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向日庵)의 봄 향일암(向日庵)의 봄 바위굴 들어서니 빼꼼한 하늘 조금 소담한 암자하나 산허리 지켜섰다 부연 끝 풍경소리가 봄을 불러 오던 날. 코끝에 머무르는 비릿한 바다내음 조업을 마친 배가 귀항을 서두르면 법당 옆 동백꽃들도 빨갛게 채비한다. 향일암: 여수 돌산도 끝에 있는 암자 현대시조 2024.04.06
화엄사 홍매 화엄사 홍매 동안거 정진수행 서둘러 끝마치고 모두 다 잠든 밤에 설레어 치장터니 누구를 기다리시나 상기되어 발간 모습. 은은히 들려오는 산사의 범종소리 잡념을 씻어가는 계곡의 물소리도 먹은 귀 흘려듣는데 봄이 저쯤 왔더라. 현대시조 2024.04.05
만대리 가는 길 만대리 가는 길 '엄니이 무겁지유~ 얼른 얼른 앉으시유~' '아부지, 신수가 훤헌디~ 존데 가는 개비유' 만대리 가는 버스에는 안내양이 있더라. 배낭의 스틱 보고 '워디 낚시 가시 유? 소싯적 괴기 둬 바께스는 일도 아녔는디' 촌로(村老)의 호기(豪氣) 속에서 소주 내가 동했다. 고추 자루 들고 타는 노 할매를 보더니 머리 허연 영감들이 후다닥 일어선다 만대리 가는 버스에는 정(情)도 함께 타더라. * 만대리: 충남 태안군 만대리 (2013. 3. 9 쓴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현대시조 2024.04.03
동해 일출 동해 일출 바다는 틈을 벌려 알 하나를 뱉으며 발갛게 물이 든다 일출(日出)이 파문인다 시작은 지금부터란다 이 산고(産苦)를 보란다. : 24. 3. 31 속초에서 현대시조 2024.04.02
나이드니 나이드니 세상이 달라 보여 가슴벅찬 일이 많아 숨 쉬고 사는 것도 두발로 걷는 것도 모두가 감사하더이 돌아보니 고맙고. 나이를 먹는 것이 나쁜 것만 아니야 젊어서 못 본 것이 이제야 보이거든 세상은 만만하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게. 만고의 진리조차 가만히 깨닫게 돼 생각으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노력을 하지 않고선 가질 생각 말라는 것. 현대시조 2024.03.31
나이 든다는 게 나이 든다는 게 나라고 피해 갈까 생각없이 살아 온 날 언제나 젊을 거라 늙는데 무심타가 틀린 걸 이제 알았네 나이 들어 깨치네. 살날이 산 날보다 적단 걸 알고 나니 가진 걸 비울 때가 조금은 늦은 듯 해 나이가 스승이더군 점점 많이 알아져. 현대시조 2024.03.28
못 잊어 - 김소월(金素月) (시조로 쓰다) 못 잊어 - 김소월(金素月)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떠면 생각이 떠지나요?" --------------- 못 잊어 (시조) 그리워 못 잊어서 가슴 아픈 나에게 한세상 숨죽이고 그런대로 살라시네 살다가 살다가 보면 잊힐 날 있다면서. 그래도 못 잊는데 나는 어찌 하라고 그런대로 세월만 보내라 하시네요 더러는 잊혀질 날이 언젠가 있다면서. 누가 뭐라해도 여전한 마음이라 살뜰히 애타도록 잊을 수가 없는데 생각을 어찌 해야만 떨칠 수가 있나요. 현대시조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