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9. 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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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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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만 수

 

1.

많은 못자국들 세월 녹을 쓸어 낸다

어릉어릉 눈물마냥 나란히 걸려 있는

아버지

떠나가신 벽() 따슨 별이 박혔다.

 

고단한 인고(忍苦)의 짐 운명에 놓고 간 중량(重量)

뚫린 구멍 틈, 틈새 눅눅히 젖은 누른 벽

빈 쌀독

허기진 바람 안부 또 묻고 간다.

 

2.

담뱃재 터신 할머니 목이 쉰 기침소리

모진 세파(世波) 막아 쥔 마지막 사랑의 방벽(房壁)

퀴퀴한

땀 냄새 흔적

피난, 또 하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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