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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어엿한 음악가입니다

임기종 2015. 10. 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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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어엿한 음악가입니다

  악성 베토벤이 베를린에 머물 때의 일이다. 음악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도 잘하고 작곡도 손수하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이던 프로이센의 왕자 페르디난드가 그 누구보다  숭배하던 베토벤을 위해 궁중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물론 베토벤은 궁정 악장 힘멜을 따라 기꺼이 참석했다. 음악회장에는 프로이센의  왕족을 비롯하여 상류사회의 신사 숙녀가 즐비하게  앉아 있었다. 맨 먼저  힘멜이 연주하고 이어서 왕자 페르디난드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다. 페르디난드의 연주가 끝나자 음악회장  가득히 조심스러운 박수  갈채가 나왔지만, 이윽고 그렇게 하는 것이 궁정의 예절인 모양인지 갈채는 금방 가라않고  넓은 홀이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만큼 조용해졌다. 그러나 정신을 집중하여 연주에 귀 기울이던 베토벤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거리낌없이  페르디난드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예절도 모르는  외국인을 비난하듯이 째려보았지만 베토벤은 미처 깨닫지 못한 눈치였다. 그는  페르디난드의 앞에 서서 친밀한 말투로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전하는 전하답게 연주하시지 않고 음악가답게 연주하셨습니다. 이제 어엿한 음악가라고 말씀드려도 좋습니다."

  페르디난드는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솔직한 비평에  감격하면서 베토벤의 손을 굳게 잡았다.

  예의범절이라는 것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여겨져, 언제 누구의 손에 의해서랄 것도 없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예의범절이란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무턱대고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예의범절이 딱딱한 형식으로 고착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그것의 포로가 되고, 진실마저도 왜곡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따위 예의범절은 깨끗이 때려 부수는  편이 낫다. 베토벤을 왕자라는  지위 때문에 항상 예의범절에 맞는 왜곡된 비평밖에 듣지 못했던 페르디난드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예의범절을 극복한  파격적인 행동으로 새로운  예의범절을 제시한 것이다.