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31

사군자(四君子)

사군자(四君子) 梅 검버섯 덕지덕지 찌들은 가지에서 소롯히 피어오른 그 정성 지극하다 연륜도 이와 같아야 귀히 여김 받으리. 蘭 예리한 검기 끝에 떨림이 흐느낀다 접근을 허락 않고 흐르는 고고함에 숨마저 멈추어지는 고요 속의 그림자. 菊 한곳에 모인 정기 해와 달 이루더니 사방에 흩어지며 빛을 내는 아우라 속되지 않은 기품에 깊어가는 가을 밤. 竹 지조를 굽히느니 차라리 부러지리 보고도 못 다본 것 세상의 흐름이니 일체가 색즉시공(色卽是空)에 공즉시색(空卽是色)이더라.

현대시조 2023.01.30

기생 황진이(黃眞伊)

기생 황진이(黃眞伊) ‘흙속에 저 바람 속에’ 라는 책에서 이어령 교수는 우리 민족의 근본 성정을 ‘은근과 끈기’라 했다. 오천년 역사 속에서 그 은근과 끈기는 남자보다 여성에서 흔히 보여 왔던 것이 분명하다. 오래전 사대부집 여성들은 규방 깊숙이 갇혀 종족 보존의 도구역할만 강요당했을 뿐 여자로서 본능과 감정의 발산은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많은 제약을 받았다. 몇 개의 문(門)을 통과해야만 생활거처가 나오는 양반들의 가옥구조, 99칸 아니면 조금 못되는 집안에 숨어 사는 사람은 대가집 여성들이었다. 반면에 양반 남자들은 사랑채라는 문간방에 거처를 정하고 바깥출입 또한 자유로웠으며 섹스에도 활발했다. 그러나 같은 여성이지만 기방에 적을 둔 여자 즉 기생은 양반대가집 부인들에 비하면 다소 감정 표출..

현대시조 2023.01.29

서귀포 이중섭 거리

서귀포 이중섭 거리 어렵던 그 시절에 일년 쯤 살았던가 탯자리 아님에도 명소가 되었으니 예술은 가고난 뒤에 흔적으로 남더라. 사람이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왔다가 돌아가면 잊힘이 당연한데 아직도 기억 속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는 건. 그림에 빠져 살아 언제나 배고픈 곳 네 개가 전부여도 감당하지 못한 그 입 저 건너 섶. 문.새 섬에서 무얼 찾아 헤맸나. (※이중섭은 아내와 두 아들이 있었음)

현대시조 2023.01.28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 가난과 고뇌 속에 갇혀서 살아오다 한쪽 귀 잘라 내고 총으로 마감한 삶 자화상 눈 빛 속에서 당신모습 봅니다. 관중의 어깨너머 펼쳐진 풍경화에 바탕과 주제사이 살아난 배색(背色)의 묘(妙) 장중한 마띠에르도 무게를 더합디다. 한 점의 그림조차 팔지 못한 당신과 느긋이 앉아있는 탕귀 영감을 보며 예술이 무엇인지를 다시생각 해봅니다.

현대시조 2023.01.26

무재칠시(無財七施)

무재칠시(無財七施) 돈 없고 힘없어도 가진 게 일곱가지 평소에 실천하면 행운이 따른다네 부처가 가르치신다 무재칠시 방법을. 화안시(和顔施) 웃는 자 앞에 두고 욕하기 어려우니 사람을 대할 때는 웃으며 대하거라 일곱개 보시가운데 첫 번째 공부니라. 언시 (言施 ) 말보다 더 큰 공양 어디에도 없으니 사랑하고 칭찬하며 위로하고 격려해라 한마디 말의 공덕에 뭇 중생이 죽고 산다. 심시 (心施 ) 남들을 대할 때는 신실해야 한단다 사방이 막힌 방엔 어둠만 들었으니 마음 문 활짝 열어서 밝은 빛을 채워라 안시 (眼施 ) 심성이 오가는 문 너 자신의 눈이다 가슴속 품은 생각 여기서 보이나니 미소 띤 고운 눈으로 반갑게 대하거라. 신시(身施 ) 이 한 몸 강건한 걸 네 탓이라 생각마라 부모님 주신 육신 모두에 덕이 ..

현대시조 202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