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31

내가 내게 하는 말

내가 내게 하는 말 이 보게 이 친구야 자네 날 모르겠나 함께 한 그 세월이 이리 오래 됐지만 여지껏 망설이던 말 오늘은 해야겠네. 언제나 내가 자넬 제일 많이 봤는데 자네는 눈치보기 여념(餘念)이 없었잖아 나한테 관심도 없는 남을 걱정하면서. 스스로 칭찬하면 모자라다 할까봐 남 일엔 울어줘도 내 아픔 참아왔어 자신을 사랑하는 게 매사 우선인데도. 어쩌다 실수하면 또 하지 않으려고 몇 번을 되새기다 그 아픔도 컸었지 그 깐 일 사소한 거야 눈감으면 될 것을. 완벽이 뭣이라고 용납 못한 허점들 그 허점 없애려고 좀생이로 살았어 그러다 상처를 얻어 가슴앓이 했었고. 행여나 나 때문에 상대가 서운할까 남들이 싫어하면 나도 그건 싫었어 제 그릇 못 챙기면서 남 걱정을 했다니.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나도 몰라 ..

현대시조 2023.03.03

산청 삼매(山淸 三梅)

산청 삼매(山淸 三梅) 못 전한 삶의 진리(眞理) 얼마나 남았기에 육백년 긴 세월을 지지대(支持帶)로 받쳐 서서 오늘도 염화시중미소(拈華示衆微笑) 흘리시고 계시나. 정당매(政黨梅) 봄이면 뭇별들도 수줍음 타나보다 얼굴도 못 가리는 잔가지 뒤에 숨어 살포시 내뿜는 향기 하늘가득 하더라. 남명매(南冥梅) 티없는 허공에다 물감을 흩뿌리고 가녀린 가지를 쳐 그려낸 매화도가 은은한 향기를 피워 봄이 오고 있더라. 원정매(元正梅) 귀한 몸 감추시려 고옥(古屋)에 담을 치고 수줍어 붉힌 얼굴 소매로 가렸어도 울 넘는 고운 향기는 그만 놓치셨구려. (산청삼매: 경남 산청에 있는 세 그루의 오래된 매화나무를 '산청 삼매'라고 부른다. 남명매, 정당매, 원정매다.)

현대시조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