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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論介)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마음 흘러라.
아릿답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 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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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양 혜 순
강둑에 다가서면 병풍 같은 물안개
바람이 밤을 새던 갈대숲이 있었고
숨결이 고운 물새는 물거울 위 떠 있다.
한 소절의 시로 오라 강변의 내 사람아
눈썹 같은 초승달이 어울리면 좋겠다
가만히 가만히 걷자 한 나울의 추억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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