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211

육담(肉談) . 꺽은 자 잘못이 아니라, 심은 자가 잘못이오

과거를 눈앞에 둔 어느 건장한 선비가 낮술에 얼큰히 취한 채 장안(長安)의 커다란 기와집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담 안에서 흰 광목자락이 날라온다. 호기심이 발동해 술기운에 담을 넘으니 곱상하게 생긴 계집종이 집안으로 인도한다.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자 아랫목에 비단금침이 깔려있고 윗목에는 기름진 안주가 차려진 주안상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미모의 중년여인이 수줍음을 머금은 채 눈을 아래로 깔고 앉아 있다. 놀라운 상황에 당황한 선비는 이미 오른 술기운에 때 아닌 대접을 받자 될 대로 되라면서 술을 연거푸 몇 잔 들이키고 여인에게 수작을 건다. 그러자 이 여인이 말한다. "저는 권세 있는 내시의 처로 살림살이 풍족해 어느 하나 어려움이 없으나 단 한가지 이 세상 모든 남녀가 누리는 운우지정(雲雨之情)..

해학과 재치 2024.11.27

육담(肉談) .흰 떡 먹은 후엔 나물을 먹어야

어느 집 여종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여종의 남편 놈이 외박을 자주 하니 주인집 아들이 마음대로 간통하는데 오히려 그 여종과 그녀의 부모들이 이를 숨겨준다. 어느 날 밤 주인아들이 제 처가 깊이 잠든 틈을 타 가만히 행랑으로 나가는데 잠을 깬 처가 살금살금 뒤를 밟아 창틈으로 엿보니 여종이 말하기를 “ 왜 하필 흰 떡같은 아씨를 두고 이렇게 하찮은 제게 오셔서 못살게 구십니까” “아씨가 흰 떡이라면 너는 산나물과 같으니 음식으로 따지면 떡 먹은 후 나물을 가히 먹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라.”하면서 입을 맞추며 운우(雲雨)가 무르익어 간다. 그것을 보고 처가 조용히 돌아가 여전히 누워 자는 체 하고 있었다. 일을 마친 젊은 남편은 처가 행랑의 일을 알지 못하겠지 하고 안도하고 있었다. 이튿날 이 부부가 함..

해학과 재치 2024.11.25

육담(肉談) . 아기는 누가 보나

어느 가난한 집에 애들까지 많아 살기가 어려웠다. 먹을 것이 부족한데다 간난아이 보는데 지친 큰 애들이 모여서 의논한다. 부모가 밤일을 시작하면 불을 켜서 방해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부모가 성냥과 부싯돌을 다 감춰버리자 자식들이 화로에 숯불을 담아 불을 켜댄다. 오래도록 밤일을 하지 못한 부부는 어느 날 화로에 무우를 묻어놓고 일을 시작한다. 그러자 자식들이 일어나서 화로를 쑤시며 불을 켜려고 했으나 무우 때문에 불이 붙지를 않았다. 그러자 한 녀석이 소리치는 것이었다. “어떤 놈이 무우를 묻었어? 무우 묻은 놈이 이번 애기 봐라.” -------------------------------------가을에 벼를 추수한 후, 그 논에 보리를 파종하면 봄이 되면서 여물어 모내기 직전 4월말 ~ 5..

해학과 재치 2024.11.23

육담(肉談) . 그것도 몰라

어리석은 신랑이 있었다. 그는 방사는 물론 여자의 옥문이 어디 있으며 뭣에 쓰는지도 몰랐다. 하루는 그의 친구에게 살짝 묻는다.“여보게, 옥문이란 뭣이며 무엇에 쓰는지 아는가? 좀 가르쳐 주게.” “ 그래 옥문도 모르면서 장가는 왜 갔어, 그런 재미도 모르고 산단 말이야. 한잔 톡톡히 내게, 내 그러면 가르쳐 주지” “가르쳐만 주면 내다 뿐인가. 염려말게, 틀림없다니깐” “그래 몇 되나 낼 건가? 그럼 내 가르쳐주지. 여자의 옥문은 이렇게 송편같이 생겼어. 언덕에는 검은 털이 나고 가장자리는 붉고 가운데는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에 자네의 연장을 넣어 보게, 그러면 알 걸세. 이 술이 아깝지 않다는 걸 알꺼야. 그야 이 세상에서 둘도 없지, 신선이 돼 학을 타고 맘대로 날아다닌다 해도 그 재미만은 못할 걸..

해학과 재치 2024.11.22

육담(肉談). 뭣도 모른 놈이

어느 시골에 중년 과부가 살았다. 그 과부는 꽃같이 아름답고 피부는 눈같이 희었다. 살기는 어렵지 않으나 자녀도 없이 떠꺼머리 총각 한 놈을 머슴으로 데리고 있었다. 그 총각은 워낙 천생이 우둔하고 어리숙한 놈으로 이 과부 집에는 가장 적격인 머슴이다. 어느 날, 과부가 우연히 보니 자기 방 한 모퉁이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쥐 한마리가 들락날락한다. 이튿날 밤, 과부가 그 쥐를 잡으려고 치마를 들고 앉아 뜨거운 물을 구멍에 쏟았다. 그러자 쥐가 견디지 못해 뛰쳐나오다 문득 한 구멍을 발견하고 뛰어 들어 갔는데 그곳은 과부의 옥문(玉門)이었다. 쥐는 그 속이 좁고 어두워 동서의 방향을 찾을 수 없다. 더 깊은 곳을 찾아 머리를 빙빙 돌리자 과부가 쾌감을 느껴 미친 듯 양다리를 비빈다. 오랫동안 그러니 이젠..

해학과 재치 2024.11.21

육담(肉談) .여섯가지 기쁨

얼굴은 예쁘지만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처녀가 있었다. 나이 열 다섯이 되자 그녀의 부모가 혼례를 서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아가씨가 이웃집 총각을 찾아간다. 처녀를 본 총각이 “ 얘, 너. 곧 시집간다지. 하지만 연습도 하지 않고 시집을 갔다가는 첫날밤에 어려운 일이 있을 텐데 ” 하고 말하자, 처녀가 하는 말“ 그게 뭐야, 가르쳐 줄 수 있어” “ 물론 내가 가르쳐 주지”총각이 처녀를 토굴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실습을 시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계집이란 여섯가지 기쁨을 갖춰야만 비로소 운우의 극치를 알 수 있어. 계집이 사내의 귀여움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모두 여기에 달려 있지”“ 그럼 그 기쁨이라는 게 뭐야 ” 음흉한 총각이 의젓하게 여섯가지 기쁨을 외운다.“ 첫째로 착(窄)이니 좁아야 하고 ..

해학과 재치 2024.11.20

육담(肉談) .아니 이게 뭐야

육담(肉談) 35.아니 이게 뭐야 어느 산파가 한 임산부 집에 왕진을 갔다. 그런데 그 집 남자가 산파의 얼굴이 예쁜 걸 보고 딴 생각이 났다. 그 남자는 즉시 빈집을 한 채 얻어 병풍과 족자 등 가구를 차려 안방처럼 꾸민다. 그리고 방을 캄캄하게 한 후 벌거벗고 이불 속에 드러눕는다. 여종에게 마당에 약탕관을 설치하고 궁귀(芎歸) 등속을 쪄 출산이 가까운 것처럼 한 후 교자(轎子)를 보내 산파를 불러 왔다. 산파가 방안으로 들어와 이불 속에 손을 넣어 산모의 윗배에서 아래까지 이곳저곳 주무르는데 배가 별로 부르지도 높지도 않다. 산파가 이상해 다시 여러 번 아래위를 어루만지다가 음문(陰門) 근처에 다다르니 남자의 양물(陽物)이 크게 솟구쳐 배꼽을 향해 누워있다. 산파가 깜짝 놀라 뛰쳐나오니 여종이 웃으..

해학과 재치 2024.11.15

육담(肉談) .마부장(馬部長)과 우별감(禹別監)

어느 기생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는데 대개가 한두 번씩은 상관한 위인들이다. 한 사람이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두 사람이 짝을 지어 또 들어온다. 그러자 기생이 하는 말이“마부장(馬部長)과 우별감(禹別監)이 오시는군.” 얼마 후에 또 두 사람이 들어오니 “여초관(呂哨官)과 최서방이 오시는도다.” 한다. 먼저 온 자가 가만히 바라보니 지금 들어 온 네 사람의 성이 김씨요, 이씨인데 마씨니 여씨니 우씨니 최씨니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 사람이 각각 돌아간 후 기생에게 묻는다. “네가 손님들의 성씨를 그토록 모르느냐” “그 분들이 다 나하고 친한지 오래된 사람들인데 모를 리가 있소이까? 마씨,여씨 등의 성을 붙인 것은 밤일을 치룬 다음 제가 지은 별호(別號)들이 올시다” 하고 설명한다. “그중 ..

해학과 재치 2024.11.14

육담(肉談) . 과부의 보시

가난하지만 오랫동안 정절을 지키고 사는 과부가 있었다. 어느 저녁 무렵 석장(錫杖)을 든 노승이 과부 집 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한다. “제 집은 워낙 가난하고 또 남정네 없이 홀로 단간 방에 살 뿐이니 딴 데로 가십시오” 하고 과부가 말한다. 그러자 노승은 “ 날은 저물었고 주변에 인가가 없으니 하루 밤 재워 주시면 그 은혜가 크리다” 하고 간청한다. 과부가 어쩔 수 없어 허락하고 보리밥과 토장국을 한상 차려드리니 스님이 달게 먹었다. 과부는 늙은 스님을 아랫목에서 쉬게 하고 자기는 윗목에서 자는데 옷도 벗지 않고 그냥 잔다. 서로 잠이 오지 않아 끙끙대던 중 스님이 잠든 체하고 다리를 여주인 허벅지 위에 올리자 여인이 공손히 내려놓는다. 얼마 후 또 한 손을 여인의 가슴 위에 놓자 여인이..

해학과 재치 2024.11.13

육담(肉談) .스님이 축원하니

시골 스님이 서울 경치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송기떡과 깨 밥을 싸가지고 남문에서 동쪽을 향해 가다가 사직동 뒷길에 이르렀다. 이미 날이 저물매 인경 칠 때가 다 됐는데 잘 곳이 없다. 밤에 순라꾼에게 붙잡힐 것 같아 한 재상가의 집 뒤 행랑 굴뚝 옆에 숨어 파루 칠 때를 기다리는데 밤이 깊어 삼경이 되자 온천지가 고요하다. 문득 그집 행랑방에서 한 사내가 그의 처에게 하는 말이 들린다. “우리 두 사람이 밤마다 그 일을 빼지 않고 하되 헛되이 정혈(精血)만 낭비하고 아직까지 자식 하나 얻지 못했으니 심히 괴상한지라 이는 반드시 축원을 하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니 지금부터 원하는 바를 정성을 다해 입으로 축원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자 여인이 “그걸 진작 그렇게 할 걸 그랬어요” 하며 남편을 향해..

해학과 재치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