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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초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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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白紙) 우 홍 순
뉘 작은 지문(指紋) 한 올 찍히기를 거부했다
잔꾀 묻은 발자국이 몰래 찍혀 있을 게다
백지는 본디 흰빛이라
그냥 시샘 받았다.
태초 강물 지나간 흔적 어딘가 남아 있으리
한 점 티 안 묻어서 질투에 시달렸지만
하늘이 함께 내려앉아
더 순결 할 수 있었다.
천진한 첫 돌나기 재롱이 그려져 있다
깔깔대는 아기들의 웃음소리 들려온다
보인다 잠든 모습이
모두 아기 빛깔이다.
매미*에도 날아가지 않을 백지 한 장 품었지만
불어대는 흙바람에 걸레처럼 더렵혀졌다
세태가 그런 걸 어쩌나
변명하며 살았다.
*매미 : 2002년 휩쓸고 간 태풍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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