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반말 두 살이 적은 아내 띠 동갑 처제하고 사십대 며느리에 스무 살 손녀까지 가끔씩 반말을 해요 가장(家長)인 내게 감히. 깍듯한 존댓말은 사실 좀 어색하지 남 보듯 대한다면 그건 더 아닐거야 그래서 마음먹었어 편하니까 그래요 . 현대시조 2023.06.23
DMZ DMZ [= 군생활 소고(小考)] 자욱한 안개 속에 대지가 가라앉고 어둠이 있던 자리 적막이 채워지면 잠을 깬 노루 두 마리 물을 찾아 나선다. 어머니 보고 싶소 친구야 잘 있는가 산짐승 울음소리 누워있기 무섭소 인적이 없는 이곳은 잡초만 무성하오. 펼쳐진 거짓 평화 소름돋는 고요속 꿈이여 이뤄지리 그 소원 아득하니 무명의 용사 외로이 이 자리를 지킨다. DMZ (demilitarized zone) 비무장 지대. 군대의 주둔을 금지하는 지역 현대시조 2023.06.21
재개발터 물망초 재개발터 물망초 재개발 골목길가 무너진 담장 밑에 파란색 작은 꽃이 올망졸망 피었다 떠남이 아쉬운 자리 나를 잊지 말라고. 지친 삶 못 버티고 떠나간 재개발터 얼마나 많은 사연 거기에 묻었을까 휑하니 빈집 담 아래 물망초가 피었다. 현대시조 2023.06.20
자성(自省) 자성(自省) 꿈 그것 참 좋아요 클수록 더 좋지요 하지만 꿈만 갖고 다 이루지 못해요 꿈꾸면 무얼 하나요 행동하지 않는데. 그림도 잘 그리고 좋은 글 쓰고 싶지? 생각과 꿈만으론 이뤄지지 않아요 남들과 똑같이 하면 절대로 못 이뤄요. 예술과 예능이란 꿈만 꿔서 안돼요 쉼 없는 연습노력 시간이 필요해요 상상은 자유이지만 세상 공짜 없어요. 현대시조 2023.06.18
새벽달 새벽달 (= 그믐달) 창밖에 높이 떠서 감은 듯 실눈 뜨고 열없게 수줍어서 말없이 내려 본다 그렇게 밤을 지샜나 새근대는 숨소리. 실같이 가는 눈썹 파르르 떨리는 듯 하고픈 말이 있나 머뭇대는 모습인데 동트면 지워질세라 흐려지는 얼굴빛. (부제: 아파트 20층에서 새벽에 본 풍경) 현대시조 2023.06.16
폴레 폴레(Pole Pole) 폴레 폴레(Pole Pole) 급하게 사는 나라 우리의 빨리빨리 천천히 사는 그곳 케냐의 폴레폴레 비슷한 억양 반대의 뜻 빨리빨리 폴레폴레. 폴레폴레: 천천히 천천히 현대시조 2023.06.15
님은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님은 갔습니다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하늘도 눈물 흘려 유성을 띄웁니다 그리움 돌에다 새기리까 내 가슴에 묻습니다. 송산 그 어른께서 그렇게 가셨습니다 가시면 가시마고 한마디 말씀없이 안온 듯 오셨음에도 그 흔적이 큽니다. (송산(松山)은 시조시인으로 저의 스승 허일 선생님의 호입니다) 현대시조 2023.06.11
고샅길 고샅길 모퉁이 돌아서면 엄마가 보일거야 커다란 장보따리 머리이고 오겠지 아이는 툇마루에서 고샅길을 지켰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애틋한 엄마 얼굴 할배가 되어버린 흰머리 그 아이는 아직도 고샅길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고샅길 : 마을의 좁은 골목길 현대시조 202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