!” 하고 돌로 그 놈을 떼리니 독이 깨여지면서 탱자가 튀어 나오거늘, 그제야 하는 말이 “그러면 그렇지 천하장사라도 매에야 장사 있나? 제까짓 놈이 아니 주고 백일 수 있나!” 하며 탱자를 집어 아이를 주더라니, 시러베 아들놈.

○ 뉘 집 며느리가 낮잠을 자거늘 시어머니가 야단을 쳐 가로되 “해는 짧은데 바느질은 아니 하고 낮잠만 자느냐?” 며느리 대 왈 “해가 짧기는커녕 둥글기만 합디다.” 시어머니 왈 “네 말 솜씨 좋구나!” 며느리 왈 “말이 좋다하여야 이 말에는 기와집 하나 없습디다.” 시어미 왈 “행여 한 말이나 질라!” 며느리 대 왈 “한 말 지면 가볍고 두 말 지면 무겁지요.” 시어미가 기가 막혀 왈 “너는 동지섣달 긴긴 밤에 저런 궁리하노라고 잠을 빚졌구나.” 며느리 대답하되 “길기는, 요새 밤이 길어요? 오늘 노마 아비가 장에 가서 밤 한 말을 사 왔는데 길기는커녕 동글동글 합디다.” 시아비가 옆에 있다 기막혀서 하는 말이 “이 애야, 일전에 북 짊어지고 가는 여편네 보지 못하였니? 그 여자는 시부모께 불효라 하여 북을 지고 조리 돈단다.”

○ 한 재상(宰相)이 남에게 평생 속지 않기로 유명하더라. 하루는 말 하되 “나를 속이는 자 있으면 돈 천 냥을 주리라!” 문객(門客) 중에 한 사람이 왈 “제가 일전에 여러 친구와 같이 훈련원에서 활을 쏘다가 날라 가는 기러기를 맞추면 한 턱을 하마. 하기에 실없이 쏘아 보았더니 참 맞췄습니다. 그런고로 친구들이 한 턱을 하는데 제일 앵두가 탐스럽디다. 크기가 사발만 하여요.” 재상이 펄펄 뛰며 왈 “이 사람, 사발만한 앵두가 있단 말인가!” 문객 왈 “과연 사발만은 못하여도 종자만 합디다.” 재상 왈 “그것도 거짓말일세.” 문객 왈 “참말이지 도토리만 합디다.” 재상 왈 “그러면 그렇지! 나는 못 속여.” 문객 왈 “대감이 속았습니다.” 재상 왈 “내가 무엇을 속았단 말인가?” 문객 왈 “기러기는 가을에 있고 앵두는 여름에 있는 게 아니오니까?” 재상이 그제야 무릎을 탁치며 왈 “앗차앗차! 깜짝 속았구나!” 하고 돈 천 냥을 내어 주더라니, 제 꾀에 넘어.

○ 남촌 샌님이 친구의 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순라군(巡邏軍)70)을 만나 잡혀 가게 된 지라. 마침 정판서 집 줄행랑71)을 당하여서 한 계교를 내어 순라군을 속여 왈 “이 행랑에서 노름들을 하는데 판이 할만하니 나도 너와 함께 다니는 체하고 같이 노름판을 쳐서 장전을 분식함이 어떠하뇨?” 순라군 왈 “참말인지 알 수 있느냐?” 샌님 왈 “네가 만일 의심이 나거든 목마를 타고 창으로 들여다보라.” 하고 순라군을 목마를 태워서 들창문으로 기웃이 드려다 볼 즈음에, 샌님이 순라군의 두 발목을 왈칵 밀어 쳐서 창안으로 떨어트리고 달아났더니, 그 행랑에서 별안간에 웬 사람이 들창으로 넘어 들어옴을 보고 놀라서 “도적이야!” 하더라니, 꾀 많긴 샌님.

○ 한 사람이 장가를 갔더니 첫날밤에 신부가 신랑더러 말하기를 “우리 고을 풍속에는 혼인을 하면 그 이튿날 동리 사람을 청하여 잔치할 적에 신랑더러 노래를 부르라 하나니, 내일 그대는 노래를 잘하여 무안함을 당치 말라.” 신랑 왈 “내가 본래 노래하기는 고사하고 듣지도 못하였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신부 왈 “그러면 몇 마디를 내가 가르쳐 줄 것이니 그대로만 하라.” 하고, 노래를 가르칠 새 “솔잎은 하 청청(靑靑)한데.” 하니, 신랑이 받아서 “솔잎은 하 청청(靑靑)한데.” 하고 소리를 크게 지르거늘, 신부 왈 “가만가만 하시오!” 신랑이 또 그 소리를 듣고 “가만가만 하시오!” 하는지라. 신부 기가 막혀 왈 “안방에서 듣습네!” 신랑도 또한 “안방에서 듣습네!” 하니, 신부 골이 나서 하는 말이 “지지리 못도 났다.” 하매 신랑도 또 “지지리 못도 났다.” 하는지라. 신부 하 어이없어 웃으니, 신랑이 웃어 왈 “네가 웃는 것을 보니 노래는 무던히 배운 모양이로군.” 하니, 신부 첫날밤에 속이 타서 백년해로할 일을 생각하니 어이 속이 답답지 아니하리오!

○ 서울 사는 방 서방이 방귀를 잘 뀌는데, 경상도 안동 땅에 사는 권 생원이 또한 방귀 잘 뀐단 말을 듣고 한번 비교코자 하여 내려가서 권 생원을 찾으니, 한 총각 아이 나오거늘 하룻밤 쉬어 가기를 청한데 대답하되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방 서방 왈 “무슨 어려운 일인고?” 총각이 대 왈 “우리 부친께서 방귀를 남보다 유달리 뀌시는 고로 견디기 어려울까 하나이다.” 방 서방이 이 말을 들은즉 과연 듣던 말과 같은지라. “그러면 잘 되었다. 내가 본래 방귀를 잘 뀌어 너의 부친의 방귀보다는 스승이 되는 즉하여 한 번 비교차로 내려왔으니 오히려 다행하다.” 총각이 이 말을 듣고 왈 “그러면 방귀를 한 번 뀌어 보시오.” 방 서방이 “그리하마.” 하고 한 번 뀌니, 총각이 아궁이 앞에 섰다가 방귀 바람에 쏠려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서 굴뚝으로 나와 급히 저의 부친께 말한즉 그 부친 권 생원이 노하여 즉시 나와서 방서방과 방귀를 비교할 새, 권 생원 먼저 뀌니 방앗간에 절구공이가 날려서 방서방의 볼기짝을 치거늘 방 서방이 대노하여 평생의 재주를 다하여 방귀 한 번을 썩도져하게 뀌니 또 생원이 맞아 뀌는지라. 서로 뀌는 바람에 절구공이가 공중으로 왔다 갔다 하는 서슬에 그 동리에 쌓아 놓은 노적가리가 제물에72) 용정(舂精)73)이 잘 되었더라.

○ 한 집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다 소년 과부로 수절(守節)하며 의리 좋게 살더니, 하루는 며느리가 말하되 “어찌하여 남자는 홀아비 되면 다시 장가를 들고 여자는 한 남편이 죽으면 개가(改嫁)를 못 하나이까?” 시모(媤母) 왈 “이 애, 답답한 말도 한다. 법이라 하는 것은 사나이가 마련하는 것이지, 계집이 마련하느냐? 그런 까닭으로 법 마련할 때에 제 마음대로 아무쪼록 저의 사내들께 유익하도록 만 마련하였지, 우리 여편네한테 유조(有助)하도록 마련할 이치가 있느냐?” 며느리 왈 “그 말 마셔요! 저는 들으니 영국서는 여자가 황제 노릇을 하는 까닭에 그렇지 않답니다.” 시모 왈 “참말이냐? 이 애, 그러면 영국서는 개화하였구나!” 며느리 왈 “우리나라에도 요새는 차차 발달하오.”

○ 금슬(琴瑟) 좋은 사람이 첩을 두었더니 큰 마누라가 투기(妬忌)하여 날마다 집안이 요란한지라. 남편이 견디다 못하여 “내가 죽어야 집안이 편안하겠다.” 하고, 방문을 닫고 며칠을 나오지 아니하였더니, 아내가 애걸 왈 “다시는 투기를 아니 하겠으니 일어나 문을 열고 음식을 자시오.” 남편이 온갖 다짐을 다 받고 일어났더니 과연 그 후부터 투기를 못하더라. 하루는 친구가 와서 왈 “요사이 내가 작첩(作妾)하였더니 우리 아내가 성품이 지독하여 견딜 수 없네.” 주인 왈 “나도 그런 일이 있길래 여차여차(如此如此) 하였노라.” 친구가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가서 방문을 닫고 며칠을 굶었더니 시장하여 견딜 수 없는 차에 그 아내가 남편의 거동을 보려고 문 밖에서 음식을 맛있게 장만하는데, 곰국을 끓이며 갈비를 구우니 그 냄새가 여러 날 굶은 코에 오죽 잘 맡으리오. 비위가 동하여 참다못하여서 문을 왈칵 열고 기어 나와 하는 “말이 다시는 첩을 두지 아니할 것이니 그 고기를 우리도 먹세!” 하고 먹은 후, 이튿날 그 친구를 가서 보고 그 사연을 말하니 주인 왈 “나는 황밤을 가지고 몰래 그 동안을 먹었네. 공연이 며칠을 굶으면 죽게?” 그 친구 왈 “그러면 나에게 가르쳐 줄 것이지!” 하더라니, 수시변통은 남녀가 일반이야.

○ 일 없는 사람이 그 아내와 같이 앉아서 첩 얻을 의논을 하니, 아내 왈 “첩 얻는 것이 옛 글에 무슨 증거가 있소?” 남편 왈 “맹자(孟子)에 일처이첩(一妻二妾)이란 말이 있으니 첩이란 것은 옛적부터 있는 것이오?” 아내 왈 “그러면 나도 남편 하나를 더 얻겠노라.” 남편 왈 “무슨 증거가 있나요?” 아내 대 왈 “대학(大學)에 하남정씨(河南程氏) 량부자출(兩夫子出)이라 하였고, 맹자(孟子)에도 대장부(大丈夫), 소장부(小丈夫)라 하였으니 어찌 증거가 없다 하리오?” 남편이 기가 막혀 왈 “흥! 첩을 얻으려다가 코를 떼였고!” 여편네 문자는 녹(鹿)비에 가로 왈(曰) 자74)라.

○ 패가자제(敗家子弟)가 어여쁜 기생과 정이 꼭 들어서 함께 살고자 하나 떠여 들일 돈이 없어서 기생과 약속하기를 “우리 둘이 이 세상에서 같이 살지 못 할 바에는 서로 죽어서 귀신이나 쌍쌍이 놀자.” 하고 아편을 사다가 둘이 나눠 놓고, 이 사람이 먼저 먹은 후에 기생더러 먹으라 하니, 기생의 말이 “나는 아편을 먹다가 간신히 끊었으니 임자나 마저 자시오.” 하더라니, 돈 없으면 정은 있을까? 어리석다, 남자들이여! 차소위(此所謂) 무장공자(無腸公子)75)로다.

○ 포천 윤 생원과 양주 이 생원은 사돈간이라. 하루는 장에 가서 두 사돈이 서로 만나 인사한 후에, 장에 온 일을 서로 묻는데 두 사람이 다 소를 팔아 왔더라. 소 파는 일은 다 제쳐 두고 사돈끼리 오래간만에 만났으매 술이나 먹고 정담이나 하는 게 제일 급하였던지 주점에 가서 서로 권하거니 자시거니 취토록 먹은 후에 생각한즉 날은 저물고 소는 못 팔았는지라. 두 사람이 하릴없이 소를 이끌고 각기 제 집으로 돌아갈 새 술김에 윤생원의 소는 이생원이 타고 이생원의 소는 윤생원이 탔더라. 술은 대취하고 밤은 캄캄한데 소가는 대로만 서로 믿고 가니, 그 소들은 각기 제 집을 찾아 갔지만은 두 샌님은 소가 와서 그치는 데가 자기 집인 줄 알고 소를 외양간으로 들이 몰고 안방으로 들어간즉, 그 부인들은 잠결에 보니 술이 대취한 모양이라, 미쳐 불 켤 여부없이 옷을 벗겨 아랫목에 누이고 그 곁에서 자니라. 그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본즉 어떤 생면부지(生面不知) 영감과 잤으니 그 모양 얌전하다. 그 두 사돈이 똑같은 일을 서로 하였으니 피차의 의심은 있으나 누구를 한 하리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고 포천 소 까닭이러니.

○ 한 집에 주인 합하여 다섯 식구가 사는데 모두 귀머거리라. 이웃 사람이 괭이를 빌리러 와서 “샌님 괭이 좀 주시오!” 하거늘, 샌님 왈 “아, 관(冠)? 내 관(冠)? 닷 돈 주었네.” 그 사람 왈 “아니요, 괭이 좀 주세요.” 샌님 왈 “허, 그 놈! 내 관(冠) 닷 돈 주었다니까!” 그 사람이 할 수 없어 다시 말도 못하고 갔는데, 샌님이 안으로 들어가 마누라더러 말하되 “아무개가 관(冠)을 묻기에 내 관(冠) 닷 돈 주었다고 했지.” 마누라는 그 관(冠)하는 입만 보고 눈치는 있어서 며느리를 불러 왈 “접때 잘 두라고 부탁하였던 과실 가져오너라. 아버님께서 찾는구나.” 하니, 그 며느리는 과부(寡婦)하는 터이라 심술이 나서 하는 말이 “과부(寡婦), 과부(寡婦)! 내가 아무리 과부(寡婦)지만은 밤낮 과부(寡婦)라 하면 누가 그리 좋다하누?” 그 집 계집종이 옆에 있다가 하는 말이 “아니, 그 광에 무엇이 있다고 광 문(問), 광 문(問) 하시오? 광문 다 닫혔소.” 비부(婢夫)쟁이76)가 이 말을 듣고 하는 말이 “과천은 왜 또 가라고? 접때 갔다 왔는데 무슨 일이 있어서 또 가라뇨?” 하여 제가끔 제 사정만 알고 제 귀먹은 병통은 모르니 차소위(此所謂) 자과(自過)는 부지(不知)77)로다!

○ 자하골 사는 고자(鼓子)가 이야기를 잘 하는데, 매일 그 동리 재상(宰相)의 사랑에서 소일하되 항상 빗대 놓고 재상을 은근히 욕하지마는 재상은 언변이 부족하여 대거리를 못하더라. 하루는 평안도 영변 사는 신 진사가 찾아 왔는데, 이 사람은 소진장 의의첩첩 구변(口辯)이러라. 재상이 보고 반기여 조용히 일러 왈 “이 동리 고자 하나가 날마다 와서 무슨 말이든지 비유하여 나더러 무수히 욕을 하나 나는 구변이 없는 고로 어찌할 수 없으니, 그대는 여기 있다가 그 고자를 보고 한 번 톡톡하게 욕을 하여 나의 분풀이를 하여 달라.” 하니라. 그 이튿날 빈객(賓客)이 만당(滿堂)한데, 고자가 들어오다가 신 진사를 보고 인사한 후에 그 자 왈 “영변은 청국(淸國) 지경(地境)이 가까우니 필연 청인이 자주 왕래할 터인즉 자연 청인의 자식이 많다.” 하거늘, 신 진사 왈 “과연 그렇지.” 고자 왈 “그러면 영변 사람은 잡종(雜種)이로고!” 신 진사 왈 “잡종은 따로 기르지요.” 고자 왈 “어떻게 따로 기르는고?” 신 진사 왈 “만일 청인의 종자가 나면 사내는 말총으로 불알을 동여 두면 며칠 후에 불알이 저절로 떨어진 후에 서울 자하골로 양자(養子)를 보내고 딸은 자하골로 시집을 보내지요.”하니, 좌중이 박장대소(拍掌大笑)하며 그 고자는 얼굴을 모닥불 속에 넣은 듯 하여 그만 욕 한 번 보이고 뺑소니를 하더라.

○ 어떤 신부가 첫날밤에 방귀를 뀌었더니 신랑이 소박(疏薄)하고 갔으나 다행히 그날 밤에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무심출이라 하고, 학교에 보내어 공부를 시키더니 동접(同接)들이 항상 말하되 “너의 아버지가 너의 어머니를 첫날밤 소박하였다.” 고 조롱이 무상(無常)하거늘, 무심출이가 저의 모친께 물어 보니 모친이 탄식 왈 “내가 첫날밤 잠결에 방귀를 뀌었다하여, 너의 부친이 한 번 간 후에 다시 오지 아니하고 다른 데로 장가를 들고, 또한 지금은 높은 벼슬로 있으나 감히 통신을 못한다.” 하니, 무심출이가 그 길로 오이씨 한 되를 사가지고 그 집을 찾아 가서 “아침에 심어서 저녁에 따 먹는 오이씨 사라!” 하니, 그 주인이 듣고 불러 왈 “그 오이씨가 과연 네 말과 같으냐?” 무심출이 대답하되 “참말 그러나, 평생에 방귀를 뀌지 않는 사람이 심어야 그렇게 되옵나이다.” 주인 왈 “어찌 방귀 아니 뀌는 사람이 있으리오.” 무심출이 하는 말이 “그러면 우리 모친도 첫날밤에 방귀 뀐 까닭에 우리 부친이 소박하였습니다.” 그 주인이 깨닫고 그 아이의 내력을 물은즉 과연 자기 아들이 분명한지라, 즉시 그 소박하였던 아내를 데려오니, 연고로 아들이 좋다는 것이야.

○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뒤가 급하여 사면을 둘러보아도 은벽(隱僻)한 곳이 없거늘 아무 집이나 불계(不計)78)하고 곧 들어서니 그 집이 작아서 사랑 측간(廁間)이 없는 지라, 안을 향하여 “이리 오너라!” 부르니, 계집 하인이 나왔거늘 허리에 찼던 돈 두 냥을 주며 왈 “이 돈을 아낙에 드리고 측간을 잠시 빌리시면 급한 뒤를 얼른 보고 가겠다 여쭈어라.” 하인이 들어가서 아씨께 그대로 전갈한즉, 그때 마침 바깥양반은 출입하고 없는지라. 그 아씨가 돈 두 냥을 보고 욕심이 나서 측간을 빌려 주었더니, 그 사람이 뒷간에 앉아 뒤를 보고 진작 가지 않고 천년 세월로 앉았거늘 아씨가 민망하고 딱하여 하인을 시켜 전갈하되 “그만하면 뒤를 다 보셨을 터이니 어서 갑시사 하여라.” 하니, 그 사람의 말이 “내가 돈 두 냥을 내고 이 집 측간을 세 얻었은즉 언제든지 이 측간을 두 냥에 전세할 사람이 있어야 하겠다.” 하매, 아씨 마음에 오래지 아니하여 남편이 들어오면 측간을 세 주어 먹었다고 걱정 들을 생각을 하고 어찌 할 수 없어 돈을 도로 주며 왈 “제발 덕분에 어서 가지고 갑시사. 공연이 낯선 돈 받았다가 야단나겠소.” 하더라니, 공것이 병이지.

○ 시아비와 며느리가 매양 무슨 일이든지 서로 속이려 하니, 하루는 며느리가 팥죽을 쑤어 놓고 물을 길러 갔거늘 시아비 생각에 ‘며느리 없는 사이에 팥죽 한 그릇만 먼저 먹었으면 며느리 온 후에 또 한 그릇을 먹겠다.’ 하고, 듬쑥한 사발을 가지고 떠먹으려한즉 뜨거워서 먹을 수는 없고 며느리는 오고 보면 들킬까 하여 숨어 앉아 먹으려고 뒷간에 가 앉아서 푸푸 불며 시키더니, 며느리가 와서 보니 시아비가 없는지라. 저도 또 시아비 없는 틈을 타서 한 그릇을 더 먹을 생각으로 한 그릇을 펴 가지고서 시아비가 올까 염려하여 뒷간으로 가지고 들어가더니, 시아비가 며느리 오는 것을 보고 급히 감출 곳이 없어서 죽사발을 얼른 머리에 뒤집어쓰고 앉아서 쉬 보는 체 하더라. 며느리가 오다가 시아비를 보고 깜짝 놀라 죽 그릇을 들이밀며 “아버지 잡수시오!” 하니, 시아비 왈 “이 애야, 그 끓는 죽을 보기만 하야도 이마에서 팥죽 같은 땀이 흐르는구나!” 하더라니. 그 집안은 잘 되겠지요?

○ 꾀 많은 토끼 한 마리가 산중으로 지나가는데, 흥이 나서 귀를 실룩실룩하며 입을 쫑긋쫑긋하며 깡충깡충 뛰놀다가 살랑살랑 내려간다. 까 들먹거리며 좋아라고 가다가 산양 포수의 덫에 걸렸구나! 명(命)이 조석(朝夕)에 달려서 입을 방긋방긋하며 한탄할 즈음에, 난데없는 쇠파리 한 떼가 날아오더니 토끼 전신에 엉기어서 떨어지지 않더라. 이 때에 포수가 덫을 본즉, 아리따운 토끼 한 마리가 걸렸는데 쉬파리가 엉기었는 고로 ‘토끼가 걸려 죽은 지 오래 되어 썩었나보다!’ 하고, 아무렇든지 잡아낼 제 토끼가 생각한즉 꼭 죽었는지라, 한 계교를 내어 방귀를 살며시 끼니, 산양 포수가 잡아내려다가 방귀 냄새를 맡고 “이것보아라? 걸린 지 오래 되어 상하였구나!” 하고 내던진즉, 죽었던 토끼가 천행(天幸)으로 살아서 오뚝이 서서 깔깔 웃으니, 포수가 뒤통수만 툭툭 치고 설렁설렁 가더라.

○ 어떠한 사람 형제가 한 집에서 난데 누른 암소와 검은 암소 두 마리를 먹이더라. 하루는 누른 암소가 검은 송아지를 낳는데, 마침 아우가 출입하였다가 와서 송아지 낳은 것을 형더러 말하기를 “우리 검은 소가 검은 송아지를 낳소?” 하매, 형의 말이 “누른 소가 낳다.” 하여도 아우는 부득부득 우기며 “누른 송아지가 검은 송아지를 낳을 리가 없다.” 하고, 형의 말은 “누른 소도 검은 송아지를 낳는 수도 있다.” 하고 서로 고집하고 우기다가, 형이 화증을 내어 하는 말이 “고만 두자! 나는 누른 소가 낳다하고 너는 검은 소가 낳다 하여도 무방하다.” 하더니, 그 아내들이 듣고 웃어 왈 “아이고, 우스워라! 형제분이 망발(妄發)도 지독히 하시네.

○ 한 계집이 못난 중에 어찌 게으르든지 평생에 수족도 놀리기가 싫어서 그 남편이 밥까지 먹여 주는 터이라. 하루는 그 남편이 시골을 갈 일이 있어서 생각하니 ‘내가 시골을 가자면 내 아내를 밥 먹일 사람이 없은즉 필경 굶어 죽을 터이라.’ 하고, 얼마쯤 생각하다가 한 계교를 내어 돌아 올 동안을 가량하여 떡을 만들어서 계집의 목에 걸어 주고 갔다가 며칠 후에 돌아와 본즉 죽었거늘, 자세자세 들여다보니 입에 가까이 있는 떡은 먹고 턱 아래 있는 떡은 손을 대이기 싫어서먹지 않고 굶어 죽었으니, 이것을 보면 대개 곡가(穀價)가 매 승(升)에 한 푼 할지라도 사먹을 사람이 없겠더라.

○ 옛날 김 판서가 딸 하나를 두었는데 성품이 너무 팔팔하여 부모가 항상 염려하더니, 혼인을 정한 후에 사위될 아이더러 어떻게 약조를 하였던지 신부는 혼인날 전 기(期)하여 잠을 못 자게 하더라. 혼인날을 당하매 신부가 혼인날 저녁에 며칠 못 자던 잠을 한꺼번에 자느라고 구들이 빠지게 코를 골며 늘어지게 자거늘, 신랑이 참았던 똥을 신부 속옷에 누어 놓고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서 소리를 높여 사람을 부르니 장모가 노파를 시켜 불을 켜들고 건너가 본데, 구린 냄새가 나서 방이 터질듯하고 신랑은 노기가 등등하여 왈 “이러한 악취가 어디서 나는가 자세히 보아라.” 하거늘, 노파가 이리저리 뒤쳐보니 신부가 똥을 싸는 지라. 노파가 민망하여 똥을 치우려 할 새, 신부가 깨어보니 신랑은 입이 삐죽하여 앉았고 노파가 자기에 자리에서 똥을 치거늘 부끄러움을 못 이기어 죽은 듯이 누었더니, 신랑이 두 말 없이 가거늘, 일문이 떠들고 신부가 첫날밤에 똥을 싸서 신랑이 달다났다 함으로 그 억측한 기운이 일조(一朝)의 썩은 풀이 되여 누구를 보던지 감히 낯을 들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더니, 몇 달 후에 부모가 사위를 강청하여 다시 화합하게 지내나 항상 첫날밤만 생각하고 감히 큰 소리를 못하더라. 세월이 여류(如流)하여 유자생녀(有子生女)하고 환갑날이 되었는데 그제야 그 남편이 똥 싼 말을 하니, 부인이 벌떡 일어서며 “여보, 영감의 음해(陰害)로 내가 평생의 기운을 펴지 못하였으니 영감과 다시는 보기 싫소!” 하며, 사랑으로 나가라하며 수염을 끌어들이니 영감이 아파서 하는 말이 “차후에는 그리 아니한다.” 하매, 부인 왈 “그러하면 지각나자 망령이 나서 또 그럴 걸!” 하더라니, 극성이 그저 남았군.

○ 막동이란 아이가 항상 저의 누이더러 비단 주머니 하나를 지어 달라고 조르되 누이가 응낙을 아니 하매, 막동이가 심술이 나서 누이를 한 번 속이려하던 차에 누이의 시부모가 와서 마루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거늘, 막동이 가만히 마루 밑으로 들어가서 누이 앉은 데를 가량하여 궁둥이를 쳐들고 방귀를 살며시 뀌니, 그 마루는 본시 틈이 벌어져서 구린내가 바로 올라와 코를 찌르는지라. 이 때에 누이의 시부모가 생각하매 며느리가 뀐 줄로 알고 미안하여 하는 말이 “나는 앉았을 터이니 너는 들어가라.” 하매, 며느리가 짐작하지만은 대단히 무안하여 들어간즉 오라비가 손뼉을 치며 웃어 왈 “방귀도 변하여 지금이라도 비단 주머니만 지어 주면 그런 무안을 벗겨 주지!” 하거늘, 누이 마음에 분하나 분을 참고 주머니를 지어주마 하니 그 어진 동정을 보니 막동이가 하는 말이 “그러하면 아무 걱정 말고 아까같이 마루에 나가 앉았어라.” 하며, 또 마루 밑으로 들어가서 사돈 영감 앉은 데를 향하여 방귀를 뀌고 얼른 나와 않으며 코를 쥐고 하는 말이 “아까는 누님이 방귀를 뀌더니 지금은 사돈 영감이 뀐다.” 하더라.

○ 한 사람이 가화(假花) 한 가지를 사다가 병에 꽂아놓고 집안사람을 불러 구경 시킨 후에 시렁 위에 얹어 두고 심심하면 들여다보더니, 하루는 그 사람이 출입한 동안에 마침 비가 오거늘 그 부인의 생각에 ‘아무 나무는 비를 맞으면 잘된다는 말을 이왕에 여러 번 들었으니, 내 저 시렁에 얹은 나무를 내다가 비를 좀 맞히리라.’ 하고, 가화를 내다 놓았다가 비 그친 후에 본즉, 잘 되기는커녕 등걸까지 죽은 나무가 되었거늘 부인이 대경(大驚)하여 가슴이 두근두근 하더니, 남편이 들어와서 가화를 찾거늘 부인이 이 사연을 말하니, 오죽 놀라며 아까워하는 말이 “아무 나무든지 봄비를 맞혀야 살지, 가을비를 맞혔으니 어찌 살리오?” 하니, 그 아들이 듣다가 웃어 왈 “그리하기에 무엇이든지 가짜가 병이오.” 하더라.

○ 구차(苟且)한 샌님이 제자 오륙 인을 데리고 글을 가르치는데, 그 앞집은 대장간이오, 뒷집은 소목방(小木房)인고로 밤낮 이편에서 뚝딱뚝딱 저편에서 와삭와삭 하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고 글 읽는 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 두 집이 떠나기만 기다리더니, 하루는 소목장이79)가 와서 샌님께 하직하여 왈 “소인은 집을 떠납니다.” 샌님이 기뻐 왈 “그러면 섭섭하다. 어디로 떠나는지 종종 만나자.” 하였더니, 조금 있다가 대장장이가 또 와서 이사한다고 작별하거늘 샌님 생각에 ‘옳지! 내 집 운수가 터져서 두 집이 다 떠난다하니 이제는 내가 귀 아픈 소리를 면하고 잠도 잘 자며 글 읽는 소리도 잘 알아듣겠다!’ 고 고맙게 여겨 술을 받아다가 대장장이를 먹인 후에 “네 집을 어디로 떠나느냐?” 물은즉, 대장장이 대답이 “소목장이 집과 바꾸었습니다.” 샌님이 듣다가 괴탄(愧歎)하여 왈 “원수의 놈이지, 공연이 아까운 강미(糠麋)80) 받은 돈만 허비하였구나! 멀찍하니 떠나지!” 하더라.

○ 시골서는 길 찾기가 어렵고 서울서는 집 잃기가 쉬운 고로, 시골 선비 한 사람이 상경(上京)하여 남대문안 차 선달 집에다 주인을 정한 후에 볼일이 있어 출입을 할 새, 그 집 대문 옆에 인형을 걸어 놓고 가서 볼일을 다 본 후에 주인집으로 돌아오는데, 과연 집 찾기가 현황(眩慌)81)하여 갈팡질팡하며 인형 그린 집만 찾더니, 요행으로 한 집에 인형을 그려 붙였거늘 옳지 이 집이다 하고 들어간즉 주인이 다른 사람이라 그 선비가 무료히 도로 나오며 왈 “이상도 하다! 집은 정녕 이 집인데 주인은 갈렸나?” 하고 나와 그 문에 그림을 자세히 본즉, 그 집에는 누가 삼눈82)을 앓던지 예방하느라고 사람을 그려 붙인 것이건 만은 그 선비는 그런 줄을 모르고 혼자 말로 하는 말이 “이 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으니 나도 과히 못 생긴 사람은 아니야.” 하더라.

○ 어떠한 사람이 도야지를 팔랴 하고 장에 갔다가 날이 저물러 못 팔고 주막에서 자더니, 도야지가 밤에 주막집 닭을 답아 먹은 지라. 주막 주인이 “닭 값을 물러내라.” 하거늘, 도야지 임자가 하는 말이 “지금은 돈이 없으니 나와 함께 장에 가서 도야지를 팔거든 닭 값을 찾으시오.” 주인이 그러이 여기고 장으로 따라가서 도야지 팔리기만 고대하는데, 한 사람이 도야지 값을 묻거늘 도야지 임자가 답 왈 “이도야지가 저 양반의 닭을 잡아먹은 고로 그 닭 값을 물어내라 하니까 불가불 도야지 값 오십 냥에 닭 값 열닷 냥을 얹어 받아야 팔겠노라.” 하니, 닭 값은 잘도 찾겠다.

○ 딸 형제 둔 사람이 사위 둘을 데릴사위로 정하였는데 큰 사위는 문장이오, 작은 사위는 무식한 고로 장인이 항상 큰 사위를 편애하더니, 장인의 회갑날을 당하여 큰 사위더러 부탁하기를 “오늘은 손님이 많이 모일 터인데 풍월(風月) 한 수도 없으면 무미한즉 글이나 한 수 지어라.” 큰 사위 답 왈 “그리 하오면 장인께서 운자(韻字)를 부르시면 그대로 지어리이다.” 하고 있더니, 백객(百客)들이 모두 모인 후에 장인이 운자를 부르되 연고(緣故) 고(故)자(字)라 하거늘, 큰 사위가 응구(應口) 접대(接待)하여 글을 지었는데 “ ‘학지선명(鶴之善鳴)은 장명고(長鳴故)’ 학이 잘 우는 것은 목이 긴 연고며, ‘산지고야(山之高也)는 석다고(石多故)’ 산이 높은 것은 돌이 많은 연고요, ‘송지장청(松之長靑)은 중경고(中勁故)’ 소나무의 장 푸른 것은 중심이 굳센 연고며, ‘노류부장(路柳不長)은 열인고(閱人故)’라 길가의 버들이 자라지 못함은 열인83)한 연고라.” 한데, 장인이며 빈객들이 무릎을 치며 무불 칭찬하거늘 작은 사위가 곁에 있다가 입술 비죽비죽하고 그 글을 한 구절씩 평론하여 왈 “매암이 잘 우는 것도 목이 긴 연고며, 하늘이 높은 것도 돌이 많은 연고며, 대나무의 장 푸른 것도 중심이 굳센 연고며, 장모님의 자라지 못함도 열인한 연고니이까? 하니, 모든 손님은 박장대소(拍掌大笑)하며 키 작은 장모는 은연중에 귀먹은 욕을 당하였더라.

○ 평생에 음중(陰中)스럽기로 유명한 몽 선생이 아들 형제를 두고 유언 한 마디 없이 죽었는데, 재산이 부유하매 형이 탐심을 두고 그 아우가 잠든 사이를 타서 별안간에 대성통곡하였더니, 아우가 깜짝 놀라 깨어 하는 말이 “곡(哭)을 하시겠거든 나를 깨워서 함께 곡을 하시지요, 형님 혼자 곡을 하신단 말씀이오?” 형이 답 왈 “그런 게 아니라 시방 꿈을 꾸었는데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전답(田畓)과 세간은 모두 날더러 차지하라 하셨는데 깨어본즉 꿈도 영(靈)하거니와 아버님의 영혼을 사모하고 감창(感愴)함을 이기지 못하여 울었노라.” 아우가 그 형의 뜻을 짐작하고 조금 있다가 형이 잠든 사이에 방성대곡하였더니, 형이 깜짝 놀라 왈 “이애, 자다가 왜 우느냐?” 물으니, 아우가 대답하되 “비몽사몽간에 아버님께서 현몽(現夢)하시기를 집은 형님을 드리고 세간과 전답은 모조리 나더러 차지하라 분부하셨는데 깨어본즉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아버님께서는 인홀불견(因忽不見)84)이시니 그 아니 비참합니까?” 형이 씩 웃어 왈 “춘몽(春夢)은 허사니 믿지 마라.” 하거늘, 아우가 콧구멍이 맹맹하여 왈 “형님 꿈은 무어요? 돌아오는 겨울 꿈을 미리 꾸었지요?” 하더라.

○ 한 농부가에 소도적 하나가 와서 소를 끌어가는데, 어른들은 들에 가고 육칠 세된 아이 혼자 집을 지키다가 그 소도적더러 이르되 “다른 집 소는 끌어가도 우리 소는 못 끌어가리.” 도적 왈 “어찌하여 너희 것이라고 못 끌어가랴?” 아이 왈 “우리 아빠도 남의 소를 끌어 왔는데 본시 검은 소를 누른 소로 변작하였어.” 도적 왈 “그러면 네 아빠 재주가 용하구나!” 아이 왈 “우리 아빠가 그 재주뿐이 아니라 소의 뿔도 굽은 것을 꼿꼿이 펴고 한 뿔은 구부리는 법을 아는데 소 도적질을 하려거든 그런 법을 우리 아버지께 배워 가지고 도적질을 다니소.” 하거늘, 그 도적이 이 말을 들으매, 철모르는 아이가 거짓말을 할리는 만무한 터인즉 “내가 그 재주를 배우리라.” 하고 있다가, 그 집 주인에게 잡힌바 되니라.

○ 독립문 넓은 벌에 청홍기(靑紅旗) 벌여 꽂고 훈련도감(訓練都監)85) 포수들이 습진(習陣)86)할 새, 훈련대장이 군사들에게 호령하되 “너희들 중에 아무든지 계집의 말을 잘 듣는 자는 청기 앞으로 서고 만일 계집의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백기 앞으로 서라!” 하였더니, 수천 명 군사가 모두 청기 앞으로 서는데, 유독 한 사람이 백기 앞으로 서거늘 대장이 군사를 불러 세우고 그 연유를 묻는데, 군사 대답하여 왈 “소인의 계집이 항상 부탁하옵기를 여러 사람 모인 데는 행여 가지 말라 하옵기에 소인 혼자 백기 앞에 가 섰습니다.” 장군이 허허 웃으며 왈 “너도 나와 비슷하다.” 하더라.

○ 두메 사는 계집 하나가 평양 감영(監營)이 좋다는 말을 듣고 한번 구경키를 항상 소원이더니, 하루는 남편이 출입한 사이에 마침내 평양 산다는 손님이 왔거늘 그 계집이 대희(大喜)하여 그 손님을 대하여 평생소원을 설화(說話)하니, 손님 마음에 또한 해롭지 않게 여기어 긴요한 것만 한 짐을 추려 지고 그 계집과 한 가지로 길을 떠나 얼마 좀 가다가 평양 사람의 말이 “이 길로 가는 데는 인가가 없은즉 이삼일 동안은 한 돈을 할 터인즉 쌀 되[升]나 하고 옹솥 한 개만 가지고 왔으면 좋을 것을 잊었네 그려!” 하니, 그 계집이 왈 “에이그, 그러면 내가 도로 가서 쌀과 솥을 가지고 올 것이니 임자는 잠깐 기다리시오!” 하고, 즉시 집으로 가서 옹솥 속에다 쌀을 담아 머리에 이고 나오다가 본 남편을 만난지라. 그 남편이 계집의 행동을 보고 묻는 말이 “솥을 이고 어디를 가느뇨?” 계집 왈 “아, 여보 어디를 갔다가 어떤 년에게 홀려서 밤을 자고 인제야 들어온단 말이오? 집안에는 간밤에 도적이 들어서 짭짤한 세간은 무수히 잃었는데 들은즉 솥을 이고 쫓아가면 도적의 발이 절여서 못간다 하기로 도적을 쫓아가는 길이오.” 하매, 그 남편이 급히 들어가서 가마를 떼어지고 나오며 하는 말이 “도적이 옹솥에 발이 저리여 못가겠다니 이만하면 가기는커녕 도적이 우리 집으로 도로 올 것이니, 옹솥은 내려놓고 가마만 가지고 가세!” 그 계집이 방색하여 왈 “그만 두면 두었지 만일 도적이 도로 오면 또 무엇을 잃어버리게요!” 하며, 묵주머니를 만들더라.

○ 해변 신랑이 읍내로 장가를 가서 상을 받았는데, 장모가 옆에 앉아 이것저것 집어 권하며 나중에는 떡에다가 기름 같은 것을 묻혀 주거늘 먹어본즉 어찌 맛이 있는지 미칠듯하더라. 첫날밤에 신랑이 신부더러 묻되 “오늘 큰 상에 놓았던 음식 중에 물도 같고 기름도 같은 것을 떡에 묻혀 먹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먹고 싶어 못 견디겠네. 그것을 어디 두고 쓰느뇨?” 하니, 신부가 방그레 웃고 아는 말이 “그것 말이오? 꿀이로구려. 정방(正房)87) 아랫목 아버지 주무시는 머리맡에 한 항아리나 있소.” 하니, 신랑이 감질이 나서 자다가 벌거벗은 채로 나가서 항아리를 더듬더듬 찾아 손을 집어넣어 꿀 한 줌을 움켜쥐고 손을 빼내려 한즉, 항아리 부리가 좁아서 손이 나오지 않거늘 생각하여 왈 ‘항아리를 깨었으면 꿀을 다 먹겠다.’ 싶어서 손을 들어 항아리를 메다쳤더니 공교히 장인의 이마가 다친지라. 장인이 “도적이야!” 소리를 지르거늘, 신랑이 겁결에 뛰어나오다가 장모의 발을 밟으매 장모가 또한 놀래어 벌떡 일어나다가 이마로 신랑의 불알을 밟는지라. 신랑이 꿀 좀 먹으려다가 꿀도 먹지 못하고 불알만 다쳤으되, 아프단 말도 못하고 도적이야 소리를 같이 지르더라.

○ 똑똑한 아이와 덤덤한 남편은 뜻이 맞지 않건마는 예법을 어기지 못하여 부득이 그러한 대로 사는 것인데, 남편인즉 주는 밥만 먹고 아낙군수88)로도 임하였던지 꼼짝을 아니 한다. 그 아내가 항상 갑갑히 여기다가 엿 한 목판을 고와서 그 남편을 주며 팔아 오라하고 또 고의 한 벌을 바지 위에다 입히며 일러 왈 “만일 엿을 풀거든 고의를 벗어서 쌀을 팔아 그 고의에 담아 오시오.” 하니, 그 남편이 그리 하마 하고 엿목판을 메고 팔러 다니더니, 어떠한 집 부인이 대문간에서 엿 장사를 부르거늘 이 사람이 엿 목판을 내려놓고 그 부인더러 하는 말이 “벗읍시다.” 하매, 그 부인이 해괴망측(駭怪罔測)하여서 호령을 할 즈음에, 동리 사람들이 달려들어 무수난타(無數亂打)하더라.

○ 갑동이란 아이가 이를 앓다가 의원을 찾아 갔더니, 의원이 “무슨 병이냐?” 묻거늘, 갑동이가 대답하되 “다름이 아니라 치질이 있어 문약(問藥)고자 왔습니다.” 의원 왈 “그러면 병처(病處)를 잠깐 보자.” 갑동이 입을 딱 벌리는지라 의원이 웃음을 참고 이르되 “치질이라 하더니 왜 입을 벌리느뇨?” 갑동이 답 왈 “이 치(齒)자(字)니 치질이란 말이 망발이오니까?” 의원이 기가 막혀 왈 “이 아이야, 상통하질(上痛下疾)이란다.” 갑동이 왈 “그러할진대 눈병을 안질이라 하니 어찌 하여 안통이라든지 목통이라 하지 아니하고 안질이라 하며, 다리 아픈 것을 각통이라 하니 어찌 하여 각질이라 하지 않습니까?” 의원 왈 “그만두어라, 요란스럽다!”

○ 서울 사람이 시골로 추수(秋收)를 보러 갔더니 촌가에서는 손님을 별로히 대접하려면 닭을 잡아 대접하는지라. 그런고로 닭을 잡아 밥상에 놓았거늘 이 사람이 밥을 먹을 새 주인은 안에 들어가고, 다만 칠팔 세 된 철모르는 아이가 앉았다가 그 손님이 닭고기 먹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 “죽은 닭고기를 잡수시네.” 하거늘, 이 사람의 생각에 ‘마침 죽은 닭이 있어서 나를 대접하는 가?’ 하여, 먹지 않고 내려놓았더니 그 아이가 얼른 집어다 놓고 날름날름 다 집어 먹거늘 이 사람이 묻되 “너는 어찌 죽은 닭의 고기를 먹느냐?” 그 아이 대답이 “죽지 아니한 닭을 어찌 산채로 먹을 수 있습니까?” 서울 손님은 시골 아이에게 가끔 이렇지요.

○ 여럿이 길을 가는데 중 하나가 마주 오는지라. 그 여러 사람 중에 장난꾼 하나가 말하되 “내가 저 중을 울렸다 웃겼다 하마.” 하니, 모두 좋다하는지라. 이 사람이 즉시 그 중의 손을 잡고 머리를 어루만지며 하는 말이 “같기도 같다, 어찌 그리 흡사하냐!” 하며, 대성통곡(大聲痛哭)하니, 그 중의 생각에 ‘이 사람이 필연 형이나 아우가 중이 되었는데 오래 보지 못한 고로 중을 만나면 저렇게 우나 보다!’ 하고, 저도 가연 부모형제의 생각이 나서 그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울다가 이윽고 후에 울음을 그치고 물어 왈 “댁에서 누가 나와 같은 이가 중이 되었나이까?” 그 장난꾼의 대답이 “같기는 무엇이 같단 말인데, 너 대강이가 내 무릎과 같단 말이다.” 하니, 그 중이 울다가 하 기가 막혀서 나무아미타불 후유.

○ 연소한 부인 한 분이 방귀를 잘 뀌더니 하루는 일가 집 혼인에 가서 혼인하는 구경을 하다가 무심중에 방귀를 뀌고, 무색하여 곁에 섰던 자기 하인을 꾸짖으며 하는 말이 “무슨 방귀를 만좌중(滿座中)에서 뀌느냐?” 하인의 대답이 “아씨께서 뀌셨지, 소인네가 뀌었습니까?” 부인이 더욱 무색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하인을 꾸짖어 왈 “이 소견 없는 년아! 설령 내가 방귀를 뀌었기로 네가 뀐 체 아니 하고 아씨가 뀌었지, 소인네가 언제 뀌었습니까가 무엇이냐? 이년 괘씸한 년!” 하고 때리거늘, 하인이 견디지 못하여 하는 말이 “아씨, 아씨! 그렇거든 눈을 한 번 꿈쩍하셨으면 소인네가 그렇게 알았지요! 그러나 이왕에 그리된 일을 어찌하오리까? 마는 가만히 계시오!” 하고 나가더니, 부리나케 잔치 집에 가서 여러 사람 있는데 소리를 높여 하는 말이 “아까 우리 댁 아씨가 뀐 방귀는 소인네가 뀐 턱으로만 알고 계시오!” 하더니, 좌중이 간간대소(衎衎大笑)89)하니라.

○ 시골 선생 하나가 학동 수십 명을 데리고 서울 와서 과거를 보고 내려가는 길에 노자(路資)가 떨어져서 기갈(飢渴)이 자심한지라. 선생이 한 계교를 생각하고 보따리와 의관은 벗어서 학동에게 맡긴 후에 자기는 관(冠)을 쓰고 가다가 마침 떡 장사를 만난지라. 선생이 제자들을 붙들고 반갑게 말하여 왈 “너희들이 서울 갔다더니 과거는 잘 보았느냐?” 학동들이 대답하되 “네, 과거는 잘 보았습니다마는 내려오는 길에 발병이 나서 여러 날을 주막에서 유련(留連)90)하느라고 노자가 떨어져서 오늘은 공복으로 오는 길이올시다.” 선생 왈 “오죽들 시장하겠느냐? 집에 들어가서 점심이나 먹여 보냈으면 좋겠다마는 길이 바쁠 터이니 위해 떡이나 좀 먹어라.” 하고, 떡 장사를 불러서 떡 한 박을 다 분식(分食)한 후에 제자들을 연연히 작별하고 떡 장사를 대하여 이르되 “저 건너 정자나무 이쪽 집 앞에서 목화 따는 늙은 사람은 우리 마누라요, 젊은이는 내 딸이니, 자네는 먼저 가서 떡값을 받으라. 나는 저 편 논에 물고를 보고 가겠노라.” 떡 장사가 그러이 여겨 목화밭에 가서 그 부인들을 보고 “샌님이 저기서 내 떡을 사서 제자들을 대접하고 떡값은 여기 와서 받으라 하셨으니 마누라님 떡값 주시오!” 그 부인이 곡절을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 “우리 집에는 샌님커녕 언청이도 없다.” 하고, 서로 다투는 사품91)에 선생은 학동을 따라가느라고 오금아 날 살려라 하니, 점잖은 개가 부뚜막에 올랐네.

○ 어떤 놈이 솥 도적질로 먹고 살더니, 하루는 이웃집에 구차(苟且)한 양반이 말하되 “어찌하여서 너는 하는 것 없이 잘 사느냐? 그 재주를 좀 배우자!” 도적놈의 말이 “나와 함께 다니면 자연 잘 살 수가 생긴다.” 하거늘, 그 양반이 기뻐하여 따라다니다가 한 곳에 이르러는 큰 집 담을 넘어가더니 솥을 떼어라 하는지라. 그 양반이 솥을 열고 보니 솥 속에 술이 가득하거늘 그 양반은 본래 술을 좋아하는 양반이라. 줄인 끝에 달려들어 한 없이 실컷 퍼 먹으매 도적놈이 민망하여 이르되 “여보, 그만 먹우!” 하는지라. 어언 간에 이 양반이 술이 대취(大醉)하여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러 왈 “이놈, 양반보고 그만 먹우가 무엇이야!” 하니 그 놈은 겁이 나서 달아나고 주인은 드레는 소리에 놀라 깨어 나가 보니, 어떤 사람이 술이 대취하여 달려들며 하는 말이 “이 괘씸한 놈! 양반을 몰라보고 고만 먹우? 이 놈, 괘씸한 놈! 어디 좀 견디어 보아라!” 하는지라. 주인이 하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들어 누었더니 한 잠을 자고 깨인 후에 그 곡절을 물은즉, 그 양반이 사실대로 말하거늘 주인이 불쌍히 여겨 전곡(錢穀)을 보조하매, 양반 왈 “이실직고(以實直告)가 제일이로다!” 하더라.

○ 한 사람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마루에서 낮잠을 자더니 호랑이가 와서 고함을 지르며 잡아먹으려고 달려들거늘, 그 아이 급히 방으로 들어와서 체경(體鏡)92)을 집어다 문 앞으로 놓으니, 그 호랑이가 체경(體鏡) 속에 저 같은 호랑이가 있어 저를 잡아먹으려 하는 형상을 보고 놀라서 달아났다 하니, 노루가 제 방귀에 놀라는 것과 일반이로구!

○ 선비 하나가 그 아래 마을로 이사를 할 새, 도포를 입고 두 손으로 신주(神主)를 뫼시고 천천히 걸어가더니 이웃집 노파가 강아지를 잃고 방장(方壯)93) 사처(四處)로 찾아다닐 새 보니 이웃 샌님이 두 손으로 까만 것을 꼭 안고 가는지라. 의심하여 왈 “샌님, 그것이 무엇이오? 우리 강아지 아니 오니까?” 하고, 쫓아오며 “우리 강아지를 주고 가시오!” 하고, 애걸하니 그 샌님이 골이 나서 뫼시고 가던 신부를 와락 내어 밀면서 하는 말이 “자, 보게! 이것이 자네 집 강아지냐?” 하였으니, 우습다 샌님 망령은 노파 까닭이야.

○ 당나귀가 호피(虎皮)를 쓰고 사면(四面)으로 돌아다니니, 허다한 짐승이 호랑인 줄 알고 풍비박산(風飛雹散) 하여 달아나거늘, 당나귀가 이것을 보매 즐겁게 여기어 더욱 흥치가 나서 소리를 지르니, 여우가 듣고 어디서 뛰어 나와 말하기를 “자네가 암만 그리해도 나는 속이지 못하느니 자네가 소리만 아니 질렀으면 혹시 속을까 자네 소리를 듣고서야 누가 속겠누?” 하고 깔깔 웃고 가거늘, 당나귀가 무안하고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자탄(自歎)하기를 외식(外飾)만 하면 본색은 자연이 탄로가 되니 그것도 이상하다.

○ 선비들이 서울 와서 과거를 보고 내려가다가 노수(路需)94)가 부족하여 왈 “여보게 자네들은 아무 걱정 말고 날만 따라 오라.” 하고, 천안 삼거리 주막에 들어가 밤을 지낼 새 강생원이 동경을 본즉, 주인 내외가 그 윗방에서 자거늘, 가만히 올라가서 계집의 얼굴에다 볼기짝을 살금살금 문지르니 그 계집이 잠결에 어떤 놈이 입을 맞추려 하는 줄 알고 두 손으로 힘을 써서 박 할퀴거늘, 강생원이 얼른 내려와 누었더니 그 계집이 남편을 흔들어 깨워 왈 “아랫방에서 어떤 놈이 나와서 내 입을 맞추려 하기로 내가 그 놈의 뺨을 박 할퀴어 상처를 내었소.” 주인이 듣고 심술이 나서 급히 불을 켜들고 가서 자는 손님들을 깨워 앉히고 면면상고(面面相顧)95)한즉 하나도 흠처(欠處)가 없는지라. 혼자 말로 ‘이 상하다. 뉘짓인고?’ 하더니, 강생원이 큰 소리로 꾸짖어 왈 “저런 죽일 년놈이 흉한 꾀를 내어 행객의 저치(貯置)한 재물을 빼앗으려고 집탈(執頉)96)하니 지금으로 저런 도적 년놈은 법관에 정하여 단단히 속이리라!” 주인의 내외가 애걸 왈 “죽을 때라 몰랐사오니 용서하옵소서!” 하고, 이튿날 아침에 대접을 후히 하고 노자도 많이 주거늘 못 이기는 체하고 받아가지고 오면서 하는 말이 “불쌍한 것은 막한(幕漢)97)이야 그러나 우리도 죄를 짓네.”

○ 어여쁜 어머니가 사돈집에 다녀와서 영감과 여러 아들을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내가 사돈집 대청에 올라가다가 실수하여 엎어져서 입이 깨지고 다른 데도 다쳤으니 너무 참괴(慙愧)하여 억지로 아픔을 참고 방에 들어가 앉으니, 사돈이 가엾어 하는 말이 치아나 상치 아니 하셨소?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대답을 못하매, 더구나 무안(無顔)하더라.” 큰 아들이 말하되 “발꿈치를 다쳤나 염려하여서 치아란 문자를 쓴 게 옳습니다.” 하니, 둘째 아들은 “응치인 듯하다.” 하여 의론이 분분하거늘, 영감이 꾸짖어 왈 “저런 무식한 자식들! 나 죽은 후면 어찌 하잔 말이냐? 치아라 하는 것은 어리석을 치(癡)자(字)와 벙어리 아(啞)자(字) 어리석은 벙어리는 생각건대 무엇이냐? 아마 하문(下門)이지.” 그제야 부인이 깨닫고 “치치치, 그때에 주저앉았은즉 거기가 상치 아니하였느냐? 말이로구나! 흥, 흥!”

○ 돌팔이 글방의 선생이 제자더러 똥 분(糞)자(字)를 쓰라 하였더니, 대답은 하여 놓고 똥 분자를 쓸 줄 몰라 한참 애를 쓰다가 다시 선생께 묻기를 “무슨 글자를 쓰라 하였나니까?” 선생이 마침 무엇에 잠심(潛心)하다 얼른 생각지 못하고 어름어름 하거늘, 제자가 또 물어 왈 “똥이라고 아니하였습니까?” 선생이 그제야 깨닫고 미처 생각이 되돌지 못하여 하는 말이 “똥이 입에서 빙빙 돌면서도 나오지 않는구나!” 하더라.

○ 젊은 양반이 어디를 가다가 본즉 어떤 집 개구멍으로 어여쁜 강아지 한 마리가 나오거늘, 탐이 어찌 나던지 집어 오려고 오요오요 하면서 소매 속에다 넣으려 할 즈음에, 마침 그 집 처자가 문틈으로 내어다 보다가 저의 동생을 불러 왈 “점잖은 어른이 어찌 손수 강아지를 가져가시겠느냐? 네가 그 댁까지 갖다 두고 오라!” 하거늘, 이 양반이 그 말을 듣고 대단히 무안하여 강아지를 슬며시 놓으며 하는 말이 “강아지야, 참말 어여쁘다!” 하고 가더라.

○ 한 소경이 길을 가더니 지팡이 끝에 쇠 소리가 나는지라. 이상이 여겨 더듬어 보니 돈 한 푼이 걸렸거늘 소경이 생각하매 ‘앞 못 보는 맹인이 길에서 돈 한 푼 얻었으니, 이것도 횡재로구나!’ 하고 돈으로 어떻게 할 예산을 하는데, ‘이 돈으로 계란 한 개를 사서 이웃집 닭을 안길 때에 함께 안겨서 잘 까거든 암평아리로 달라하여 이웃집 수탉과 흘레하여서 그 놈이 또 알을 까서 새끼를 치면, 소불하(少不下)98) 이십 수는 될 것이오. 그 놈이 또 새끼를 치고 새끼가 자라서 또 새끼를 치면 여러 백 마리가 될 것이니, 그 닭을 팔면 돈이 수백 냥이라. 그 돈으로 송아지 몇 마리를 사 길러서 각각 새끼를 낳으면 소 수십 필이 될 것이니 소들이 또 새끼를 나되 공교하게 쌍태(雙胎)를 낳으면 수백 필이요, 그 새끼가 또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또 새끼를 낳으면 몇 해 못하여 소 수천 필에 이를지니, 이것을 팔아서 집도 사고 논도 장만한 후에 계집을 얻되 하나는 적으니 둘만 얻어 두고 호강으로 지내지. 옳다! 인제야 수가 났구나! 또 생각하니 두 계집이 만일 싸우면 어찌 할고 그 때에는 내가 이 지팡이로 이 년들! 하며 이렇게 두드리겠다.’ 하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한참 때리는 형용을 할 즈음에 마침 독 장사 지게를 벗어 놓고 쉬다가 “여보, 이 소경! 부채잡이99)로 가오. 독 다치겠소!” 소경 왈 “이 놈 보게! 남의 집 내외 싸움에 독 다치겠소, 하니 맹랑하다!” 독 장사 왈 “맹랑이란 장님불알이 맹랑이오. 저리 좀 가시오!” 하더라.

○ 머슴들이 추렴을 내어 떡을 하여 먹는데 그 중에 감돌이란 아이는 추렴도 내지 않고 먹는 데는 빠지지 않더라. 하루 밤은 여러 머슴들이 또 떡을 해 먹을 새, 집에서 먹으면 필연 감돌이가 올까하여 산 밑에다 움을 짓고 그 속에서 우물우물 모여 앉아 떡을 먹더니, 감돌이가 동무를 찾으러 이집 저집 다녀도 하나도 볼 수 없으매, 필연 저를 따고 무엇들을 하는 줄 알고 궁심역득(窮心力得)하여 움을 찾아가니, 동무들이 그 속에 있는데 호랑이가 움 밖에 앉아서 움 속을 들여다보는지라. 감돌이가 호랑이 뒤로 가만가만히 가서 왈 칵 밀치니 호랑이가 움 속으로 덜컥 고꾸라지며 한 바탕 헤매다가 뛰어 나가니라. 여러 사람들이 어찌 호랑이에게 놀랐던지 정신을 차려 사람 수효를 세어본즉 하나가 없고 이름을 불러본즉 옳거늘 어떤 영문을 몰라 돌려가며 세어 보아도 정녕 한 사람이 없는지라. 한참을 이렇게 부산할 즈음에 감돌이가 소리를 냅다 지르며 “이놈아! 세는 너까지 세어라. 세는 놈은 빠졌다!” 하니, 열 사람이 놀라본즉 감돌이가 기어이 찾아온지라. 기가 막혀 왈 “에구, 그 몹쓸 놈! 잘도 찾아온다.” 무엇이든지 몰래 하면 탈이야.

○ 민 참봉이란 양반이 어찌 정신이 없던지 하루는 그 친구 신주사의 소상(小祥) 날을 당하여 그 집에 갔더니, 사람들이 많이 모였거늘 그 중 다정한 친구 방 진사를 보고 묻는 말이 “신 주사가 어디 갔나?” 방 주사 답 왈 “나는 신주사가 작고하여 소상 날이 오늘이기로 왔거니와 자네는 주인 없는 집에 무슨 일로 왔나?” 민 참봉이 그제야 생각을 돌려서 손바닥을 짤깍짤깍 치며 하는 말이 “앗차, 잊었어! 나도 소상참례를 와서 그랬구나!” 하더니, 조금 있다고 또 묻되 “그러면 그 사람이 무슨 병에 죽었나?” 방 진사의 대답이 “그 사람이 높은 산에 꽃구경 갔다가 낙상(落傷)하여 죽었다네.” 민 참봉 왈 “그러면 큰일 날 뻔 하였네!” 방 진사 왈 “죽은 것 밖에 또 무엇이 원통하고 큰일이란 말인가? 자네는 바지저고리만 다니나?” “앗차 앗차! 아까도 그러고 지금도 또 그러네. 허, 내 정신이야!”

○ 어떤 사람이 무슨 병에든지 방약(方藥)100) 쓰기를 좋아하여 누구는 어떤 병에 무슨 약을 써서 효험 본 것을 적어서 두고 청낭비결 같이 가지고 다니더니, 하루는 서소문 밖 새남터를 지나더니 마침 역적죄인 하나를 벌거벗겨서 수레 위에 매어 달았는데, 그 죄인이 산증(疝症)101)을 앓는지 불알이 동해(東海)만한지라. 그 사람이 산증에 단 방약을 생각하느라고 혼잣말로 ‘산증 산증에 무엇이 단방약이던고?’ 하더니, 휘자수102)가 칼을 두르며 달려들더니 죄인의 목이 뚝 떨어지며 동해 같은 불알이 아주 쏙 들어가고 보이지도 아니하는지라. 그 사람이 손뼉을 치며 하는 말이 “옳다, 옳다! 인제 알았다! 묘하고 묘하구나! 산증에는 목 베이는 것이 제일 속한 단방약이로구나!” 하더라.

○ 이상한 사람이 항상 성품이 괴상하고 야릇하여 송곳을 머리맡 바람벽103) 말코지104)에 걸어 두고 자더니 쥐가 작란(作亂)하는 통에 송곳이 떨어져 그 사람의 이마를 뚫어서 죽은지라. 어떤 친구가 그 사람이 죽었단 말을 듣고 조상(弔喪)하러 가서 변 당한 곡절을 물은데 상제(喪制)가 그 송곳에 다쳐서 상사당한 말을 낱낱이 고하니, 조상 손님 왈 “눈을 다치지 아니하신 게 불행중 다행이라.” 하거늘, 상제 왈 “돌아가신 이상에야 눈을 다치지 아니하신 게 무엇이 다행한가요?” 그 사람 왈 “돌아가셨을지라도 눈은 아니 다치신 것이 다행하다는 말씀이오.” 하더라니, 시러베의 아들.

○ 이상한 사람 하나가 있는데 항상 손자를 몹시 사랑하더니, 그 손자가 실과나무 아래서 떨어진 실과를 두 개나 얻어다가 깨어진 실과는 제 아비를 주겠다고 감추고 성한 실과는 제 조부에게 드리거늘, 그 할아비 마음에 기특히 여겨서 성한 실과를 두었다 “네 아비를 주라.” 하니, 손자의 말이 “성한 실과는 똥에 떨어졌던 실과라.” 하는지라, 할아비가 한탄하여 왈 “손자가 아들만 못하구나!”

○ 투기(妬忌) 많은 부인이 아들을 낳았더니 젖이 부족하여 유모를 구하되 노파를 부탁하여 왈 “인물은 빡빡 얼고 젖 많은 유모를 구하여 오라.” 하니, 그 남편이 말하기를 “유모의 모양이 흉하면 그 젖 먹는 아이도 그 유모를 담는 법이니, 젖도 많이 날뿐더러 아무쪼록 인물이 어여쁜 유모를 구하여 오라.” 하는지라.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염치없이 하는 말이 “그러면 요사이 우유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송아지가 되겠다.” 하고, 이렁저렁 하여 유모는 구하지 못하니 쓸데없는 강짜에 귀동자만 배를 곯는다.

○ 말재라는 아이는 부모가 학교에 가라면 대답만 하고 나가서 책은 남의 집 처마 끝에 끼어 두고 다른데 가서 종일 장난하고 놀다가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더니, 일일은 그 부모가 꾸짖어 학교로 보내더라. 말재가 책을 펴 놓으매 장난하던 형용과 소리만이 목에서 연하여 글을 익되 몸만 끄덕거려 다른 아이들 글 익는 사품105)에 하는 소리가 ‘꽝매쿵땅땅! 꽝매쿵땅땅!’ 하며 글 익는다 하거늘, 교사가 그 눈치를 채고 말재가 똥 누러 간 사이에 다른 아이들을 지휘하되 “내가 손으로 수염을 만지거든 너희들은 일제히 글소리를 그치라.” 하고, 말재가 똥 누고 들어온 지 한참 있다가 교사가 수염을 쓰다듬거늘, 아이들이 일시에 글소리를 그치건마는 말재는 정신없이 고갯짓을 하며 어깨춤을 추어 가며 ‘꽝매쿵땅땅!’ 하가가 졸연히 여러 아이가 글소리를 그치매, 말재는 미처 그치지 못하여 이런 몰골을 당하니, 그 모양 얌전하다.

○ 서울 사람이 시골 가다가 달포 만에 올라오는데 그 주인이 서울 사람을 따라와 서울 구경을 하고 싶으나 서울이 낭이라는 말을 들은 고로 봉욕할까 주저하더니, 서울 사람 왈 “나와 함께 가서 나만 따라 다니며 나 하는 대로 하면 아무 염려도 없으리라.” 하고, 같이 오니라 남대문을 들어서서는 우선 겁이 덜컥 나서 서울 사람이 앉으면 같이 앉고 서면 같이 서서 일동일정(一動一靜)을 원숭이 흉내 내듯 하니, 서울 사람이 너무 민망하여 조용한 때면 누누이 가르쳐도 종시 듣지 아니하고 그리하더라. 하루는 저녁에 어디를 같이 가다가 서울 사람이 순라군에게 잡히매 벙어리 모양을 한즉 놓아 보내고 뒤에 잇는 시골 사람을 잡으니 또한 벙어리 소리를 하거늘 순라군이 의심이 더럭 나서 하는 말이 “이 놈들 보아라! 어디서 떼 벙어리가 왔다.” 하고 뺨을 치거늘, 시골 사람이 겁결에 “형님 사람 살리시오!” 하는 지라. 순라군이 그제는 그 거짓 꾀를 짐작하고 꼭 잡아 두었다가 밝은 후에 불기 이십 도를 단단히 처 보내니 시골 사람이 볼기를 맡고 나와서 분하여 왈 “서울 놈이 흉측하여 저하는 대로 하라더니 잡혀가 볼기만 터지도록 맞게 하였느냐!” 하니, 대답하되 “형님 소리만 말지!” 하더라.

○ 청년 과부가 일곱 살 먹은 아들을 학교에 보내어 공부를 시키더니 하루는 그 모친이 밀을 갈 새, 아들이 학교에 다녀와서 맷돌 앞에 앉아 장난하거늘 그 모친 왈 “공부를 아니 하고 왜 장난만 하느냐? 맷돌질 하는 것을 두고 글이나 한 수 지으려무나!” 그 아들이 즉시 글을 짓는다. “돌이 첩첩(疊疊)하되 산(山)은 아니오,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하되 추움이 없도다. 종일 돌아가도 길이 멀지 아니하고, 먹기를 많이 하나 배는 부르지 않도다.” 하고 순식간에 지으니, 모친이 기뻐하여 등을 툭툭 치며 경계 왈 “네 이 재주를 확충하여 문호를 빛낼 지어다!”

○ 시골 촌뜨기가 서울을 왔다가 내려 갈 때 자기의 사진을 박아 집에 가서 구경할 차로 사진관에 가서 관 쓰고 도포 입고 교의(交椅)에 걸터앉아서 사진을 박아 가지고 집에 내려가서 사진을 꺼내어 주며 왈 “이런 신통한 것 보았소? 구경하오! 누구 같소?” 부인이 받아 본즉 자기의 남편이라. “하하, 우습다! 이에 이거, 그것이야 신통도 하지! 어찌 이렇게 만들었소? 이제는 영감이 둘이 되었네!” 하고, 또 아들을 주며 왈 “어서 보아라!” 아들이 받아 들고 하는 말이 “참, 신통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양인(洋人)이 만들었단다.” “아, 그 놈! 잘도 만들었고!” 손자가 또 보더니 “이것을 양인이 만들었어요? 참, 기특하다마는 할아버님을 세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그 양인이 왜 벙어리 할아버지를 만들었습니까?” 그 할아비란 자가 참다못하여 왈 “에, 무식한 자식들이로고!”

○ 장삼 이사가 앞뒤 집에 사는데 그 동리에 소경 하나가 있으니 비록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는 제반 범절이 성한 사람과 못하지 않더라. 장삼과 이사가 모여 앉아 왈 “우리 오늘밤에 소경을 유인하여 닭을 잡아 막자.” 하고 소경의 집에 가서 봉사님을 찾으며 왈 “요사이 고기 생각 안 나시오?” 소경이 허욕이 나서 가장(假裝) 싫은 체하며 “고기는 무슨 고기?” 장삼 왈 “우리만 따라 오면 닭고기를 많이 자시리니다.” 소경 왈 “닭이 웬 것이오?” 이사 왈 “저 건너 이 생원님의 닭이 많으니 우리 가서 잡아다 삶아 먹읍시다.” 하고, 소경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소경의 집으로 도로 들어가서 닭을 무수히 잡아다가 삶고 구어서 잘 먹고 각각 집으로 돌아가다 소경이 자고 이튿날 깨어 본즉 닭의 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는지라. 가만히 점을 쳐보니 어제 밤에 그 놈들에게 속았거늘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으니, 속담에 소경 제 닭 잡아먹는단 말이 옳도다.

○ 한 사람이 내외간에 사는데 그 아내가 남편의 말이라 하면 무슨 말이든지 반대하더라. 하루는 까마귀가 뒤뜰 대추나무서 까악까악 짓거늘 남편이 급히 나가가서 소금 장사를 불렀더니, 아내가 이유를 묻는데 대답하되 “까마귀가 짖으면 동네가 불안하다.” 하는지라. 아내 왈 “그러면 병술년 쥐통에는 동서양 까마귀 모두 우리나라만 모였든가?” 하였으니, 그런 말은 제법일네.

○ 한 부자가 딸을 두고 사위를 구하되 거짓말 세 마디를 잘 하면 사위를 삼는다 하는지라. 여러 사람들이 각색 거짓말로 공교히 시험하여도 필경 끝에 말에 가서 거짓말이 아니라고 퇴자를 만나매, 아무리 잘 하는 거짓말쟁이라도 마치는 자(者) 하나도 없더라. 한 총각이 이 소문을 듣고 가본즉, 주인이 거짓말 듣기를 청하거늘 총각 왈 “여기서 농사짓는 것을 보니 잘못합디다.” 주인 왈 “어찌하여야 잘하느뇨?” 총각 왈 “서울서는 논배미106)의 장광척수(長廣尺數)를 측량하여 다가 조지소(造紙所)107)에 가서 그 척수대로 장판지를 맞춰다가 구멍을 숭숭 뚫어서 논에 깔고 벼씨를 뿌리면 그 구멍으로 들어간 씨가 싹이 나서 그 구멍으로 올라와 자란즉, 김 맬 것도 없이 추수할 때에 장판지만 번쩍 들면 벼가 죄다 훌쳐서 한 알도 깔축108)없이 되나이다.” 주인 왈 “거짓말이지?” 총각 왈 “그러면 거짓말 한 마디는 되었지요?” 주인 왈 “그렇지, 또 하라!” 총각 왈 “여기서 더울 때에 피서(避暑)하는 법이 어떠하오?” 주인 왈 “별법이 없노라.” 총각 왈 “서울서는 겨울바람 많이 불고 추울 때에 독을 많이 준비하여 무학재 고개 밑에 놓았다가 찬 바람이 독에 가득 차면 두꺼운 종이로 꼭 봉하여 두었다가, 여름날 심히 더울 때에 종로 좌우편에 독을 드문드문 놓고 봉한 종이를 동침으로 구멍을 숭숭 뚫어 놓으면 그 구멍마다 바람이 술술 나와서 장안 사람들이 모두 더위를 모르고 지내는 고로, 사람들이 감사하여 적어도 이삼 전씩은 보조를 하느니 그 돈으로 까딱하면 부자도 되지요.” 주인 왈 “이것도 거짓말!” 총각 왈 “연즉 거짓말 두 마디는 되였소.” 주인 왈 “옳다!” 총각이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내어 놓고 하는 말이 “이 표는 당신의 선친(先親)께서 우리 선친께 빚진 수표니 이 돈을 갚으시오1” 주인의 생각에 이런 일이 있다하면 돈 명 냥을 눌어야 하겠고 거짓말이라 하면 불가불 혼인이 될 터이니 어찌하여야 좋을꼬? 생각다 못하여 돈보다 딸 주는 게 낫다하더라.

○ 시골 사람들이 처음 서울 와서 전차(電車)가 빨리 가는 것을 보고, 한 사람이 가장 아는 체하여 다른 사람더러 설명하기를 “대저 외국 사람은 참 의견 있는 일도 잘하네. 우리들 같으면 수레 바탕에 줄을 매어 끌 것인데, 저 사람들은 줄을 바탕에 매이면 행인 왕래 불편함이 있겠는 고로, 줄을 전차 위에다 매고 끄네 그려!” 하며 서로 익살을 부리니, 식자우환(識字憂患)이로다!

○ 한 사람이 아들을 서울로 보내어 공부를 시키는데, 하루는 그 아들이 편지하기를 ‘신 한 켤레만 바삐 사서 부치라.’ 하였거늘, 그 부친이 편지를 보고 장에 가서 신을 사가지고 들어와서 편지 답장을 써서 신과 같이 봉하고, 거주성명(居住姓名)을 쓴 후에 노끈으로 매어 가지고 전기선으로 편지를 부치면 눈 깜짝할 새에 간다는 말을 들은 고로, 신을 가지고 전기선대 밑에 가서 신을 장대에 꾀여 전기선 줄에 매어 달고 본즉 가지 않거늘, 생각에 ‘아직 갈 때가 못 되였나보다.’ 하고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가본즉, 신이 없는지라 벌써 갔나보다 하고 신지무의(信之無疑)109) 하였더니, 그 후에 또 편지하되 ‘신발이 급하여도 아니 사서 보내시니 대단히 민망하외다.’ 하였거늘, 그 편지를 보고 아내더러 하는 말이 “신을 전보로 부쳤더니 아니 갔다하니 전보줄이 먹었나, 전보국에서 먹었나?” 하니, 그 아내가 말하되 “그것이 모두 요술로 남을 속이어 빼앗아 먹는 고로 눈에 어리는 것이오.” 하더라니, 미련하면 하릴없지.

○ 금강산 유점사 중이 속가(俗家)에 내려와 속인의 상투 쥐고 뺨을 치며 그 집 닭과 개를 잡아서 술안주로 진탕 먹고 잘 놀더니, 멀쑥한 총각 하나가 지나다가 보고 심사가 꼬여서 하는 말이 “에그, 잘 먹는 고 중은 애나 쓰고 먹거니와 나는 힘 안 들이고 먹는다.” 하니, 그 중이 듣고 힐난(詰難)하여 왈 “너는 무엇을 그리 잘 먹느뇨?” 총각이 눈짓하여 왈 “너는 남의 것 가지고 잘 먹는데, 나는 곁에서 코로 잘 먹는데 무슨 말을 하느뇨?” 한데, 그 중이 기를 써서 왈 “이놈아! 네가 음식을 잘 먹거든 값을 내라!” 하고 서로 힐난할 새, 코크고 눈 깊은 서천서역국 중이 지나다 보고 그 연유를 묻거늘 총각이 억울한 사연을 설명한데, 그 중이 판결하여 왈 “네가 냄새 맡기가 불찰인즉 값을 주라.” 하고 “나도 상급을 달라.” 하매, 그 싸우던 중은 희색(喜色)이 만면하며 총각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하릴없이 음식 값과 상급을 물어 주니, 서역국 중이 받아서 금강산 중을 줄 새 돈을 귀에 대이고 흔들며 하는 말이 “코로 냄새만 맡은 음식 값을 귀로 돈 소리만 듣고 받으라.” 하더니, 나중에 그 돈은 총각을 도로 주더라니 참 시원하다.

○ 어떠한 원님이 어찌 똑똑하던지 송사(訟事)가 들면 그 부인께 물어본 연후에 처결하더라. 하루는 송민(訟民)들이 들어와서 서로 제가 억울타하매, 원이 암만 생각하여도 숙비(孰非)를 분간치 못하겠거늘, 안에 들어가서 그 부인을 보고 의논하니 부인 왈 “약시약시(若是若是) 하라.” 하고, “함께 나가서 송리(訟理)를 듣다가 내 손을 엎치거든 그 놈을 잡아 엎어놓고 볼기를 때리시오.” 얼마를 때리다가 부인이 손을 뒤치니 원이 일으키라는 말을 잊어 버리고 “네 그 놈을 뒤치라!” 하니, 뒤치거늘 부인이 보기에 면난(面赧)한110) 고로 실로 웃는지라. 웃음을 참으려고 손으로 입을 막았더니 원의 의견에 아마 그 놈의 손을 물라는 줄 알고 “여보아라! 그 놈의 손을 깨물어라!” 하니 육방관속(六房官屬)이 깔깔 웃더라니 망신이다.

○ 난장이가 키 큰 아내를 데리고 사는데, 하루는 그 아내가 안질(眼疾)이 나서 눈이 범벅이 된 고로 보지 못하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그 아들이 오줌을 쌀까 염려하여 안고 나가서 마루 끝에 앉아 “쉬야쉬야!” 할 즈음에, 단 것 장사가 들어오다가 본즉, 여인이 조그마한 어른을 안고 앉아서 오줌을 뉘거늘 “그게 누구냐?” 묻는데, 대답하되 “우리 댁 도령님일세!” 단 것 장사 왈 “그러면 도령님이 상투가 웬일이오?” 여인이 그제야 깨닫고 왈 “내가 안질은 왜 났어! 참 얄궂어라!”

○ 어떤 고을 이방 하나가 원을 여러 번 속이어가며 돈을 빼앗아 가며 이방을 지내더니, 원이 분하여서 하루는 이방을 불러 왈 “네 어떻든지 수말의 새끼를 구하여 들이라.” 이방이 원님의 말을 거역치 못하여 대답은 하였으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구할 수 없는지라. 이방이 집에 돌아와 음식을 전폐(全廢)하고 누었더니, 그 아들이 문병하거늘 이방 왈 “원님이 수말의 새끼를 구하여 들이라 하니 세상에 어찌 수말의 새끼가 있으리오. 이로 말미암아 병이 되었다.” 아들이 위로 왈 “아버지 걱정 말으시고 진지를 잡수시오. 소자가 원님께 들어가 말씀하오리다.” 하고 즉시 관가에 들어가니, 원님이 묻되 “네 아비는 어떤 일로 아니 들어오느냐?” 대답하되 “소인의 아비가 간밤에 수말의 새끼를 구하러 가다가 개뿔에 걸려 넘어져서 낙태를 하였습니다.” 원님이 꾸짖어 왈 “이 놈 사나이가 낙태는 웬일이며 또 개도 뿔이 있느냐?” 이방의 아들이 얼른 대답하되 “그러면 세상에 수말의 새끼는 어디 있는 법이오니까?” 하더라니, 콩밭에 콩이 나는 것이야.

○ 구차(苟且)한 양반이 요강이 없어 왕 대마디를 잘라 놓고 오줌을 누어 버리더니, 그 동리 사는 소년이 와서 보고 물어 왈 “그게 무엇이오니까?” 노인 왈 “죽통일세. 요강이 없어서 죽통에 오줌을 누네.” 소년이 웃어 왈 “그게 죽통이라 하시니 그러면 죽 그릇인데 거기다가 어찌 오줌을 누시나이까?” 노인이 질로 왈 “후레자식! 날더러 개라 하는 말이냐!” 하더라.

○ 한 노인이 창(窓)을 바를 새, 종이에다 물을 뿜거늘 그 손자가 가만히 보더니 하는 말이 “할아버지 종이의 물을 왜 뿜습니까?” 노인이 대 왈 “그리하여야 종이가 팽팽하여진단다.” 그 후에 늙은이가 낮잠을 잘 새, 그 손자가 물을 뿜어서 노인의 얼굴에 장마가 지거늘 노인이 놀라며 일어나 하는 말이 “이, 이 애야! 어른의 얼굴에다 물을 뿜으니, 무슨 장난을 그리 상(常)없이111) 하느냐? 차후에는 그리 말아라.” 하니, 그 아이 대답이 “내가 장난을 그리 상없이 할 리가 있습니까? 할아버지 얼굴이 주름이 잡히어 쭈글쭈글하시기에 팽팽히 피어지라고 물을 뿜었습니다.” 하더라.

○ 정신없는 하향(遐鄕)112) 사람 개불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오는 모양인데 한참 걸어오다가 똥이 마려워서 길가에 돌아앉아 똥을 누고 그냥 일어서 논길로 휑하게 내어빼며 혼잣말로 “우리 고향서 서울이 꼭 백리인데, 이리 부지런히 걸으면 해지기 전에 올라가겠다.” 하면서 얼마쯤 가다가 저의 집이 보이거늘 딱 멈춰서며 휘휘 둘러보니 갈 데 없는 저의 집이라 “허허! 우리 집이 서울 근처에도 있구나!” 할 즈음에, 그 동리 아이들이 그 사람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 “개불 아버지가 서울 가신다더니 벌써 다녀오시오? 아마 중간에서 뒤보시다가 잊어버리시고 돌아선 채로 그만 오신 것이 아니요?” 하더라.

○ 알뜰한 부인이 있는데, 베 한 필을 짜서 자기 사나이를 주고 장에 가서 팔아 오라 하였더니, 그 영감이 말하되 “값을 얼마나 받아오리까?” 부인 왈 “냥 두 돈만 받아 오구려!” 하매, 그 영감이 베를 가지고 장에 가서 종일 돌아다니면서 팔려 하되 한 냥 밖에는 더 보는 사람이 없는지라. 하릴없어 팔지 못하고 도로 가지고 집으로 오는데, 중로에서 뒤가 급하여 가졌던 베를 길옆에 놓고 뒤를 다 보고 나와 본즉, 어떤 도적놈이 벌써 집어 갔는지라. 기가 막히어 혼잣말로 “흥! 네가 집어는 갔지마는 한 냥에서 더 주고 날 놈은 생겨나지도 아니하였을 터이니, 세상없어도 두 돈은 밑지고야 팔리라!”

○ 어떠한 원님이 보름날 도임(到任)한 후로 그렇게 명랑하던 달이 며칠이 못 되어서 없어지매, 밤이면 아주 깜깜하거늘 이방을 불러 왈 “요사이는 달이 없어서 대단히 갑갑한즉 돈이 얼마가 들든지 어디 가서 달을 사오렷다!” 이빙이 대답한 후에 달 값 일천 냥을 타가지고 나와서 아무리 달 살 곳을 생각한즉 어찌할 계책이 망연하여 근심하더니, 마침 아홉 살 먹은 딸이 이 말을 듣고 “걱정 말고 내 말대로 이리이리 하시옵시오.” 하거늘, 이방이 끼단을 하고 며칠을 마음 편이 잘 누었다가, 초생에 달이 훨씬 밝은 후 원님께 들어가서 말하되 “달을 사서 대령하였소.” 하매, 원이 영창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더라니, 이것도 원인가!

○ 한 사람이 장사를 하다가 방이 나서113) 꼼짝을 못하고 제방 구석에만 엎드려 있으려니까 갑갑하여 견딜 수 없는지라. 정다운 친구더러 그 사정을 말하고 죽을 생각이 불연 듯 하여 아편을 사다 달라 하였더니, 그 친구가 약국에 가서 고약 한 장을 사다가 아편인 체하고 속이며 주었더니, 이 사람이 이것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술 한 병을 사가지고 남산봉화 둑에 올라가서 혼잣말로 “내가 이제 이것만 먹으면 이 세상을 하직하겠구나!” 하고 처량한 생각이 겉잡을 새 없이 나서 일장을 통곡한 후 술에다 그 고약을 타서 먹고 술이 대취하여 한 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앉아 사방을 휘휘 들러보더니 하는 말이 “저승도 세상 배포한 것이 이승과 범절이 조금도 틀리지 아니하고 똑같구나! 이제야 내가 아무 데를 갈지라도 빚 받을 사람들에게야 졸릴 이치가 있으랴!” 하고 이리저리 유람을 다니더니, 어느 곳에를 가니 이승에서 물건 준 임자들이 달려들어 “이 사람! 그동안 어디가고 물건 값을 내지 아니하였든가? 이제 만났으니, 내 돈 내게!” 하거늘, 이 사람이 기가 막혀서 하는 말이 “대체, 고놈들 영독하고 모질기도 하다! 빚을 받으러 저승까지 찾아 왔구나!” 하며 “대관절 이곳에 오시기는 무슨 수단으로 오셨소?” 하더라.

○ 서울 재상이 통제사(統制使)에게 자기 벼루 집 하나를 만들어 보내라고 부탁하였더니, 통제사가 즉시 구하여 아전에게 부쳐 보내었더니 그 아전이 그 자개 벼루 집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다가 실수하여 떨어트려 깨어진지라. 겁이 나서 어찌 할 줄 모르다가 한 계교를 생각하고 깨어진 벼루 집을 큰 종이로 싸가지고 올라와서 재상의 집을 찾아가 제작담하고 안뜰로 들어가니, 그 집 하인들이 보매 웬 엇부수수한 놈이 안으로 들어오는지라. 이 놈을 미친놈인 줄 알고 “웬 놈이냐!” 소리를 지르며 내달아 두드리니, 그 벼루 집 떨어지며 와지끈 깨어져서 산산이 박살이 된지라. 아전이 땅에 엎더려 방성대곡하니, 재상이 마침 밖에 있다가 울음소리를 듣고 들어와 그 모양을 보고 괴이히 여겨 그 곡절을 묻는데, 아전의 대답이 “소인이 통제사의 명령을 받자와 자개벼루 집을 가지고 댁에 바치러 왔는데, 시골 놈이라 알지 못하고 안 뜰에를 들어온 죄로 댁 하인에게 매를 맞사와 땅에 넘어지는 서슬에 벼루 집을 깨트렸사오니 소인은 내려가면 속절없이 죽을죄를 당하겠습니다.” 재상이 그 말을 들은즉 그러할듯하여 책책(嘖嘖)114) 칭찬하며 개유(開諭)115)하여 왈 “시골 사람이 혹 모르고 그리하기 쉬우니, 과히 글로 말미암아 근심하지 마라. 내 너희 사또께 벼루 집을 잘 받은 줄로 편지하마.” 하고 즉시 답장을 써서 주며 노자까지 후히 주어 보내더라.

○ 팔자 사나운 마마님 한 분이 며느리를 얻었는데, 하루는 그 마마가 며느리더러 밥을 지으라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어려서부터 침선(針線)에만 힘을 쓰고 진일에는 손방이올시다.” 시모가 듣고 기가 막혀 하는 말이 “그러면 전대(纏帶)나 하나 지어라!” 며느리가 대답하고 제방으로 와서 생각한즉 ‘대답은 쾌쾌히 하였으나 전대는커녕 보선 발 벗는 것도 보지 못하였으니 무슨 솜씨로 전대를 지으리오.’ 얼마 동안 궁리를 하다가 꾀를 내어 전대 가음을 가지고 마루로 나아가서 산기둥116)에 휘휘감고 돌아다니며 꿰어 맨 뒤에 본즉, 전대는 지었으나 빼어낼 수가 없는지라. 하릴없이 시어머니를 불러 왈 “전대는 묘하게 되었으나 뽑을 수가 없으니 목수를 부릅시다.” 마마가 나와 보고 하 어이없어 본체만체하고 돌아서더니, 그 후에 며느리를 놓고 며느리더러 “다듬으라!” 하였더니, 며느리가 망치 돌에다 놓고 방망이로 두드리거늘 마마가 또 기가 막혀 하는 말이 “이애, 그만큼 다듬었거든 홍두깨나 좀 올리려무나!” 며느리가 들으매 저를 가장 칭찬이나 하는 줄 알고 희색(喜色)이 만면(滿面)하여 부리나케 홍두깨를 찾더라.

○ 한 노인이 젊어서부터 겻말117)을 참 잘 쓰더니 병이 들어 백약이 무효하야 운명할 지경에 이르렀는지라. 아들들이 밤낮 구호하다가 기가 막혀서 부친의 가슴을 흔들며 “아버지 왜 이리 하십니까? 저희가 누구인지 말아보십니까?” 그 노인이 눈을 간신이 뜨고 보더니 “이애, 뒤주 위에 있는 것을 벌써 다 먹었느냐? 무슨 일로 벽장을 이리 건드리느냐? 하니, 사람의 지각은 관견(管見) 냥과 같이 날걸.

○ 한 사람이 사위를 구하되 성품이 눅으면 후분(後分)이 매우 좋고 조급하면 초년(初年)이 좋다하여 성품이 조급한 사위를 구하더니, 섣달 그믐날 어떤 총각이 그 집 사랑 뒷간에서 뒤를 보는데 허리띠가 더디 끌려지니까 칼을 베어 내어 잘라 버리거늘, 주인이 그 자리에서 그 총각과 혼인을 정하고 “택일 정하여 보내라!” 하였더니, 그 총각의 말이 “오늘은 어떠해서, 언제 택일을 하고 있단 말이오?” 하거늘, 주인이 더욱 기특히 여겨서 불복일(不卜日)118)하고 그날로 성례(成禮)하였는데, 그 이튿날 신방에서 별안간 사람 치는 소리가 나며 신부의 울음소리가 나거늘 집안사람들이 혼동하여 신부더러 그 곡절을 물은즉 신부의 대답이 “신랑의 말이 혼인하기는 아들 보자고 한 것인데, 혼인 한 지 이태가 되어도 아들을 왜 못났느냐고 때려줍디다.”

○ 조 생원이란 사람이 이롱증이 있어 당나귀 울면 하품한다 하니, 여간 말을 어찌 알아들으리오. 하루 웬 경박(輕薄) 소년이 그 노인의 손자를 보러 왔다가, 마침 그 노인을 보고 실없는 말로 “평안한가?” 하니, 그 노인이 대노하여 왈 “이 후레자식! 어른에게 인사하는 법이 기운 어떠하시오? 하는 것이 옳지, 평안한가가 무엇인고?” 하거늘, 그 소년이 종시 노인의 귀 어두운 것을 업수이 여겨 소리를 크게 질러 왈 “시생이 무엇이라 하였기로 꾸지람을 하시오?” 노인이 마주 소리를 질러 왈 “내가 귀는 먹었거니와 눈도 어두운 줄 아느냐? 평안한가 하면 입이 벌어지고, 기운이 어떠하시오? 하면 입이 오므려지는데 자네 입이 벌어질 적에는 분명코 날더러 평안한가 하지, 아니라 하는 것이 무슨 발명인고!”

○ 산골에 사는 샌님 내외가 산 밑에서 조밭을 매는데, 삼복지경(三伏之境)에 폭양(曝陽)은 불같이 쪼이고 땀은 비 오듯 하여 호미를 땅에다 놓고 정자나무 그늘에서 쉬더니, 마침 그 앞에 큰 길로 어느 수령행차가 지나가는데 뒤에 쌍가마가 기구 있게 따라가거늘 마누라가 물어 가로되 “저기 가는 행차가 무슨 행차요?” 샌님 왈 “저 앞에 가는 것은 어느 고을 원이요, 그 뒤에 쌍가마에는 그 원의 실내 부인인가 보오.” 마누라가 한숨을 후유 쉬더니 “어떤 사람을 팔자가 좋아 저런 데로 시집을 가서 저렇게 호강을 하누?” 하며 시름없이 앉았거늘 샌님이 영절스럽게 하는 말이 “남 보기에는 호강스러워도 속은 우리네보다 무진 상한다오. 기구범절이 저만 할 제는 첩을 두었어도 일이십 명이 아니오!” 마누라가 그 말을 듣더니 곧 호미를 얼른 집어 들고 하는 말이 “여보, 그 말 들으니 시들스럽소! 어서 말 말고 김이나 맵시다.”

○ 한 사람이 삼태(三胎)를 났는데 세 명 다 딸이라. 그 딸 삼형제를 길러서 차례차례 혼인을 하는데, 맏딸은 첫날밤에 부끄러움을 못 이기어 저 사위 한하고 옷을 아니 벗었더니 신랑이 노하여 소박한지라. 그 후 둘째 딸이 첫날밤을 당하여 생각하되 제 형이 첫날밤에 옷을 아니 벗어 소박을 맞았다 하고 미리 알아차리고 신방 문 밖에서부터 옷을 훌훌 벗어 어깨에 둘러메고 들어갔더니, 그 신랑이 너무 무례하다고 소박을 당하였거늘, 셋째 딸은 첫날밤을 당하여 곰곰 생각한즉, 옷을 벗어도 소박을 맞고 아니 벗어도 소박을 맞을 터이라. 사세(事勢)양난(兩難)하여 한 가지 의사를 내어 신랑더러 묻되 “여보! 내가 먼저 옷을 벗으리까, 말리까?” 그 신랑이 또한 신부의 행동이 너무 주제넘다하여 소박을 하니라.

○ 무슨 나무든지 고목이 되면 속이 비고 겉으로 구멍이 뚫리는 법이라. 소학교 학생들이 그 고목나무 옆에서 공을 차다가 그 공이 고목나무 구명으로 쑥 들어가거늘, 여러 학생들이 암만 끄집어내려 하여도 꺼낼 수가 없어서 낙심하더니, 한 의사(意思) 있는 아이가 얼른 물 한 동이를 길러다 부으매, 빠졌든 공이 저절로 물에 둥실 떠서 오르거늘, 여러 아이들이 그 아이의 지혜를 칭찬하더라.

○ 까마귀 한 놈이 고기 한 덩이를 물고 회화나무 위에 앉았더니, 여우 한 마리가 다니다가 쳐다보고 욕기(慾氣)119)가나서 ‘어찌 하면 저 까마귀의 물고 앉아 있는 고기를 빼앗아 먹을꼬?’ 하다가 한 꾀를 생각하고 “여보, 까마귀 아저씨! 하 오랜 간만에 뵈오니까 그러한지 아저씨의 신수가 요사이 매우 훤칠을 하였습니다 그려!” 하고 연하여 아저씨를 불렀더니, 까마귀가 생각하되 ‘나더러 평생에 칭찬하는 이가 없더니 뜻밖에 저 여우가 나를 칭찬하며 아저씨라 칭호(稱號)하니, 실로 기쁜 일이라.’ 하여, “까악까악!” 하고 대답하는 말에, 입에 물었던 고기를 떨어뜨리었더라.

○ 한 부인이 무당을 좋아하여 집안 식구가 어디가 조금만 아파도 무꾸리120)하고 비는지라. 그 남편이 말리다 못하여 한 의사를 내어 출입하였다가 들어오는 길에 슬며시 밤 한 개를 입에 물고 들어와서 두 손으로 볼 따귀를 잔뜩 움켜 뒤고 하는 말이 “웬일인지 졸지에 볼이 이렇게 부으며 아프다.” 고 그만 이불을 쓰고 들어 누어 앓는지라. 그 부인이 아무리 생각하여도 수상한 병이거늘 분주하게 우산을 받고 어디를 나아갔다 들어오더니, 붉은 박에 쌀을 담아 놓고 입으로 중얼중얼하며 손으로 썩썩 빌거늘, 남편이 그 곡절을 묻는데 그 부인의 말이 “무당에게 가서 물어본즉 뒷간 고친 탓으로 목신(木神)이 발동하였다.” 하더라 하거늘, 남편이 이 말을 듣고 입에서 밤을 뱉으며 “자, 이것이 목신의 탓인가! 자세히 보오!” 하니, 부인이 무안하여 다시는 무당의 집이라고는 발그림자도 아니하더라.

○ 진천 사는 윤생원이 그 동리 사는 상한(常漢)121)의 계집이 얼굴이 똑똑함을 흠모하여 항상 귀를 먹이거늘, 그 계집이 허락한 후에 저희 서방더러 그런 사유를 말하며 “오늘밤에 윤 생원을 청하여 약시약시할 것이니 임자는 부엌에 숨어 있다가 들어와서 여차 여차하라.”고 약속을 정하였더니, 윤 생원이 이날 밤에 천둥에 벌거숭이122)처럼 아무 잠도 모르고 그 계집의 방으로 막 들어가자 본 서방이 기침을 컥컥하고 들어오는지라. 윤생원이 겁이나 망지소조(罔知所措)123)하더니, 그 계집이 멱서리124)를 주면서 “이것을 쓰고 앉았어라.” 하는지라. 윤생원이 겁결에 거적을 뒤집어쓰고 앉았더니 본부가 방으로 들어와서 이게 무엇인가 하고 들춰보더니 두말없이 질방125)을 걸머지고 관가로 가서 정장하니, 관장이 처결하여 가로되 “양반이 멱서리를 쓰셨는데 상한이 어찌 오쟁이를 지지126) 않겠느냐?” 하고, 그 계집을 칭찬 하더라.

○ 한 양반의 종 삼월이라 하는 계집종 하나가 있는데 인물이 천하일색이오. 행실이 또한 정절부인이 다 되었는데, 그 사랑에 있는 여러 양반들이 종종 실 없은 말을 하는지라. 삼월이가 모두 흔연히 대답하되, 다 각각 만날 시간을 정하여 밤에 오라하고 제 남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여 왈 “내말대로 이리이리하라.” 하였더니, 과연 그날 밤에 누가 와서 행랑문(行廊門)을 찌걱찌걱 하거늘, 삼월이가 방에 켰던 불을 끄고 손님을 맞아 들여 서편 구석에 서라 하고 “그런 이유가 있으니 잠깐 서 계시오!” 할 즈음에, 또 누가 와서 문을 덜컥덜컥 하매 역시 맞아 들여 북편 구석에 세우고 난 후에, 또 누가 왔거늘 여전히 들어오라 하여 동편 구석에 세우고 난즉, 또 한 사람이 오거늘 들어오라 하여 남편 구석에 세우려 할 새, 본 서방이 술이 대취하여 들어와서 허튼 맹세를 빼어내며 “불은 왜 껐느냐?” 하거늘, 삼월이가 가만히 말하기를 “쉬! 가만히 계시오. 요란스럽소! 사랑의 서방님들이 호패득이를 하시다가 금란사령(禁亂使令)127)에게 쫓기어 우리 방으로 들어오셔서 숨으셨다오!” 하니, 본 서방이 깜짝 놀라는 체하며 불을 켜고 본즉 과연 그렇거늘 도리어 위로하여 왈 “서방님들 다시는 노름 마시오. 이번에 오죽 놀라셨겠습니까? 지금 내가 오다 보니까 금란사령들이 벌써 저리로 갑디다. 이제는 마음 놓고 댁으로 가셔서 편안히 주무십시오.” 하매, 그 네 사람 모두 다 그 내외의 점잖은 행동을 탄복하며 다시는 남의 계집이라면 혀를 홰홰 내어 두르고 십 리는 달아나더라.

○ 이마 털이 미어서 대머리된 늙은이 하나가 낮잠을 자는데, 오륙 세 된 아이가 붓에 먹을 묻혀 가지고 그 벗어진 이마에 거미줄 같이 그리거늘, 그 아이 어미가 보고 꾸짖어 왈 “어른에게 그런 버릇이 어디 잇느냐?” 아이 대 왈 “어른을 위하는 도리에 주무시는데 파리가 덤비는 것을 어찌 보리오?” 그 어미 왈 “파리가 덤비거든 부채질을 하는 것이 옳지, 먹을 묻히면 파리가 먹 빨아 먹느라고 덤비란 말이냐?” 그 아이가 답 왈 “거미줄을 한 번만 걸어 놓으면 파리가 못 덤비지요. 누가 저물도록 부채질을 하고 있어요?”

○ 정모(某)라 하는 양반이 아무 부원군(府院君)과 정의가 매우 친밀하여 불철주야(不撤晝夜)하고 부원군의 집 사랑에서 놀더니, 하루는 정모 주인더러 왈 “나는 오늘부터 대감과 절교하고 가겠소!” 주인이 가로되 “내가 자네에게 무슨 실례한 일이 있어 절교를 한다하는가?” 정모 대 왈 “대감댁 비부쟁이란 놈이 안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니, 그런 괴변이 어디 있단 말이오?” 하고 가거늘, 주인이 그 말을 듣고 분기 대발하여 자기의 부인을 대하여 정모의 약시약시하던 말을 하며 생야단을 한 번 하였더니, 그 부인이 이 말을 껄껄 웃어 왈 “사람사람이 자 과(過)는 부지(不知)로다! 대감이 매일 저녁마다 우리 종년 복득이 방에를 부리나케 드나드는 고로, 정모가 대감을 비부쟁이로 비유한 말이니 그런 양반과 어찌 얼굴을 상대하리오!” 부원군이 도리어 무안히 여기더라.

○ 과천 주막에 머슴 하나가 겻말을 잘 쓰더니 하루는 나그네 한 분이 들어와서 본즉, 봉놋방128)이 지함같이 캄캄한 지라. 나그네가 그 머슴더러 왈

“이 애야. 이 방이 대단히 어둡구나!”

머슴이 대 왈

“이방(吏房)이 어둡거든 좌수(座首)를 부리지요.”

손님 왈

“이놈! 어른의 말에 그게 웬말이뇨? 이 놈 자지를 베일라!”

머슴이 대 왈

“자지를 왜 베시렵니까? 목침이 있는데요?”

그 손이 허허 웃어 왈

“그 놈이 그리하여도 또 그래? 이놈 불알을 깔까보다!”

머슴 왈

“불알을 깔면 요는 덮으시렵니까?”

○ 한 재상이 딸 칠형제를 두고 그 부인이 또 태기가 있어 십 삭 만에 해산 기미가 있거늘, 그 재상이 이번에나 아들을 낳을까 하고 영창밖에 앉아 해복하기를 기다리더니, 미기(未期)129)에 아이 소리가 나매, 그 재상이 급히 묻되

“여보 부인 무엇을 낳았소?”

그 부인이 생각하매 또 딸을 낳았다고 하기가 너무 염치가 없는 고로 무안한 중에 가까스로 대답하되

“에그! 나도 정신없는 중에 얼른 본즉 이 아이에 윗도리는 대감의 모양과 흡사합니다.”

재상이 한 숨을 휘이 쉬며 하는 말이

“그러면 그 아이가 윗도리는 나를 담고 아랫도리는 부인을 닮았나보구려!”

○ 갓 낳은 아이가 감기를 앓거늘, 그 아이의 부친 목서방이 의원에게 물어본즉 의원의 말이 우황포룡환(牛黃抱龍丸)130) 한 개를 주면서

“이 환약(丸藥)을 간난 아이를 먹일 수 없으니 아이 모친을 먹이면 그 약 기운이 젖으로 나와서, 그 아이가 그 젖을 먹은즉 감기가 쾌차하리라.”

목서방이 그 환약을 갔다가 자기 아내를 주며 왈

“의원의 말이 여차 여차 하라 하니 그대로 하라.”

하였더니, 그 아이가 젖을 먹고 과연 감기가 쾌차한지라. 그 후에 그 아내가 또 잉태하여 해산할 새, 여러 날을 신고(辛苦)하여 탄식 지경이 되매, 목서방이 또 의원더러 묻는데 의원이 불수산(佛手散)131) 한 첩을 지어 주거늘, 목서방이 받아 가지고 하는 말이

“이 약은 우리 장모를 먹여야 우리 마누라가 해산을 얼른 하겠지요?”

○ 한 사람이 형세가 천석꾼이라. 그러나 규모가 남보다 유명하여, 여름이라도 부채를 쥐고 다니는 법이 없고 부채를 천정에 매여 달아 놓고 몹시 더운 때면 그 부채 밑에 서서 고개만 끄덕끄덕 이더라니, 다른 일을 말하자면 묻지 아니하여도 가히 알 네라. 그러함으로 자기의 아들 혼인을 정할 터인데 항상 자기의 규모와 같은 사람의 딸을 구하더니, 그 근 읍에 사는 과부 하나가 유복녀를 데리고 살기가 매우 어렵다가 이 소문을 듣고, 동리 노파 하나를 보내어 그 사연을 말하며 통혼하기를 여차 여차하라 하였더라. 하루는 천석꾼이 대청에 앉았으려니까 웬 노파 하나가 두 팔을 딱 벌리고 들어오거늘, 그 연고를 묻는데 대답하되

“소인네는 저 건너 과부댁에 있는데 그 댁 과부 아씨가 어찌 규모가 있든지, 활개를 치고 다니면 옷이 해어진다고 웬 집안이 모두 이와 같이 하고 다닌답니다.”

천석꾼이 이 말을 듣고 그 집 딸을 곧 며느리로 데려 오니라.

○ 병문군 하나가 아들을 낳았는데 복학(腹瘧)으로 몹시 보채거늘, 청인(淸人)의 약국에 가서 복학 떼이는 약을 내이라 하였더니 청인이 아편을 조금 싸 주며 가로되

“이 약을 갔다가 하루 한 번식 사흘에 나누어 먹이면 복학이 즉시 거근(去根)132)이 된다.”

하매, 자(者)가 그 약을 가지고 와서 먹일 새, 가만히 생각한즉 지루하게 사흘이나 두고 먹이느니 한꺼번에 먹였으면 복학이 또한 쉽게 떨어질 듯하여 그 약을 한 번에 다 먹였더니, 그 아이가 혼곤(昏困)하여 잠이 들더니 다시 깨지 않거늘, 이때나 일어날까 저때나 일어날까 하여도 여러 날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거늘, 하릴없어 내어다 파묻고 그 청인을 찾아가 보고 하는 말이

“그때 주던 약이 무슨 약이기로, 장담하고 복학이 떨어지리라 하더니 떨어지기는 고사하고 그만 죽었으니 어쩐 까닭인지 못 견디겠소?”

청인이 놀라 묻되

“그 약을 어떻게 먹였느뇨?”

그 자가 대답하되

“하루 바삐 병이 쾌차하라고 한 번에 다 먹였노라.”

청인이 무릎을 탁치며 깜짝 놀라 가로되

“그렇게 약을 무식하게 먹였으니 어찌 죽지 않겠느뇨? 그러나 그 아이가 죽기는 하였으나 복학은 도저히 떨어졌다!” 하더라.

○ 선생님이 제자들더러 물어 가로되

“너희들 중에 누구든지 능히 꾀를 내어 나를 문 밖으로 나아가게 하겠느뇨?”

한데, 자(者)가 얼른 대답하되

“선생님께서 문밖으로 나가 계시면 안으로 들어오시게 할 수 있습니다.”

선생이 그 말을 듣더니 즉시 문밖으로 나가서 앉아 하는 말이

“자, 내가 이제 문밖에 있으니 네가 무슨 계교로써 나를 방안으로 들어가게 하겠느냐?”

그 제자가 웃어 왈

“아까 선생님 말씀이 밖으로 나오게 하라 하셨으니 말씀대로 그만하면 문밖으로 나오지 아니하셨습니까?”

○ 어떤 마누라님이 아들 삼형제를 장가들일 새, 모두 성례하여서 둘째와 셋째와 둘은 따로 사는데 큰 며느리는 낮잠을 잘 자고 둘째 며느리는 술을 잘 해먹고 셋째 며느리는 떡을 잘 해먹거늘, 하루는 두 며느리를 불러다가 경계하여 가로되

“술을 자주하여 먹으면 누룩이 헤프고 떡을 자주 하여 먹으면 쌀이 헤플 것이니, 살림살이하는데 아무쪼록 이제는 알뜰히 살 생각들을 하라.”

하였더니, 큰 며느리 생각에 시어머니가 두 동서에게 이런 꾸지람을 할 적에 필경 저도 꾸중을 들을까 하여 미리 알아차리고, 두 동서를 꾸짖는 말이

“여보게, 두 동서들 들어보소! 왜 밑천 드는 떡과 술을 자주들 하여 먹는가? 나처럼 밑천 안 드는 낮잠이나 자주 자지!”

○ 최영 장군이 어렸을 때에 산에 놀러 가더니, 여러 사람이 모여서 떠들거늘

“웬일입니까?”

물은즉, 산중 사람들이 범을 잡으려고 함정을 놓았더니 한 늙은 범이 함정에 빠진지라. 그 동리 한 아이가 범을 희롱하다가 발이 함장 안으로 빠지매, 범이 발목을 물고 놓지 아니하고 씹지도 아니하고 물고만 잇거늘,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되 저 범을 내어 보내자 하니 나와서 사람을 해할까 염려요, 그대로 잡자하니 그 아이의 발을 상할까 염려하여 서로 떠들기만 함이어라. 최영 장군이 이 말을 듣고 즉시 막대를 취하여 그 막대 끝에 보선 한 짝을 씌워서 사람의 발 모양으로 만들어서 함정 사이로 들여보내니, 그 범이 아이의 발을 놓고 그 막대에 낀 발을 불려 덤비는지라. 그런 고로 여러 사람들이 그 아이를 구하고 최영 장군의 지혜를 탄복 하니라.

○ 장암 조 선생이 나이 십육 세에 춘일(春日)은 화창하고 월색(月色)은 명랑한데, 홀로 앉아 글을 읽더니, 이웃집 처녀가 그 글 읽는 음성이 청아함을 흠모하고 춘장(春情)이 감동하여 담을 넘어 오거늘, 선생이 정색(正色) 대책(大責) 왈

“여자의 몸 가지는 행실을 배우지 못하였도다!”

하고 또

“여자 담을 넘으며 문틈으로 엿보는 것은 규수의 행실이 아니라!”

고 말씀하며 또 가로되

“네 만일 허물을 뉘우치거든 이 길로 가서 회초리를 꺾어 가지고 오라!”

하여 종아리를 때려 보내었더니, 그 처자가 그 후에 시집에 가서 마침내 숙녀규범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더라.

○ 한석봉의 모친이 떡을 팔며 그 아들을 서당에 보내어 글을 가르치더니 두어 해만에 집에 돌아왔거늘, 그 모친이 밤에 불을 끄고 어두운 데서 글씨를 쓴 후에 불을 켜보니 자획이 굵고 잘고 비뚤어지고 잘못된지라. 그 모친이 웃고 왈

“네 몇 해를 공부한 것이 무엇이뇨? 너의 공부가 너의 어미 떡 장사 한 것만 못하다.”

하고, 다시 불을 꺼 놓고 떡을 만들어 놓은 후에 불을 켜고 보니, 크고 적고 무겁고 가벼운 것이 조금도 다르지 않고 한결같이 똑 같이 만들었거늘, 석봉이 크게 감동하여 다시 모친을 떠나 멀리 다니며 선생을 구하여 글을 배운 지 여러 해에 공부를 성취하여 마침내 우리나라에 문장명필이 되었으니 비록 적은 재주라도 그 성취함은 가정교육에 있느니라.

(팔도재담집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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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우 많은 봉록(俸祿).

2) 얼레빗: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

3) 지난날 잡화를 팔던 가게.

4) 얼굴을 비추어 보는 작은 거울. 석경(石鏡).

5) 사모와 관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 본디 벼슬아치의 복장이었으나, 지금은 전통 혼례에 착용한다.

6) 가짜 관장(官長). 관장(官長)은 관가(官家)의 장(長)이라는 뜻으로, 시골 백성이 고을 원(員)을 높여 부르는 말.

7) 지방 관아의 아전과 하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

8) 원문에는 ‘가장관’이라 되어 있다. 동일한 의미라 앞의 말로 대체했다.

9) 나라나 지역 따위의 구간을 가르는 경계.

10) 점점 더 심함.

11) 병이 완전히 나은 사람.

12) 엎드려 빎.

13) 형벌로 볼기를 몹시 침.

14)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 거상(居喪) 중에 있는 사람.

15) 상제(喪制)가 밖에 나갈 때 쓰는 갓=방립(方笠).

16) 급하게

17) 병을 치료하는 데 쓰는 가늘고 긴 침.

18) 길이가 짧은

19) 남의 사위를 높여 부르는 말.

20) 몰래 간통함.

21) 온갖 재목(材木)을 파는 가게.

22) 자귀질할 때 깎여 나오는 부스러기 나무조각.

23) 환갑잔치 따위에서, 주인공에게 장수를 비는 뜻으로 술잔을 올림.

24)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굿.

25) 살림살이의 형편.

26) 남녀는 가까이 하면 아기가 생기게 마련임.

27) 쇠기름으로 만든 초.

28) ‘과진이내(果珍李柰), 채중개강(菜重芥薑): 과일은 오얏과 능금을 보배롭게 여기고, 채소는 겨자와 생강을 중히 여긴다.’ 에서 나온 말.

29) 빈 골짜기에 울리는 소리.

30) 날짐승과 길짐승을 그림으로 그렸다.

31) 신선과 신령을 그려 채색하였다.

32) 구름이 오름에 비를 이루다.

33) 귀를 담장에 붙여 놓았다(누군가 귀를 붙여 듣는 것처럼 조심하라는 말).

34) 머리를 빗고 낯을 씻음.

35) 갓과 망건.

36) 고의: 남자의 여름 홑바지.

37) 평양의 대동강가에 있는 누각.

38) 평양 금수산에 있는 절.

39) 비단옷과 명주옷을 아울러 이르는 말.

40) 높고 귀한 자리.

41) 동네에서 나이가 많고 식견이 높은 사람.

42) 예전에, 청원이 있을 때 관아에 내던 서면(書面).

43)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 라는 말로, 일의 흑백을 가리기 힘들 때를 말함.

44) 부고(訃告).

45) 재간 있게 능청스러운.

46) 조선시대에, 왕비의 친아버지나 정일품 공신에게 주던 작호.

47) 질방구리.

48) 대머리.

49)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함.

50)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51) 부모의 제사.

52) 선조를 위하여.

53) 말이나 행동을 하는 태도.

54) 종중(宗中)의 일을 의논하기 위하여 모이는 모임.

55) 이름을 드날림.

56) 머리를 빗고 낯을 씻음.

57) 갓과 망건을 갖추어 씀.

58) 해가 세 길이나 떠올랐다는 뜻으로, 날이 밝아 해가 높이 뜸을 이르는 말.

59) 하늘과 땅이 끝이 없는 것처럼.

60) 노자(老子)를 신격화한 존칭.

61) 하늘에서 내리는 상생불사의 감로수(甘露水)를 받아먹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쟁반.

62) ?한서(漢書)?의 <동방삭전(東方朔傳)>에 나오는 말로, 동방삭(BC. 154-BC, 93)은 속설에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장수하였다 하며,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일컬어졌으며 ‘오래 사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그 뜻이 바뀌어 쓰인다.

63) 조선시대에, 승정원에서 시험으로 써서 내게 하던 해서(楷書)와 전서(篆書)를 쓰던 종이.

64) 몹시 가난함.

65) 푼돈.

66) 가난하고 구차함.

67) 죽은 사람의 위패.

68) 기쁨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여.

69) 편지나 소식 따위가 딱 끊어짐.

70) 조선시대에, 도둑․화재 따위를 경계하기 위하여 밤에 궁중과 장안 안팎을 순찰하던 군졸.

71) 대문의 좌우로 쭉 늘어놓은 종의 방.

72) 저 혼자 스스로의 바람에.

73) 곡식을 찧음.

74) 녹비는 사슴의 가죽이다. ‘녹비에 가로 왈 자’ 라 함은 사슴 가죽에 쓴 가로 왈(曰) 자는 가죽을 잡아당기는 대로 일(日) 자도 되고, 왈(曰) 자도 된다는 뜻으로, 사람이 일정한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랬다저랬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75) 창자가 없는 동물이란 뜻으로 게를 말한다. 또한 기개나 담력이 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76) 계집종의 남편을 낮잡아 이르는 말.

77) 이야말로 자신의 허물은 알지 못하는구나!

78) 옳고 그른 것이나 이롭고 해로운 것 따위의 사정을 가려 따지지 아니함.

79) 나무로 가구나 문방구 따위를 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80) 겨죽. 쌀의 속겨로 쓴 죽.

81) 정신이 어지럽고 황홀함.

82) 눈망울에 삼이 생기어 몹시 쑤시고, 눈알이 붉어지는 병.

83) 열인(閱人): 사람을 많이 겪어 봄.

84) 언뜻 보이다가 갑자기 없어짐.

85) 조선후기에, 오군영(五軍營) 가운데 수도 경비와 포수(砲手), 살수(殺手), 사수(射手)의 삼수군(三手軍)의 양성을 맡아 보던 군영(軍營).

86) 진법을 연습함.

87) 몸채에서 기본이 되는, 집안 어른이 되는 방.

88) 늘 집 안에만 있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89) 얼굴에 기쁜 표정을 지으며 크게 소리 내어 웃음.

90) 객지에서 묵고 있음.

91) 어떤 동작이나 일이 진행되는 바람이나 겨를.

92) 몸 전체를 비추어 볼 수 있는 큰 거울.

93) 바야흐로 한창임.

94) 노자(路資).

95) 아무 말도 없이 서로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봄.

96) 남의 잘못을 집어내어 트집을 잡음.

97) 주막집에서 일을 보는 사내.

98) 적게 잡아도.

99) 왼쪽. 소경을 상대로 말할 때에 소경의 ‘왼쪽’을 이르는 말. 소경이 오른손에 막대를 쥐고 왼손에는 부채를 쥐고 있는 데서 유래함.

100) 약제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섞는 일.

101) 생식기와 고환이 붓고 아픈 병증.

102) 회자수(劊子手)의 변한 말. 군영(軍營)에서 사형을 집행하던 사람.

103) 방이나 칸살의 옆을 둘러막은 둘레의 벽.

104) 물건을 걸기 위하여 벽 따위에 달아 두는 나무 갈고리. 흔히 가지가 여러 개 돋친 나무를 짤막하게 잘라 다듬어서 노끈으로 달아맴.

105) 어떤 동작이나 일이 진행되는 바람이나 겨를.

106) 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의 하나하나의 구역.

107) 조선 시대에, 종이를 뜨는 일을 맡아 보던 관아.

108) 조그만 축.

109)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음.

110) 얼굴을 붉힐 정도로 무안한.

111) 보통의 이치에서 벗어나 막되고 상스럽게.

112) 중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

113) 집안의 재물이 모두 다 없어져서.

114) 크게 외치거나 떠드는 소리.

115) 사리를 알아듣도록 잘 타이름.

116) 벽 따위에 붙어 있지 않고 따로 서 있는 기둥.

117) 말장난.

118) 혼사나 장사 따위를 급히 치르느라고 날을 가리지 아니하는 것을 이르는 말.

119) 욕심.

120) 무당이나 판수에게 가서 길흉을 점침.

121) 상놈.

122) 천둥벌거숭이: 철없이 두려운 줄 모르고 함부로 덩벙거리거나 날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23) 너무 당황하거나 급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갈팡질팡함.

124) 짚으로 날을 촘촘히 결어서 만든 그릇의 하나. 주로 곡식을 담는데 쓰임.

125) 질방고리.

126) 오쟁이를 지다: 자기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

127) 조선 시대에, 금란패를 가지고 다니며 금령(禁令)을 어긴 사람을 찾아내고 잡아들이던 사령.

128) 여러 나그네가 한데 모여 자는, 주막집의 가장 큰 방.

129) 오래지 않아.

130) 천남성, 천축황, 석웅황, 주사 따위를 가루 내어 만든 알약. 어린이의 경풍 또는 담열에 씀.

131) 해산 전후에 쓰는 처방=궁귀탕.

132) 뿌리를 없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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