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봄비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아려…ㅁ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
아, 찔림없는 아픈 나의 가슴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노래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노나 !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
까치밥 이원천
심야버스 마지막 달빛마저 끌고 간 뒤
싸늘한 밤에 기대 허기의 뼈를 만져본다
이면로 달리지 못한 꿈도 끙, 돌아눕고
갈 곳도 오랄 곳도 어디 없는 지도 속을
둥둥 떠 부표처럼 깜빡깜빡 헤매는 밤
눈 소식 아득도 하다 하늘 저도 빈 몸이다
허리 굽혀 누군가 흩어진 꿈 쓸고 가는
가파른 언덕배기 붉게 걸린 가로등
세상 저 귀퉁이마다 까치밥은 남아 있다
나머지 생 내걸까 얼음장 어둠 속에
얼얼하게 달궈낸 단내 나는 목숨이여
깍깍깍 쪼아대는 부리 절망마저 밥이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7.13 |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7.11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7.09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7.06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