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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양주동
1.
산길을 간다, 말 없이
호올로 산길을 간다.
해는 져서 새 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 없이
밤에 호올로 산길을 간다.
2.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별 안 보이는 어두운 수풀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멀다.
3.
꿈 같은 산길에
화톳불 하나.
(길 없는 산길은 언제나 끝나리)
(캄캄한 밤은 언제나 새리)
바위 위에
화톳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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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앓이 백수 정 완 영
진실로 외로운 자에겐 병도 또한 정이러뇨
세상살이 시들한 날은 자질자질 몸이 아프다
매화도 한 그루 곡조, 봄을 두고 앓는걸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다 잃은 것만 같은
허랑히 보낸 세월이 돌아 돌아 뵈는 밤은
어디메 비에 젖어서 내 낙엽은 춥겠고나,
그 누가 주어 준대도 영화(榮華)는 힘에 겨워
시인이면 족한 영위(營爲)의 또 내일을 소망하여
한밤 내 적막한 꿈이 먼 들녘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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