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 땅 끝 더 이상 못 간다고 여기가 끝이라고 커다란 바위 홀로 말없이 막아서도 파도는 거품을 물고 그 경계를 허문다. 꿈으로 생각으로 아득히 멀고멀던 무한의 경계위에 흰 파도 넘나드니 일체(一切)가 유심조(唯心造)더라 땅의 끝을 밟는다. 현대시조 2023.01.19
황태 황태 휑한 눈 크게 뜨니 하늘아래 바람 골 티 없이 맑은 기운 냉랭해진 자태로 한겨울 매달린 고행 금빛 사리(舍利) 가졌다. 황금빛 육신 속에 스며든 기(氣)를 품고 지극한 묵언수행 배어있는 자비로 살 찢어 보시(布施)하더니 해탈 길을 열었다. 현대시조 2023.01.15
그리움 그리움 아부지 어무니~ 춥소 거그는 어떠시오 땟둥한 산몬댕이 오직이나 추울텐디 한마디 말이 없응께 아들 가슴 답답흐요. (* 땟둥하다 _ 전라도 사투리로 주변보다 높다. * 산몬댕이 _ 전라도 사투리로 산 정상) 현대시조 2023.01.12
서설(瑞雪) 서설(瑞雪) 막힘도 구획도 없는 아아 큰 비움 누리가 하나 되는 흰빛을 감싸 안고 목이 긴 사슴 한 마리 옛날을 생각한다. 하늘과 땅의 경계 사라지는 공간에 점점이 채워지는 흰 빛의 점묘화는 우울쩍 그리워지는 추억 속의 풍경화. 현대시조 2023.01.07
오일장 단상(斷想) 오일장 단상(斷想) 오일장 구석자리 백발의 할머니가 한 웅큼 푸새거리 펼쳐놓고 앉아서 오가는 행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나절 지나도록 좌판은 그대로고 무표정한 모습도 여태껏 그대로다 괜찮아 사람이 좋아서 사람구경 나왔어. 현대시조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