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7. 1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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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변영로


나직하고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나직하고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나아가 보니 

아려…ㅁ풋이 나는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

찔림없는 아픈 나의 가슴 !

나직하고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노래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노나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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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이원천


심야버스 마지막 달빛마저 끌고 간 뒤

싸늘한 밤에 기대 허기의 뼈를 만져본다

이면로 달리지 못한 꿈도 끙돌아눕고


갈 곳도 오랄 곳도 어디 없는 지도 속을

둥둥 떠 부표처럼 깜빡깜빡 헤매는 밤

눈 소식 아득도 하다 하늘 저도 빈 몸이다


허리 굽혀 누군가 흩어진 꿈 쓸고 가는

가파른 언덕배기 붉게 걸린 가로등

세상 저 귀퉁이마다 까치밥은 남아 있다


나머지 생 내걸까 얼음장 어둠 속에

얼얼하게 달궈낸 단내 나는 목숨이여

깍깍깍 쪼아대는 부리 절망마저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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