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7. 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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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 물장수 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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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장터에서 정 형 석(鄭炯錫)

 

십여 년 전만 해도 은성탄광 문 닫기 전

사 구일 장날이면 어깨 치며 지났는데

시방은 눈 설레만 치는 허기진 퀭한 장터

 

나주에서 온 섭이네 밀양 댁 당진 아저씨

뿌리 뽑힌 숨결들이 꾸역꾸역 밀려와서

하늘을 두 번 이고 산 막장 인생 그들은

 

낯익은 고향이랍시고 송곳 꽂을 땅뙈기 없어

고만 고만한 새끼들 짠하게 앞이 밟혀

먹뱅이 기적소리에 얹혀 홀씨 되어 날려 왔다

 

동전 짝 하늘 보고 푸념만 할 수 없어

음양 비낀 지하막장 개미굴 두더지는

폐 속에 돌멍이만 담은 무늬만 좋은 산업역군

 

안도 밖도 까만 밤을 사이렌 소리 흩어놓고

옥녀봉 눈썹위로 우유 빛 햇귀 부려놓을 즈음

성냥 곽 판자 집 사택, 제비집처럼 부산했다

 

왁자지껄 도탄교 길 보름치 봉급날은

상주 집 석쇠 갚은 돼지기름 으르렁대고

헛기침 객기에 실려 색시 화장 짙어갔지

 

비루먹은 강아지도 낙엽은 시답잖아

진녹색 독이 오른 배춧잎만 물고 다니고

시장 통 술집 다방은 휘청대며 기대섰다

 

주판알 이해타산, 솜뭉치 육신들로

신사 갱 하품하고 가은선마저 주저앉자

창백한 폐탄 더미 위 떨고 선 망초꽃들

 

떠날 사람 떠나가고 갈 수 없어 남은 사람

흙바람 부는 왕릉장터 머쓱하게 어정대다

깡 소주 탁배기 한 잔에 가을 해를 삼킨다.

 

*왕릉장터 : 경북 문경시 가은읍 소재 오일장 지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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