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7. 1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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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 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두메길 이 은 방

 

삼십리 절반쯤 넘어 폐교위로 초가 한 칸

다랭이 논배미로 손 젖는 바람도 만나

저 멀리 감나무집에 마중 나온 삽살개며

 

그 옛날 화전민이 살던 메밀꽃 환한 길에

시집간 가시내들 하얗게 웃던 情景

殘光도 시사철이면 서리꽃에 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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