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7. 3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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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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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옛길에서 小鳥 이 재 호

 

장승이 꾸벅하며 금의환향 빌고 선 길

마실서 보던 꽃이 들꽃 되어 올랐다

주막 터 막 지나는데 물소리가 주모되고

 

으름· 다래 꽃이 진 길 해 그늘도 꽃 닮았다

이슬로 목추긴 새 해맑은 흥타령에

땀 젖은 시커먼 사내 제 그늘까지 헹구며

 

뱀딸기 익은 길섶 산딸기 막 영글어

새빨간 그 이야기 땡볕 찍어 씹으니

별 헤던 숱한 그 나날 눈앞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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