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124

불여일인(不如一忍)

일본의 선불교를 중흥시킨 백은(白隱, 1685~1768) 선사는 한 때 송음사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 날 백은선사가 기거하던 절 입구 마을의 두부장수집 딸이 이웃 사내와 정을 통하여 아기를 갖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딸의 부모는 크게 분노하여 몽둥이를 들고 심하게 추궁했다. "어느 놈의 씨를 뱃속에 넣었느냐?" 살기등등한 부모님의 추궁에 딸은 사실대로 말 할 수가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청년도 죽고 자신도 죽고 뱃속의 아이도 죽기 때문이다. "몽둥이로 패 죽이기 전에 사실대로 말해라, 내 그놈을 가만 두지 않겠다." 몹시 화가 난 처녀의 부모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대라고 딸을 심하게 추궁하였다. 어떨 결에 "윗 절의 백은스님...." 라고 대답했다. 평소 두부집 장수는 백은선사를 존경했고, 이웃..

좋은글 2024.01.28

인생은 단막극이 아닙니다

연극에서 한 장면이 끝나면 갑자기 불이 꺼집니다. 두터운 커튼이 내려오고 무대가 캄캄해집니다. 커튼 뒤에서 드르륵 바퀴 굴리는 소리, 뭔가 뚝딱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당황하지 않습니다. 저 커튼 뒤에는 방금 본 장면과는 다른 장면이 무대 위에 설정되고 있음을 관객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커튼이 올라가고 불이 환하게 들어오면 새로운 장면이 열리고 무대에는 다른 인물이 나옵니다. 전 장면에서 보았던 그 배우가 다른 옷을 입고 다른 가발을 쓰고 다른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새롭게 웃고 떠들기도 합니다. 단막극은 장면 하나로 다양한 애환을 압축해 전개하지만, 연극은 그 장면이 훨씬 다양합니다. 소망이 없어 보이는 우울한 장면도 있지만, 웃음과 기쁨..

좋은글 2024.01.27

▣ 웅변은 은, 침묵은 금

부처님이 어느 날 오후, 동자를 데리고 맑은 호수로 나가 목욕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동자의 청을 받아 어느 암자를 방문하였다. 때마침 그 암자에서는 많은 중생들이 모여 법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부처님은 그 법담이 끝날 때까지 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그리고 부처님은 거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모여 앉으면 마땅히 두 가지 일을 행하여야 한다. 하나는 법, 즉 진리에 대하여 말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면서 부처님은 말에 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첫째, 바르게 설명해진 것만 말하고 잘못 설명해진 것은 말하지 말라. 둘째, 진리만을 말하고 진리 아닌 것은 말하지 말라. 셋째, 한 번 할 말도 세 번 생각하고 난 후에 말하라. 넷째, 남의 단점을 ..

좋은글 2024.01.27

말이 당신의 입안에 들어 있는 한, 당신의 종이지만, 한번 밖으로 나오면 당신의 상전이 됩니다. 종을 부리는 사람을 상전이라고 합니다. 상전은 종에 대해 절대적 권리가 있습니다. 죽이든, 살리든, 팔아먹든, 내다 버리든 상관이 없이 상전 마음대로 처분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는 말이 내 입 안에 들어 있어서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때의 말입니다. 그러나 한번 말이 입 밖으로 나와 버리면 나는 내가 말한 그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말이 내 상전이 되고 나는 말의 종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조심해서 말을 해야하는 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 탈무드 중에서 -

좋은글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