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海底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읍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정한모 시선 "내 유년의 하늘엔"(미래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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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에서 자경 전 선 구
법열로 가득 채운 닿지 않는 산초 등잔
적막도 잠든 산 속에 혼불로 밝혀 두고
영겁을 가슴에 품어 오고 감도 잊었던가.
고뇌도 삭고 삭으면 기쁨으로 변하는가
희열도 서러움도 본래에는 한 몸이었나
초연을 가슴에 품고 생도 멸도 잊었던가.
침묵은 뜨거운 설법 울려오는 저 소리를
침묵은 심연이다 그치지 않는 저 음성들
침묵은 화엄이로다 철을 넘어 피는 꽃들.
산천도 귀를 열고 빛 밝히는 말씀 듣고
석 장승 눈을 뜨고 장엄함을 바라볼 때
영혼의 닻을 드리우면 진리 한 폭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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