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침
새벽 3시경 눈을 떴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타이머를 챙긴다. 10분을 맞춘다.
정좌하고 눈을 감는다. 코 끝에 스며 들고 나가는 숨을 느낀다.
늦잠 자는 아내가 조심스러워 가볍게 아침을 먹는다.
청국장 가루에 선식 두어스푼을 찬물에 개어 흔들어 마신다.
아침 일찍 출근길, 쇠로된 대문 닫치는 소리가 클까봐 문 아래쪽을 발로 받치고 살며시 닫는다.
버스 정류장이다.
5시 반 새벽인데 청년 한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 곳에는 나하고 그 사람 둘뿐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분명 사람들이 많았으면 안 피웠을텐데.
내가 그 사람을 불렀다. 돌아다본다. 그래서 손으로 금연정류장 포스터를 가리켰다.
청년은 황급히 자리를 떠나 골목으로 들어간다.
남은 담배를 거기서 피웠겠지.
타고 갈 버스가 온다.
나는 기사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일찌감치 손을 들어 탈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간혹 버스 앞자리에 앉아 가다보면 정류장에 서있는 사람이 이 버스를 탈 사람인지 아닌지 기사도 아닌 내가 헷갈려서이다.
손을 들어 타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주는 것이 기사에게 도움이 될것 같았다.
그리고 저만치 버스가 오면 버스 카드를 손에 든다. 버스에 타서 계산할때 뒷사람에게 방해 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움직인다.
간혹, 버스에 탄 사람들이 버스에 승차한 후에 가방에서 카드를 찾느라 헤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됐다.
하차 목적지 직전 정류장을 떠났을 때 곧바로 하차 벨을 누른다.
카드를 꺼내든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카드를 대고 내린다.
이번에도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벨도 누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기사에게 “아저씨, 잠깐만요” 하면서 일어나는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드를 찾는데 허둥 지둥한다. 버스가 출발을 못하고 있다.
전철을 타러 간다.
열차가 도착하려면 10분이나 남았다.
벤치가 있다. 나는 벤치 맨 끝에 앉는다. 가방은 발아래 두었다. 가방 때문에 벤치가 좁아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 사람도 충분히 앉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텅 빈 벤치 한가운데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 가방을 옆의 남은 자리에 놓는다. 전철역사안 벤치는 내 것이 아니고 공용이다. 내가 사용할 공간은 내 엉덩이 크기면 된다.
작업복 차림의 사내가 전철을 기다린다.
가래가 끓는지 쾍하더니 가래를 전철 역사안 바닥에 뱉는다. 내가 쳐다보니 쑥스러운 듯 자리를 옮긴다.
나라의 위상은 소위 고위층이나 식자층의 의식개조로는 높아지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우리 민초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비로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기다리던 전철이 왔다.
입구에 줄을 선다. 요즘은 4줄서기로 표시가 되어 있다.
우선권은 가운데 두 줄이다. 바깥쪽 두 줄은 가운데 두 줄이 타고 난 다음 타야한다. 그런데 나이 든 할머니 한사람은 이걸 무시하고 그냥 탄다.
나이는 면책특권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규칙을 지키고 젊은이들을 배려해야 대접을 받는다. 그런 모습을 봐야 젊은이들이 커서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전철 안에서는 가는 거리가 짧기 때문에 가급적 앉지 않는다.
앞에 아가씨 두명이 앉아 있다.
다음 역에서 아기를 안은 여자가 탄다. 마침 임산부가 선 공간이 앉아있는 아가씨들 앞이다. 배려는커녕 양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곧 결혼해서 아기를 가지면 같은 처지일텐데 무관심이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눈을 맞추지 않는다. 스마트 폰을 보다가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다음 역에서 할머니가 탄다.
중학생쯤 되는 여학생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한손에는 가방을 들었다.
할머니가 자리에 앉는다. 당연히 일어서야지 하는 듯한 태도다.
이럴 때, 한번쯤 거절하면 안될까. 아니면 ‘학생 고마워’ 한마디쯤 해주면 안될까 ?
세상에는 당연한 것은 없다.
나이 들었다고 대접받는 시대는 지났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바로 우리다.
그리고 저렇게 당연한 듯 앉아 있는 할머니와 그런 것을 보고 자라는 아가씨들이다.
갑자기 시끄럽다. 경로석 쪽이다.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양복차림의 사내가 소리를 지른다.
‘이보쇼. 여기는 장애인석이요. 경로석이기도 하고. 앉으려면 주민등록증 보여주시오’
자기는 장애인이란다. 그래서 앉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
겉모습은 멀쩡한데....
이것도 당연하지 않다.
이 사람의 장애가 공공대중을 위해서 생긴 것인가 아니면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생긴 것인가.
그렇다 해도 안될 것인데...
장애를 무시해서도 안되겠지만 당연한 권리로 주장하는 것도 어색하다.
베풀면 베푼만큼 돌아온다.,
베풀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은 도둑놈이다.
이번에는 아줌마 두 세사람의 대화이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귀가 쩡쩡 울린다.
모두가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기 돈 내고 탄 전철이니 그래도 된다는 것인가.
교양은 배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사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있을 때 얻을수 있는 보너스이다.
그럼에도 전철소음에 맞춰 목소리를 높인다.
이건 아니다.
돌아보니 청춘남녀 한쌍이 서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꼭 껴안고 있다. 거의 키스수준이다.
여자가 더 적극적이다.
이때 한 남자가 소리친다.
“ 야, 좀 심하다, 그렇게 급하면 빨리 내려 모텔로 가라”
여자애가 쌩한다.
“아저씨, 그렇게 눈꼴이 시면 안보면 될 것 아녀요”
“뭣이, 이것들이...”
한동안 소란이다.
전철을 내려 역사 안 계단을 오른다.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가 한사코 가방으로 뒤를 가린다.
왤까?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그런 옷을 입지말지.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누가 자기를 보지 않을까, 아니 볼꺼야 하는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자기의 행동과 입장에 당당해 질수는 없는 걸까?
밀고 닫는 커다란 유리문 앞이다.
그런데 뒤에 어떤 사람이 저만쯤 오고 있다.
문을 열어서 잡고 기다렸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기에.
그 사람이 고맙다고 인사한다.
사무실에 왔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원두커피를 그라인더로 간다. 그리고 커피 메이커에 물을 붓고 끓인다.
사무실 안에 커피향이 가득하다.
출근한 직원들이 기분좋게 마실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그때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들어온다.
서로 인사한다. 그리고 얼른 의자를 돌려 내 쓰레기통을 가져가기 쉽게 옮겨준다.
아침 9시 무렵 직원들이 들어온다.
내가 먼저 큰소리로 인사한다.
“어서 와.”
일부러 눈을 맞춘다.
어떤 직원은 시선을 딴 곳에 두고 목소리로만 인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실례다. 인사는 정중하게 상대의 시선을 맞추고 해야한다.
요구르트 배달 아주머니가 들어온다.
뭐 간에 좋다는 쿠퍼스라는 음료를 아들이 보내주고 있다.
나는 아주머니가 내 곁 약 3M 전에 오면 ‘고맙습니다’하고 일어나서 받는다.
나는 배달음료를 앉아서 받은 적이 없다.
아주머니는 항상 웃어 준다.
어느날 , 집에서 나와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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