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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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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옛길에서 小鳥 이 재 호
장승이 꾸벅하며 금의환향 빌고 선 길
마실서 보던 꽃이 들꽃 되어 올랐다
주막 터 막 지나는데 물소리가 주모되고
으름· 다래 꽃이 진 길 해 그늘도 꽃 닮았다
이슬로 목추긴 새 해맑은 흥타령에
땀 젖은 시커먼 사내 제 그늘까지 헹구며
뱀딸기 익은 길섶 산딸기 막 영글어
새빨간 그 이야기 땡볕 찍어 씹으니
별 헤던 숱한 그 나날 눈앞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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