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한 알렉산더 대왕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군을 이끌고 이집트를 전전하던 중 국운을 걸고 전 병력을 집결시킨 페르시아의 대군과 가우가멜라에서 맞서게 되었다. 날은 이미 저물었으므로 알렉산더 대왕은 다음날 일전을 치르기로 하고 숙영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적진의 형세를 지켜보던 대왕의 막료 파르메니온 장군이 파랗게 질려 대왕의 막사로 들어왔다.
"큰일났습니다. 적의 병력은 시시각각 증가하고 있습니다. 적진은 마치 불야성 같습니다."
과연 페르시아 진영에는 지원군이 속속 도착하는 중이었다. 적진일대에 타오르는 횃불이 어두운 밤하늘을 새빨갛게 불태웠다. 그러나 막사를 나온 대왕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파르메니온은 참다못해 말했다.
"대왕님, 이 상태로 라면 내일 싸움은 도저히 승산이 없습니다. 당장 야습을 하여 적진을 단숨에 분쇄합시다.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자 젊은 대왕은 밝은 얼굴로 돌아다보며 말했다.
"파르메이온. 나는 승리를 도둑질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내 허영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다. 진정한 페르시아 정복은 페르시아 왕에게 투지를 버리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야습을 하여 이긴다 해도 그는 낮이라면 질 성 싶은가 하고 더욱 이를 악물고 달려들 것이다. 그래서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없다. 때문에 이 싸움은 밝은 대낮에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려야 한다. 그러니 그렇게 초조해 하지 말고 내일을 기다리자."
알렉산더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막사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곧 잠든 모양인지 조용한 숨소리가 밖으로 새나왔다.
알렉산더가 고르게 내쉬는 숨소리에서 태산과도 같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가. 사태가 아무리 급변해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대응하는 경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사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만 확인하면 허둥거릴 이유가 조금도 없다. 돌아다보면 우리의 생활은 너무나 어리석은 허둥거림과 낭패로 가득 차 있다. 아니, 그렇게 가볍게 처신하는 자신을 끈질기게 변호하려는 집념이 뿌리깊이 도사리고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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