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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쥐와 시골 쥐
서울쥐 한마리가 시골친구 집에 갔다
허름한 부엌에서 함께 저녁 먹는데
가만시 밥상을 보니 정갈하고 깔끔하다.
상위엔 밥 한공기 따끈한 국 한그릇
말라빠진 꽁치지만 생선까지 한마리
접시위 콩자반에는 깨소금도 뿌렸다.
깜짝 놀란 서울 쥐 걱정되어 하는 말
너 지금, 환장했니 죽을려고 작정했어
주인이 우릴보고서 몽둥이로 칠텐데.
그러자 시골 쥐가 웃으면서 말한다
시골인심 몰랐니 이 정도야 정이거든.
지나는 손님이라도 밥대접은 꼭한단다.
차린 건 없다만 네 집처럼 생각해라
박주에 꽁보리밥 차린게 별로지만
허리끈 풀어 젖치고 배부르게 먹어라.
서울 쥐 돌아가서 시골 쥐를 초대했다.
식탁에 차린 것은 못 보던 진수성찬
시골쥐 깜짝 놀라며 정말 잘사는구나.
시골 쥐 먹으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서울 쥐 안절부절 문틈으로 망을 본다
주인이 들어올까 봐 가만있질 못하고.
궁금한 시골 쥐가 왜 그래 이 친구야
좋은 음식 앞에 두고 호들갑은 왜 떨어
그 순간, 쾅하는 소리 천지가 개벽한다.
당황한 서울 쥐가 시골 쥐를 보면서
친구야, 빨리 피해 네 목숨 책임 못져
시골 쥐 너무나 놀라 혼이 반쯤 나갔다.
집에 간 시골 쥐가 친구에게 하는 말
다시는 서울 안가 죽어도 안갈꺼야.
시래기 죽먹더라도 여기가 마음 편해.
사는게 뭐 있겠어 세끼 밥 먹는건데
배부르고 등 따시면 바랄게 뭐 있다고
그토록 마음조리며 험한 세상 사는지.
2009.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