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7. 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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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장만영

 

 

서울 어느 뒷골목

번지 없는 주소엔들 어떠랴,

조그만 방이나 하나 얻고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숨박꼭질하던

어린 적 그 때와 같이

아무도 모르게

꼬옹꽁 숨어 산들 어떠랴,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단 한 사람

찾아 주는 이 없은들 어떠랴,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달빛이

가난한 우리 들창을 비춰 줄 게다,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깊은 산 바위 틈

둥지 속 산비둘기처럼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의지하며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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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꽃 전 석 종

 

산자락 볕 잘 드는 나즈막이 내린 뜨락

하늘 길 열려진 문 제 물들여 올려픈 데

천년 꿈 실히 받쳐 든 보라빛의 도라지 꽃.

 

바람 점 한 점 떨기 능선 타는 계절이면

일렁인 솔 내음이 너무 좋아 들이웠단

넉하게 불려진 속심 제 한 몸값 터 나간다.

 

조신(操身)으로 세운 자리 청초한 매무새는

무위로 체득해 낸 과부족 없는 황금비

꽃대궁 펴 올린 날은 짙게 깔린 뻐꾹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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