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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날애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래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느린 그림자 이다지 어두어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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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김 숙 자
문 밖을 서성이다
담을 넘어도 본다
먼 듯 가까운 듯
향기로 먼저 달려온 봄
지친 날 입술에 맺힌
물집처럼 아리다.
여문 눈길 한 자락
건네 보지 못한 채
짧은 해 마당 가득
흩어 놓은 그 속살내만
가슴에 쓸어 담는다
언약의 징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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