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33

달밤에(梅蘭菊竹)

달밤에(梅蘭菊竹) 梅 검버섯 덕지덕지 긴 세월 찌든 고목 희미한 그림자가 달빛에 어른댄다 이 향내 없었더라면 봄을 그냥 놓칠 뻔. 蘭 고요도 숨을 죽인 어스름 삼경(三更)쯤에 한지를 바른 창에 덧그려진 수묵화 지나다 멈춘 바람이 가늘게 흐느낀다. 菊 봄여름 지낸 후라 서늘한 바람결에 있는 듯 없는 듯이 묵묵히 이룬 자태 고고한 기품 흘리며 가을밤이 깊었다. 竹 새벽녘 들려오는 귀뚜리 울음소리 가녀린 그믐달이 눈썹마냥 고운데 창밖에 어른거리는 청죽의 잔 그림자.

현대시조 2022.05.22

여수를 그리다

여수를 그리다 종고산 진남관이 장군도 마주하고 장엄한 돌산대교 아우라로 펼친 곳 물 맑은 여수 밤바다 갯내음이 그립다. 오동도 기암괴석 동백꽃 신우대로 미로를 닮은 숲길 연인들 찾아들면 봄볕도 새색시같이 갯바위에 앉는다. 돌산도 끝머리에 고즈넉한 향일암 바위굴 틈을 지나 법당 앞 올라서니 청아한 독경소리가 어둠을 밀어내고. 충무공 지키고 선 아담한 자산공원 종포항 바다 위에 하늘 나는 케이블카 추억의 순간순간이 그림으로 걸린다.

현대시조 2022.05.20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오신 날 부처가 따로 있나 모두가 부처인데 천상과 천하에서 이 몸이 제일이라 스스로 존귀해지면 진정 부처인 것을. 산은 산이로되 물은 물 아니던가 모든 게 마음먹기 색즉시공 공즉시색 영취산(靈鷲山) 진달래꽃이 붉은 피를 토한다. *영취산(靈鷲山): 인도 비하르 주 산. 부처님이 설법한 곳 진달래 군락지 여수 영취산(靈鷲山)과 동명.

현대시조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