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7. 1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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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정지용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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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돌 던지다 윤 정 란

 

애완용 개가 사람보다 사랑을 받는다고

문 안을 엿보다가 흩어지는 한숨들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

세상에 돌 던지다

 

아비라고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없고

남자라고 무작정 들이밀 수가 없어서

언제나 뒤로 밀리는

삼식(三食) 놈의 회환을

 

속수무책 세월에 햇살도 돌아앉아

어디서나 눈치보는 소리 없는 절규는

잊혀진 우리네 삶이

개보다 못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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