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9. 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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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가 뛰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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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풍기(擧風記) 장 지 성

 

참으로 오랜만에 도배를 하기 위해

온 집 안 가구(家具)들을 꺼내어 거풍을 한다.

장롱 뒤 먼지만큼이나 쌓인 세월이 풍화된다.

 

켜켜이 배가 부른 앨범 속 추억이며

설합에 유배당한 한 시절 옷가지들

이제는 한 치쯤 작아진 육신을 걸어 본다.

 

어디 말릴 것은 땀이며 눈물이랴

어디 젖은 것은 꿈이며 이상뿐이랴

간밤에 시달린 악몽도 빨랫줄에 널어 본다.

 

조금씩 가벼워지는 중량을 가늠하며

밀쳐둔 한 생애도 바람결에 나부낀다.

다시금 곧추세우는 바지랑대 파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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