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최 광 림
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두 눈이 멀어도 좋다
질 고운 햇살의 입자(粒子) 문간채에 걸어두고
달빛도 잘게 썰어서 연등(燃燈)으로 내어 걸고,
사방 백 리 향불 사뤄 눈 감아도 부신 노을
산란(山蘭)이 포란(抱卵)하는 청태(靑苔) 낀 돌 틈에서
갈바람 속살거리는 언어들을 줍는다.
태청산(太淸山) 한 자락을 울안에 들여놓고
화선지에 먹물 지펴 한 점 획(劃)을 지었더니
편백향 취기(臭氣)에 젖어 문풍지도 우는 밤은.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6.27 |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6.26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6.22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6.21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8.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