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 한국현대시 2018.10.04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광 야 (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氾)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 한국현대시 2018.10.02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 한국현대시 2018.10.01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 한국현대시 2018.09.2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 한국현대시 2018.09.27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산길 양주동 1. 산길을 간다, 말 없이 호올로 산길을 간다. 해는 져서 새 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 없이 밤에 호올로 산길을 간다. 2.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별 안 보이는 어두운 수풀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멀다. 3. 꿈 같은 산길에 화.. 한국현대시 2018.09.21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아침 이슬 우 형 숙 풀이파리 가슴팎에 동그마니 .. 한국현대시 2018.09.20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날애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 한국현대시 2018.09.19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뎃생 김광균 향료(香料)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구름은 보라빛 색지(色紙)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薔薇) 목장(牧場)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 전주 한.. 한국현대시 2018.09.1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외인촌 김광균 하이얀 모색(慕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을 단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에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 한국현대시 201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