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6. 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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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海底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읍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정한모 시선 "내 유년의 하늘엔"(미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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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에서 자경 전 선 구

 

법열로 가득 채운 닿지 않는 산초 등잔

적막도 잠든 산 속에 혼불로 밝혀 두고

영겁을 가슴에 품어 오고 감도 잊었던가.

 

고뇌도 삭고 삭으면 기쁨으로 변하는가

희열도 서러움도 본래에는 한 몸이었나

초연을 가슴에 품고 생도 멸도 잊었던가.

 

침묵은 뜨거운 설법 울려오는 저 소리를

침묵은 심연이다 그치지 않는 저 음성들

침묵은 화엄이로다 철을 넘어 피는 꽃들.

 

산천도 귀를 열고 빛 밝히는 말씀 듣고

석 장승 눈을 뜨고 장엄함을 바라볼 때

영혼의 닻을 드리우면 진리 한 폭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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