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방어 그놈 참 잘생겼다 통통하고 튼실한게 반짝이는 눈빛에 활기찬 싱싱함이 술자리 그려보면서 잠시 걸음 멈춘다 등쪽은 철빛(鐵色)청색 배아래는 은백색 주둥이서 꼬리까지 날씬하고 멋지다 집어든 뱃살 한점에 진한 맛이 들었고. 현대시조 2015.11.17
비야 오너라 비야 오너라 비야 비야 오너라 닷새 열흘만 내려라 오색으로 물든 단풍 다 지거나 말거나 거북등 저수지 바닥 쳐다보기 무섭다. 졸졸졸 흐른 개천 먼지가 풀풀나고 논두렁 심은 콩도 쭉정이로 변했다 단풍이 지거나 말거나 닷새 열흘만 내려라. 현대시조 2015.11.11
이슬방울 이슬방울 가녀린 풀잎 끝에 아스라이 매달려 반짝, 반짝이는 찰라 사방을 적신 고요 스치는 바람마저도 안타깝기만 한데. 톡~ 하는 소리가 하매나 들려올까 망설이고 기다리다 느끼는 작은 떨림 자주빛 흔적 하나가 흙 위에서 보였다. 현대시조 2015.10.30
낙엽진 가지 낙엽진 가지 시위다 저항이다 마지막 열정이다. 한잎 남김없이 빼앗겨 버린 설움에 분연히 일어서 버틴 윤회(輪廻)의 궐기이다. 촘촘히 날을 세운 무수한 저 창끝은 시간에 반항하는 마지막 저항이다 허공에 메아리치는 애절한 외침이다. 현대시조 2015.10.28
아~ 아~ 아버지 어머니 왜 여기 계시나요 산비탈 허문자리 바람만 지나는데 밤마다 두 분이 누워 무슨 얘기 하시나요. 오랫만에 온 자식이 술한잔 올리는데 왜 이리 한 말씀도 해주지 않으세요 봉분에 자란 잡초가 마음이 쓰입니다. (시제를 모시고 오면서) 현대시조 201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