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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쁜 일

임기종 2015. 10. 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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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쁜 일

  '달과 6펜스'라는 작품으로 동양에서도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문호 서머셋 몸이 일흔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축하연을  연 날 밤, 친구 한 사람이 물었다.

  "지금까지 가장 기뻤던 일은 뭔가?"

  서머셋 몸은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하나 있지. 2차 세계 대전에 종군 중인 한 병사에게 편지를 하나 받았었는데, 이런 편지였다네. '당신의 작품을  통독했는데 한번도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서 이 이상 기쁨은 없다네. 그것이 평생을 통해서 제일 기뻤던 일일세."

  쉽게 쓰려면 쓸 수 있는데도, 아니 그렇게 쓰려고 노력해야 하는  데도 ,억지로 어려운 말을 사용해서 이상하게 빙빙  돌려쓰는 사람들이 있다. 얼핏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어려운 문장을 늘어놓고는 뿌듯해 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현학적인 악취미다. 그런 글을 써 놓고 스스로 훌륭하게 썼다고 생각하며 뿌듯해 하는 얼굴은 그 사람이 얼마나 유치한가를 상징한다. 현학적인 악취미를 즐기는 것은 학자가 아직 진지한 학문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때의 현상이 다 진지한 경지에  이르면 그런 버릇은 당연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문장이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매개물인 이상 그 기능을 충분히 다하려면 무엇보다도 일단 쉬워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쉽게 전달받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이 문장의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에는 얼마나 아름답고 교묘하게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쉽게 쓰느냐가 문제가 된다. 적어도  글을 쓰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면으로 도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어려운 기술이면, 난해한 어구를 사용하여 읽는 사람을  혼란시키는 것이 오히려 문장의 초보자라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