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9. 17. 06:47
728x90

외인촌 김광균

 

 

하이얀 모색(慕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을 단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에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힌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취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단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새벽에 최 영 균

 

길섶에 가로등

허리 굽혀 팔 잡아 주고

 

샛별은 생긋생긋

너른 마당 돌자네

 

새싹들

들보로 크는 열기(熱氣)

밤새 괴어 후끈대네.

 

머리 위 별이 돌고

땅 밑엔 물이 도네

 

물 기운 하늘 땅 기운

다 받아 내가 도네

 

목숨은

() 받아 도는 존재

새벽 기() 받아 강하려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9.19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9.1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9.14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9.13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