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31

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62.

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62. / 신웅순(시인ㆍ평론가ㆍ중부대명예교수) 남쪽 끝 바다 너머 거인이 사나보다 육지에 오고갈 때 빠지지 않으려고 커다란 징검다리를 군데군데 놓았다 -임기종의 「다도해」 남쪽 끝 바다 너머 거인이 사나보다. 육지를 오고 갈 때 빠지지 않으려고 커다란 징검다리를 군데군데 놓았다.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편을 연상케 한다. 남쪽 끝 바다 너머 거인 걸리버가 살고 있나보다. 발상이 놀랍다. 어린이가 아니고는 누구도 섬을 징검다리로 생각할 수 없다. 미사여구도 꾸밈도 없다. 시는 이런 것이다. 빠지지 않으려고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것이다. 문학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말이다. 빠지면 안 되는 이유가 명작을 만들어 냈다. 터무니 없는 과장이 시가 되었다. 터무니 있으면 그것은 이미 시가 ..

현대시조 2023.03.31

시인의 착각

시인의 착각 인사동 화랑에서 추상화를 보다가 이해를 할 수 없어 작가에게 물었다 생뚱한 말을 하더라 요즘 화풍(畫風) 이라고. 시조는 틀을 갖춘 정형시 분명한데 서서히 무너지는 시조만의 울타리 시 닮은 시조를 쓴다 요즘 시풍(詩風)이라며. 화려한 단어 나열 어긋난 문맥흐름 혼자만 아는 글이 시인의 역작일까 오늘도 추상화 한 점을 시조(時調)로 쓰고 있다.

현대시조 2023.03.31

자책(自責)

자책(自責) 세끼 밥 챙겨먹고 밤에는 잠을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졸리니 또 잠자고 무언가 해야 할텐데 하는 생각 쉼 없고. 그러다 나이 들고 그러다 병이 나고 남들이 다 가는 길 행여나 뒤쳐질까 다급히 따르다 보면 나는 대체 뭣인가. 밥 먹고 잠자려고 나 지금 있는 걸까 돌아 간 빈자리서 슬퍼할 이 있을까 게을러 공중누각(空中樓閣)만 매일매일 짓는데.

현대시조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