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9. 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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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 소경(夏日小景) 이장희

 

 

운모같이 빛나는 서늘한 테이블

부드러운 얼음 설탕 우유

피보다 무르녹은 딸길를 담은 유리잔

얇은 옷을 입은 저윽히 고달픈 새악씨는

 

기름한 속눈썹을 깔아 맞히며

갸날픈 손에 들은 은사시로

유리잔의 살찐 딸기를 부수노라면

탐홍색 청량제가 꽃물같이 흔들린다.

 

은사시에 옮기인 꽃물은

새악씨의 고요한 입술을 앵도보다 곱게도 물들인다.

새악씨는 달콤한 꿀을 마시는 듯

그 얼굴은 푸른 잎사귀같이 빛나고

 

콧마루의 수은 같은 땀은 벌써 사라졌다.

그것은 밝은 하늘을 비친 작은 못 가운데서

거울같이 피어난 연꽃의 이슬을

헤엄치는 백조가 삼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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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물빛 이 태 순

 

그 무슨 물이란 물은 다 같은 물빛이던가?

구부린 먹빛 가지, 벼랑 위의 느티나무

남한강 깊숙한 기슭 한 획 굵게 긋고 있다.

 

가던 길 멈춘 물은 바랑 벗어 놓게 하고

풍경이 풍경 흔드는 절집 돌아나갈 때

금선어(金線魚)등 비늘처럼 번쩍거리는 저 한 획

 

댓잎보다 짙푸르게, 노을보다 붉고 붉게

흰 등뼈 곧추세우고 경전(經典) 펼쳐 보이는

신륵사 나옹선사가 성큼 다가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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