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림자

에너지 불변의 법칙 하나가 들어가면 하나는 꼭 나온다 받으면 줘야하고 베풀어야 받으니 세상에 거저는 없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 살면서 기대마라 대가 없는 모든 것 선의로 준 것이라 혼자서 생각해도 일 없이 얻어지는 건 이 세상에 없더라. 마음이 아픈 것은 바라기 때문이다 어설픈 기대감에 채우지 못한 욕구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삶의 법칙이더라.

그래서 봄은 흰 것도 노란 것도 붉어도 아픔이다 잎 없이 꽃이 피는 설움이요 슬픔이다 서둘러 피고 저무니 어쩔 수 없이 봄이다.

봄 이 밝음 눈을 감고 느낄 수가 있을까 메마른 가슴으로 저 꽃이 눈에 들까 불사춘(不似春) 걱정덜었네 한결 가벼워진 여유.

폭포 산허리 베어내어 등 받혀 세워 놓고 은하수 끌어내려 하늘 길 열었더니 일곱색 구름다리가 아우라로 걸린다. 빈 하늘 울려대는 우레로 축하하고 진주알 구슬방울 허공에 뿌려대면 승속(僧俗)이 하나이더라 잠시 멈춘 찰라에.

봄은 설움이다 벚꽃도 목련화도 낙화되어 구르고 화려한 그 영화는 어느덧 저물었다 피할 수 없는 윤회(輪廻) 인가 봄은 역시 설움이다.

사랑 가진 것 좀 줬다고 그게 다 사랑일까 정(情)없이 건네는 일 허다하게 많은데 주고도 아깝지 않으면 버리는 거라는데.

아지랑이 매 마른 온 누리가 밝으면 호사(豪奢)일까 겨우내 고픈 눈(目)이 반겨서 염려일까 어리듯 막을 펼친다 아지랑이 아지랑이.

새싹 봄 햇살 입속에는 부리가 있나보다 단단한 나무껍질 콕콕콕 쪼아내고 연초록 어린 새싹을 가지마다 심었다. 부리 : 새나 짐승의 주둥이

화가 장욱진 마음이 지친 후니 동심(童心)이 멀어지고 생각이 늙어지니 몸까지 따라 늙어 힘들다 하는 지금은 옛날 모습 아쉽다. 화가의 손끝에서 그려진 동화(童畵)들은 마음이 늙어서는 생각도 못할 여유 이제는 그런 꿈들을 신기루로 그린다. - 장욱진(張旭鎭, 1917~1990) 세속에서 신선으로 살다 간 화가라고 함.

정(情) 붉혀진 눈시울에 눈물이 맺혀지고 가슴속 어딘가에 느껴지는 따사함 괜스레 행복해지는 이 기분은 무얼까. 무언가 와 닿는데 꼬집어 말 못하고 곰곰이 생각하다 눈을 꼭 감았다가 가만히 미소를 짓네 가슴이 벅차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