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강강술래 - 김준태 - 추석날 천릿길 고향에 내려가 너무 늙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드린다. 어느덧 산국화 냄새 나는 팔순 할머니 팔십 평생 행여 풀여치 하나 밟을세라 안절부절 허리 굽혀 살아오신 할머니 추석날 천릿길 고향에 내려가 할머니의 손톱과 발.. 한국현대시 2016.09.09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강강술래 -이동주 -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 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 한국현대시 2016.09.08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 한국현대시 2016.09.07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간격 - 안도현 -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한국현대시 2016.09.06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가즈랑집 -백 석-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 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 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짐승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짐승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 사촌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 한국현대시 2016.09.05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가정 - 이 상 -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 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 한국현대시 2016.09.02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가 정 - 박목월 -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 구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 한국현대시 2016.09.01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백수 정완영 선생님의 작품) 조국(祖國) -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 한국현대시 2016.08.31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가을비 - 도종환 -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 한국현대시 2016.08.30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가는 길 - 김광섭 - 내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어둠이 따라서며 재가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 한 많은 이 한 줌 재마저 사라지면 외론 길에서 벗하던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산에 가득히 …… 들에 펴듯이 …… 꽃은 피.. 한국현대시 201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