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6. 2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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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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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최 광 림

 

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두 눈이 멀어도 좋다

질 고운 햇살의 입자(粒子) 문간채에 걸어두고

달빛도 잘게 썰어서 연등(燃燈)으로 내어 걸고,

 

사방 백 리 향불 사뤄 눈 감아도 부신 노을

산란(山蘭)이 포란(抱卵)하는 청태(靑苔) 낀 돌 틈에서

갈바람 속살거리는 언어들을 줍는다.

 

태청산(太淸山) 한 자락을 울안에 들여놓고

화선지에 먹물 지펴 한 점 획()을 지었더니

편백향 취기(臭氣)에 젖어 문풍지도 우는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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