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 민들레 꽃 한 뼘도 못된 땅에 그늘 비낀 양지녘 꼭 오마 하신 말씀 기억이 생생해서 아직도 할머니 혼자 고샅길을 지킨다. 온종일 맘 조리다 상처로 설운 가슴 행여나 못 들었나 가는 귀 채근하며 길어진 그림자 보며 석양빛에 물든다. 귓속에 맴을 도는 돌아온다는 말씀 할머니 흰머리는 한 올씩 빠져가고 돌담 밑 외진 곳에서 민들레 꽃이 됐다. (※ 민들레 꽃을 보며 혼자 만의 상상) 현대시조 2022.04.04
영취산의 봄 영취산의 봄 부처가 설법하던 그 산이 여기인가 핏물이 배나도록 외치는 사자후에 온누리 번지는 열기 그칠 줄을 모른다 . (영취산靈鷲山 : 부처가 설법하던 인도의 산이름) (영취산: 내고향 여수에 있는 진달래 군락지) 현대시조 2022.04.02
늙은 체 하기 2 늙은 체 하기 2 기회만 있다하면 앉을 자리 찾는 눈 가까운 거리라도 차를 타야 가는 다리 죽으면 누릴텐데도 미리부터 챙긴다. 주제 파악 못하고 매사에 간섭하고 입 열면 주절주절 한말을 또 해댄다 늙으면 나를 죽여야 대우받고 사는 데. 평생을 벌었으니 가진 건 내 돈이다 그 말이 정말 맞아 없으면 천대받지 가끔씩 지갑은 열어라 존대 받고 살려면. 현대시조 2022.04.02
늙은 체 하기 늙은 체 하기 내 나이 얼마인데 버릇없는 놈들이 늙었다 무시하냐 니는 평생 안 늙어 소통을 못하는 영감 죽을 날만 꼽는다. 달고 산 나이타령 늙은이들 주제어 늙었어 늙었다고 누워서 세뇌하다 무자격 의사도 된다 노쇠진단 내리는. 세상이 나를 몰라 내가 누군 줄 알아 예전엔 잘 나갔어 입 벌리면 그 말씀 늙으니 불쌍한 것은 그러다가 죽는 것. 현대시조 2022.03.31
독백(獨白) 독백(獨白) 숨 쉬는 순간순간 편안한 날 있었나 하루를 사는 것이 지극한 수행(修行)인 걸 이만쯤 살다가보니 어렴프시 깨닫네. 늙음이 귀한 것을 요즘에사 알겠어 한세상 살아오며 숱한 고행(苦行)겪지만 모두가 같진 않겠지 그게 운명인가 봐. 나이들어 깨닫는 것 세상사는 일이데 젊을 땐 알 수 없는 상상(想像)속의 그림 들 이만쯤 살다가보니 이제 뭔가 알 듯 해. 현대시조 2022.03.29
쌈밥 정식 쌈밥 정식 꽃상추 너른 곰취 당귀 순 돌미나리 큼직한 논우렁이 듬뿍 넣은 강된장 콤콤한 된장찌개가 잃은 입맛 살리고. 정겨움 가득품은 파릇한 봄 향기 속 노릇노릇 구운 조기 자리한 밥상에서 싱긋이 미소를 짓네 봄이 여기 다 있어. 현대시조 2022.03.25
매창공원에서 매창공원에서 이화우 흩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아직도 잊지 못해 눈(目)물 짓고 계시나 초라한 무덤 위에는 반쯤 녹은 눈(雪)물이. 사무친 그리움은 아직도 그대론가 눈덮힌 봉분아래 눈(雪)물이 축축하고 길손이 돌아본 자리 겨울바람 차갑다. 황진이(黃眞伊) 무덤 찾은 백호의 심정으로 매창(梅窓)의 제단위에 술이나 한잔 올릴까 아니다, 님 향한 마음만 남겨두고 떠나리. 매창공원: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여류문장가 부안 기생 이매창을 추모하여 조성한 공원 부안읍 서외리에 있음. 현대시조 2022.03.23
신이화(辛夷花) 신이화(辛夷花) 세상이 움츠리고 꽃샘추위 지칠 때 앙상한 가지 끝에 보란 듯이 맺혔다 이 시련 이겨내야만 뜻 이룰 수 있다며. 목련화 순수함을 가슴에 품었으니 그 누가 알았으랴 범접치 못할 여유 신이화 봉오리들이 하늘 향해 솟았다. 현대시조 2022.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